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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TWEETVIEW] <위키드> 음악감독 양주인 [No.133]

진행·정리 | 안시은 2014-10-29 6,004
눈앞에 펼쳐진 다른 세상                        
                         


오즈의 세계로

@glinda_way  
<위키드> 중 ‘Thank Goodness(감사해)’에서 ‘Popular(파퓰러)’가 나오고 엘파바가 네사를 떠날 때 ‘No One Mourns The Wicked(악한 자, 넌 위키드)’가 나오는데 이외에도 상징적으로 넘버가 잠깐씩 사용되는 곳이 있나요?
@lovethemusical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우’를 ‘언리미티드’의 멜로디에 차용한 것인데요. 이 부분은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유심히 다시 한 번 들어보시면 재밌겠네요.

@Public_Swon  
엘파바와 글린다를 맡은 배우들의 매력 포인트는 어떤 부분인가요?
@lovethemusical 
이 부분은 한마디로 답하긴 어려워요.

“옥주현 엘파바는 처음부터 (많은 경험들로) 역할에 이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엘파바에 더 빨리 스며들었고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났던 것 같아요. 박혜나 엘파바는 브로드웨이에서 쓰는 포인트나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개그 포인트를 잘 살릴 줄 알아요. 매 순간 다르게 반응하고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참 고마워요. 김선영 엘파바는 <위키드> 생각하면 몇 년 전부터 떠올리곤 했어요.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해서 호흡 하나에도 언어를 담아낼 줄 아는 좋은 배우예요. 정선아 글린다는 대본 분석을 워낙 잘하는 편이라 처음부터 완전히 파악하고 들어갔어요. 오디션에서 엘파바와 글린다를 다 봐서 모두 합격했지만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세밀하게 반응하고 배려심이 많은데 그게 무대에서 고스란히 나와요. 김보경 글린다는 앙증맞고 귀여워서 누구라도 보듬어주고 싶게 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목소리로 표현해줄 수 있는 배우가 없잖아요. 힘을 배분하는 것들을 잘하는 것 같아요. 김소현 글린다는 안정적으로 두성을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Thank Goodness’나 ‘No One Mourns The Wicked’에서 강점이 있어요.” 

@madol2010  
해외 <위키드>도 봤는데 음악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한국 공연을 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lovethemusical 
(한 배역에) 캐스트가 전 세계 <위키드>에서 가장 많기 때문에 많은 페어의 다른 호흡을 소화하느라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음표 하나, 대사의 음절에 따라 큐가 되어 있거든요. 매일 다른 드라마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죠.

“제가 체감하는 큐는 문장이 아니라 음절 단위기 때문에 1천 개에 가까워요. 배우는 매일 감정이 다르고 똑같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음악에 맞출 순 없으니 배우의 컨디션과 목 상태, 하려는 연기와 호흡을 매초 읽어야 해요. 독심술로 먼저 읽고 지휘해야지 듣고 반응하면 늦어요. 숨쉬면 제 패턴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패턴이 끝날 때까진 숨을 잘 안 쉬는 습관도 생겼어요. 오리지널 연출이 첫 공연 날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위키드> 지휘자일 거다”라고 했을 땐 그 말뜻을 몰랐는데 하다 보니 배우들이 다른 호흡들이 생겨나면서 비상사태들이 많아지더라고요. 매일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고 그런 점마저도 이 공연의 묘미였어요.”

손끝으로 전하는 감동

@muduckie98  
커튼콜 때 항상 관객들 보면서 활짝 웃을 때 정말 예쁘세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감동적이고 멋지게 지휘를 할 수 있나요?
@lovethemusical 
등 뒤로 쏟아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면 뒤돌았을 때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고 잠깐의 인사지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제 등 뒤로 적막함 속에 1천2백 명의 눈이 있는데 그 공기를 예민하게 느껴야 해요. 관객들이 처졌는지 충분히 따라오는지 하는 것들요. 관객과의 밀당인 거죠. 극 속으로 자꾸 모시고 들어가는 거예요. 제가 웃어야 지친 사람들도 힘이 더 난다고 믿어요. 그래서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웃어서 감사를 표현하고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한 걸 표현하면 느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Public_Swon  
음악 감독님께 <위키드>란?
@lovethemusical 
꿈은 이루어진다!

