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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우리가 지지한 뮤지컬 3 <스위니 토드> [NO.101]

글 |박병성 사진제공 |뮤지컬해븐 2012-03-02 4,515

괴물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

 

 

 

2007년 가을 올라간 <스위니 토드>는 여전히 강하게 잔상이 남아 있는 작품이다. 이토록 어둡고 음울한 작품이 이토록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을 어떻게 잊겠는가. 2007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스위니 토드>는 국내에 손드하임을 제대로 소개한 작품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암살자들>이 공연되긴 했지만 미국 대통령 암살자들을 모아놓고 벌이는 이야기가 우리 관객들을 공감시키기는 어려웠다. 화려한 수사로만 접했던 손드하임을 <스위니 토드>에서 제대로 만나게 된 셈이었다.


손드하임은 뮤지컬 작곡가를 노래라는 형식으로 쓰는 극작가여야 한다고 여겼다. 러빗 부인이 파이를 반죽하며 부르는 ‘The Worst Pies in London’은 반죽을 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담아낸 듯 가사와 노래의 호흡, 파이 반죽 빚는 동작이 착착 들어맞았다. 음악만 들으면 낯설 수 있었지만, 장면과 어우러지자 음악을 감상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느끼면서 몰입하게 되었다.


젊은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을 하는 살인마 스위니 토드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영국에 떠도는 민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손드하임은 한 미치광이 살인마의 광기에 초점을 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초연 연출가인 해롤드 프린스는 좀 더 사회적인 작품이고 싶어 했다. 국내 공연의 연출을 맡은 애드리안 오스몬드의 작품은 해롤드 프린스의 작품보다도 한 걸음 더 사회적인 측면으로 다가갔다. 애드리안은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점점 물질화되는 세상이 스위니 토드라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LG아트센터의 무대를 3층의 기계 구조물로 채우고 무대 전면에 톱니바퀴와 같은 기계 장치들을 노출시켰다. 정신을 곤두서게 하는 호각소리와 깨지는 듯한 기계음을 작품 곳곳에 넣고, 살인용 철제 의자를 공중에서 하강시키는 등 상징적 장면이 많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강하게 연출의 목소리가 반영된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다. 애드리안은 손드하임의 작품이 지닌 가능성을 폭발시켜 또 하나의 손드하임을 보여주었다.


이 공연에서 스타를 예감케 하는 배우가 탄생했다. 토비아스 역의 홍광호였다. 당시만 해도 몇몇 스태프들 사이에서 노래 잘하는 배우로 소문이 돌기 시작했던 그가 이탈리아 이발사 피렐리에게 구박받는 조수로 등장해 어눌하면서도 독특한 템포의 노래 ‘Pirelli`s Miracle Elixir’를 불러 가능성을 주목받았다.

 

 

 

 

진단 및 처방
2007년 <스위니 토드>는 수익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작품 후반에 관객이 몰리면서 초연치고는 꽤 선방했다. 손드하임의 작품이고 평가가 좋았는데도 흥행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한국 관객들은 진지한 것보다는 웃음 코드가 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뮤지컬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드라마를 원인으로 진단한 것이다. 또 한 공연 관계자는 초연 무대였고 대중적인 이슈가 있는 캐스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초반 관심을 끌만한 마케팅의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공연에 대한 평판과 입소문이 좋았기 때문에 앙코르 공연을 계속 이어갔다면 스테디 뮤지컬로 남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용호 대표는 “<스위니 토드>는 계속 공연을 시도했던 작품인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작품과 어울리는 극장에서 올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대관이 잘 되지 않아 지연된 것이다.”고 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1호 2012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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