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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취향 따라 골라 보는 뮤지컬 드라마 [No.228]

글 |최영현 사진 | 2023-10-17 1,400

볼만한 뮤지컬 드라마를 찾아 OTT 플랫폼을 헤매고 있다면 여기를 주목! 음악 장르별로 추천할 만한 뮤지컬 드라마를 모아 봤다. 
 

 

 

<슈미가둔!>


애플TV 15세 이상 관람가 코미디, 뮤지컬, 패러디
뮤지컬 마니아라면 놓칠 수 없는 뮤지컬 패러디의 향연


만약 뮤지컬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슈미가둔!>은 이런 재미있는 상상에서 출발한 드라마다. 우연히 뮤지컬 세상으로 들어간 멜리사와 조시 커플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즌2까지 방영된 <슈미가둔!>은 유명 뮤지컬을 패러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슈미가둔!>이라는 제목도 1947년 초연한 뮤지컬 <브리가둔>에서 따왔다. 드라마는 뮤지컬의 각종 클리셰와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을 감쪽같이 패러디하는가 하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인식들(예를 들면 성 고정관념 등)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시즌1에서는 뮤지컬 마을 ‘브리가둔’을 배경으로 1930~1950년대에 초연한 <오클라호마!> <브리가둔> <뮤직맨>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의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을 패러디했다. 시즌2에서는 장소를 ‘슈미카고’로 옮겨 1960~1970년대 초연한 <카바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피핀> <시카고> <애니> <스위니 토드> 등을 패러디한다. 국내 관객에도 익숙한 뮤지컬이 많아 어떤 작품의 노래와 장면을 패러디했는지 맞혀보는 재미가 있다. 가볍고 단순한 스토리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뮤지컬스러운 연출과 음악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줄리 앤 팬텀스>


넷플릭스 전체 관람가 하이틴, 판타지, 보이밴드
하이틴 드라마의 풋풋함과 보이밴드 음악의 청량함이 만났을 때


뮤지컬 드라마 <하이스쿨 뮤지컬> <디센던츠>를 만든 제작자 케니 오테가의 신작 드라마다. 주인공은 1년 전 음악가였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10대 소녀 줄리다. 드라마는 엄마의 작업실을 청소하던 줄리 앞에 전직 보이밴드 출신 유령 셋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평소에는 줄리 눈에만 보이는 유령들이 줄리와 함께 노래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줄리 앤 팬텀스>의 노래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 록 장르의 밴드 음악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 줄리 역의 매디슨 레예스의 파워풀한 보컬과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순간은 과장을 조금 보태 감탄을 자아낼 정도. <줄리 앤 팬텀스>는 뮤지컬 드라마보다는 음악 드라마에 가깝지만 뮤지컬적인 연출로 재미를 주는 장면도 있다. 4화 오프닝에 줄리가 등교하면서 부르는 ‘I Got the Music’은 <하이스쿨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연출됐다. 또 6화에서 유령계의 유명 인사 케일럽 커빙턴이 자신의 클럽에서 부르는 ‘The Other Side of Hollywood’는 고전 뮤지컬의 쇼튠을 떠올리게 하는데 클럽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이 실제 뮤지컬의 한 장면 같다. 위 두 장면은 꼭 놓치지 말 것. 

 

 

 

<걸스파이브에바>


넷플릭스, 웨이브 청소년 관람불가 코미디, 걸 그룹, 팝
어깨가 들썩이는 그때 그 시절 걸 그룹 음악에 여성 서사 한 스푼


1990년대 히트곡 하나를 남기고 해체한 걸 그룹 ‘걸스파이브에바’. 그로부터 20년 후 유명 힙합 가수의 신곡에 걸스파이브에바의 히트곡이 샘플링되면서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걸스파이브에바>는 이제는 40대가 전직 걸 그룹 멤버들이 가수로 재기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줄거리만 보면 감동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얼렁뚱땅 대책 없이 흘러가는 코미디다. 하지만 <걸스파이브에바>를 그저 웃기는 코미디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아쉽다. 드라마는 네 명의 여성이 다시 꿈을 이뤄가는 과정과 함께 전성기를 지난 ‘40대’ ‘여성’ ‘연예인’에 대한 편견과 그들이 겪는 부조리를 절묘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사회가 단정한 ‘여성성’에 대해 촌철살인의 일침을 날리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뮤지컬 <민걸스>의 작곡가인 제프 리치먼드가 쓴 <걸스파이브에바>의 음악은 밀레니엄 시대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는 걸스파이브에바가 활동했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걸 그룹 음악 스타일을 차용했다.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스파이스 걸스나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노래처럼 신시사이저와 경쾌한 댄스 비트 그리고 입에 딱 달라붙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특징이다. 

 

 


 
<리틀 보이스>
애플TV 12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 인디 음악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깨우는 감성


<리틀 보이스>는 잔잔한 감동과 힐링이 필요할 때 보기 좋은 드라마다. 뮤지컬 <웨이트리스>의 작가 제시 넬슨과 작곡가 사라 바렐리스가 제작한 <리틀 보이스>는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싱어송라이터 베스의 이야기다. 생계를 유지하려고 쉬지 않고 일하는 베스는 틈틈이 노래를 쓰며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키워간다. 베스는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써 내려가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를 용기는 없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베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의심이다. <리틀 보이스>는 베스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기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지우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대단한 갈등도 위기도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베스의 진심이 담긴 노래에 젖어 들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사라 바렐리스가 작곡한 노래들은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보컬이 어우러지는 단순한 구성이다. 하지만 여기에 자기 고백적인 가사와 주인공 베스 역의 브리타니 오그래디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잔잔한 감동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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