“많지 않은 나이에 <위키드> 음악감독이 됐어요. 오래전부터 <위키드> 팬이었지만 참여한다는 건 먼 얘기였잖아요. 혼자 훌쩍 뉴욕에 가서 <위키드> 보고 하우스 매니저라도 하고 싶었어요. 4년 뒤에 이 자리에 있으니 정말 꿈같아요. 제 전공을 살려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artistic_value  
만약 엘파바같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마법을 부리고 싶나요?
@lovethemusical 
진짜 엘파바처럼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요.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 지휘할 때 가끔 궁금해요. 제 머리 위에 떠있는 엘파바의 그 공간이.

@sung_harry1 
공연 시작 전 <위키드> 팀이 하는 구호가 있나요?
@lovethemusical 
위(짝짝) 킷(짝) 위(짝짝) 킷(짝) 위킷(짝) 위킷(짝) 위키~~~드 위치!(손은 엘파바 댄스 엔딩 장면)

잊을 수 없는 시간

@artistic_value  
공연 중 가장 뜻 깊었던 공연은 언젠가요?
@lovethemusical  
<위키드>에서는 지금까지 옥주현 엘파바의 막공이었던 것 같아요.

“‘For Good’ 장면은 항상 울컥해요. 어제도 눈물 날 뻔했는데, 그날은 옥주현, 정선아 두 명이 마음으로 나누는 정말 깊은 우정을 공연 내내 느꼈어요. 배려하고 손잡아주는 행동 하나 하나에 다 실려 있었어요. 그 곡 끝나고 박수가 안 끊겨서 저도 큐를 들고 있다가 손을 내리고 (박수가 끝나길) 기다렸어요. 그들도 꿈꿔 왔던 무대였고 저도 꿈꿔 온 엘파바와 글린다가 포옹하는 모습에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도 많이 기억에 남고요. ‘노 굿 디드’ 할 땐 한 번 주현 씨랑 눈 마주치는 자리가 있는데 정말 빠직하면서 짜릿함을 느꼈어요. 연주자들까지 하나가 되어서 ‘여기는 오즈지 샤롯데가 아니야. 우린 지금 공연하는 게 아니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잠이 안 와요.”

@eungeeb  
배우들과의 귀여운 에피소드 하나 알려주세요.
@lovethemusical 
아무래도 가사 실수 에피소드들이 재밌는 게 많아요. 옥파바가 밥맛송에서 “내 온몸에 닭살 돋게 해”인데 “내 입맛에 밥맛 돌게 해.”로 입에 붙어버린 적이 있었고요. 이상준 마법사님이 ‘원더풀’에서 “자선가 되지.”를 혀가 꼬여 “짜뚠가 되지”로 부르신 적이 있어요. 크크. 

@artistic_value  
<위키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뭔가요?
@lovethemusical 
진심으로 다 좋은데 지휘하면서 제가 행복한 곡은 ‘One Short Day(단 하루)’할 때고요. ‘Defying Gravity’와 ‘No Good Deed(비극의 시작)’할 때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옥주현 배우와 함께했던 ‘No Good Deed’는 인생에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해외 팀들도 옥주현 ‘No Good Deed’는 월드클래스라고 해요. 주현 씨랑 ‘No Good Deed’를 할 때는 한 공간에 둘만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본인도 스산한 하늘 아래 마녀 두 명만 있는 느낌이 든다고 얘길 해요. 마치 설명할 수 없는 다른 공간에 온 착각이 들어요. 배우도 미쳐서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자주 돌아오는 장면이 ‘No Good Deed’예요. (박)혜나의 ‘Defying Gravity’도 정말 사랑해요. 제게는 피로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줘요. ‘One Short Day’ 할 때는 한 번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장치들도 사랑스럽고 세상이 초록으로 바뀌잖아요. 관객들의 얼굴도요. 객석에서 가끔 모니터할 때 관객들의 표정을 돌아볼 때가 있어요. 초록으로 바뀔 때 관객들의 표정을 지휘할 때 계속 기억해요. 처음 와보는 신세계니까요. 배우들이 관객들을 관광시켜주는 거죠. “즐겨요~” 할 땐 쿵짝쿵짝 하는데 정말 행복해요.”

