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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Question] 1930년대 독일 <블랙메리포핀스> [NO.106]

글 |이민선 2012-08-02 4,302


공연을 보다가 문득 ‘현실에서라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될 때가 있지 않나요? 극 중 상황에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 보겠습니다. 물론 웃자고 시작한 일이니, 너무 진지하게 파고들지는 맙시다. 공연은 공연일 뿐. 첫 번째로 <블랙메리포핀스>의 극장 문을 나서며 머릿속에 떠오른 물음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Q 1920년대엔 유전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우·열성을 가릴 만한 학식이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hushdays7)

A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들었던 익숙한 이름이 있죠, 멘델이라고. 완두콩으로 실험을 하여 유전의 원리를 밝혀낸 사람 말입니다. 완두콩 교배를 통해서 완두콩(을 비롯한 생명체)에 다음 세대의 형질을 결정하는 ‘인자’가 있다고 밝혀냈고, 후에 1909년 빌헬름 요한센은 이를 ‘유전자’라고 불렀습니다. 멘델의 법칙에서 드러난 우성과 열성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우생학이 발전했지요. 우생학은 1883년에 창시된 학문이지만,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멘델의 유전 학설을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했죠. 그의 말도 안 되는 우생 정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권리와 목숨을 빼앗긴 것은 다 아시죠.

 

 

Q <블랙메리포핀스>의 네 아이에게 ‘실험에 적합한 유전자’라고 말하는데, 최면 실험에 적합한 유전자가 있나요? (@rhdmss0201 @tianmini @lunallena_ren)

A 유전자라기보다는 최면에 잘 걸리는 성향은 있지요. 국제 NLP & 최면 협회 자료에 따르면, 집중력이 강한 사람, 지적인 사람, 기억력이 좋은 사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감정 표현을 잘하는 사람, 협조적인 사람, 나이가 어린 사람 등이 최면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네 명의 아이들은 아마도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며 몰입을 잘했나 봅니다. 실험 조교를 믿고 따르도록 메리는 유모로서 역할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친밀함을 유지했지요.나치당 집권이 1935년부터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극중 화재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26년이더라고요.

 

 

 

 

Q 나치가 집권하기 9년 전인데도 히틀러와 괴벨스, 그라첸 박사가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mgee)

A 히틀러가 세계 2차 대전 때 유태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체 실험을 감행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는 1940년 즈음의 일이지요. 시간을 되돌려보면 히틀러는 1933년에 독일의 총리로 임명되며 권력을 잡았습니다. 이미 1921년에 나치당의 대표가 되었고, 1923년에 뮌헨 봉기로 투옥하고 이듬해에 출옥, 1926년에는 드디어 괴벨스를 만나 정치 활동을 재개하게 됩니다. 히틀러는 심각하게 왜곡된 지식을 갖고 있었으나 과학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1925년에 낸 저서 『나의 투쟁』으로 독일의 정신 분석학자들을 가르치려고 했죠. 사이비 과학과 의학 지식을 모아 『공영권』을 내기도 했고요. 히틀러가 그라첸 박사를 만난 적이 있다면 그의 연구를 격려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히틀러의 성정상 그라첸 박사 사후에는 그를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 같네요. 히틀러가 이후에도 아이들을 감시하며 진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할 사람도 아니죠. 아마 죽지 않았더라면 괴벨스의 오른팔이었다는 그라첸 박사는 나치 정권하에서 한자리 차지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6호 2012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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