음악감독의 숙명

@jisucoco28  
지휘하시는 중에 팔 저릴 땐 어떻게 하나요? 정말 궁금합니다.
@lovethemusical 
세 시간 동안 안 쉬고 계속하니까 살짝살짝 스트레칭 해야 하고요. 모니터에 안 보이게 팔을 내려서 하는 스트레칭도 있어요.

“지휘하면서 이렇게 몸이 많이 상해본 게 처음인데 1주일에 3~4번은 치료받고 마사지를 받아요. 안 그랬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0.1초 만에 손이 나가야 하는 큐가 많다보니까 쇼트트랙에서 준비하고 바로 튀어 나갈 수 있게 총소리 기다리는 걸 세 시간 내내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더블 캐스트까지 열여섯 페어라 매일 다 달라지고 수신호로 ‘서라’, ‘두 마디 더’ 같은 큐를 하다 보니 목 디스크가 와서 왼손으로만 지휘했던 날도 있어요. 지휘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제가 안 아파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어요. 매일 40분씩 스트레칭 하는 습관도 들였고요.”

@moonnight_wolha  
지휘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그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요!
@lovethemusical 
익숙해져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가장 경계해요. 그런 마음이 들려고 할 때 매일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꼭 발견하려고 애를 써요. 그게 큰 동기부여가 돼요.

“<위키드>는 지휘할 때 자리가 좁아서 지휘봉을 못 써요. 조명도 많고 변수가 많다보니 지휘를 작게 할 수 없는데 무대와 가깝고 좁다 보니까 지휘봉을 썼다가는 옆에 부딪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맨손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아져서 거의 맨손으로 지휘하고 있어요.”

감사해

@__in_hye  
1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작품과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이별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어떤 기분인가요?
@lovethemusical 
장면 장면이 아깝고 또 아깝거든요. 아직도 못 본 장면들, 모습들이 있어요. 요샌 계속 기록을 하고 있어요. 배우들이 리액션 하는 것, 눈에 담고 싶은 것, 생각나는 것들 안 잊어먹으려고 다 기록하고 있어요.
“<위키드> 하면서 희로애락을 겪어서인지 더 못 보내겠어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무대 전환도 궁금한 게 많고. 얼마나 해야 다 알 수 있을까요.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어요. 1년 내내 자기 자리에서 고생한 팀들 다 정말 대단해요. 공연에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제 자리가 감사한 자리고 책임이 크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muduckie98  
2012년 내한 공연 땐 직접 연주했고, 지금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lovethemusical
아직도 꿈같고 매 순간 그래서 감사해요. 끝나 가는 게 안 믿기고 저한테 정말 꿈인 작품이었거든요. 꿈을 이뤘고 작별의 시간이 와서 너무 아쉬워요. 흑흑.

“저도 연주할 땐 음절 단위로 약속되어 있는지 몰랐어요. “아무도 쉬지마. 놀지마.” 편곡이거든요. 퍼커션 연주자는 90개 넘는 악기를 하고, 한 기타리스트가 보통은 1~2개인데 6개 악기를 쳐요. 플루트 연주자가 5개 악기를 맡고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있어요. <위키드>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 사인처럼 수신호도 많아요. 저도 <위키드> 하면서 이런 신세계를 경험했는데 이 약속이 하나라도 틀어지면 이상한 데로 흘러가요. 배경음까지도 배우 감정대로 음표로 나열해놨어요. 그렇게만 하면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게 돼 있어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통해서 창작자들이 지금의 <위키드>를 만들었는지 느끼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을 거예요.”

@muduckie98  
기억에 남는 팬 있나요?
@lovethemusical 
10대 팬인데 <위키드> 가사를 직접 쓰고 그림도 그려서 오케스트라 분들께 나눠달라며 책갈피를 만들어주셨어요. 그 정성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Public_Swon  
팬들과 실시간으로 트윗뷰를 진행했는데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lovethemusical 
이렇게 뵙게 되어 귀중한 시간이었고 1년간 <위키드>를 사랑해주신 오즈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힘들지만 오늘도, 내일도 저희는 힘을 낸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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