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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OOK] <다이스> 트로이 전쟁의 뒷이야기 [No.221]

글 |안세영 사진 | 2023-03-09 787

<다이스> 
트로이 전쟁의 뒷이야기

 

<다이스>는 트로이를 멸망시킨 그리스군이 두려워 트로이보다 더 높은 성벽을 쌓아 올린 가상의 폴리스 퀘베이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영웅들의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빛나는 이야기에는 가려진 이면이 존재하는 법. 현대의 작가들은 신화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희생자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아킬레우스의 노래』(2020)
매들린 밀러 지음  |  이은선 옮김  |  이봄

“여신이여, 노래하소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를!”이라는 첫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그리스군 최고의 맹장 아킬레우스다. 『아킬레우스의 노래』의 화자는 바로 그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다.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가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모욕을 당하고 참전을 거부했을 때, 아킬레우스를 대신해 싸우다가 전사한 인물이다. 이 소식을 듣고 슬픔과 분노에 빠진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위해 트로이 전쟁에 복귀한다. 아킬레우스에게 그토록 소중했던 이 남자는 누구일까? 고전학을 공부한 작가 매들린 밀러는 이러한 질문을 품고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소설은 허약한 파트로클로스와 반인반신 아킬레우스, 서로 다른 두 소년 사이에 싹튼 열렬한 사랑 이야기다. 이 책은 2011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는데, 2020년 독자들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연달아 틱톡에 올리면서 새롭게 큰 화제를 모았다.

 

 

『카산드라』(2016)
크리스타 볼프 지음  |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대가로 누구도 그의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받는다. 카산드라가 그리스인이 남긴 거대한 목마를 성 안에 들여선 안 된다고 경고했을 때,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고,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포로가 되었다가 죽음을 맞는다. 작가 크리스타 볼프는 카산드라를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라 강인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소설 속 카산드라는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이 되고자 사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의 예언은 신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통찰력을 발휘해 스스로 내린 결론으로, 쓴소리에 귀를 막고 멸망을 향해 내닫는 트로이인들 앞에서 카산드라는 끝까지 진실을 외친다. 여기에는 분단 시기 동독에서 검열과 출간 금지를 당하면서도 꾸준히 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페넬로피아드』(200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목마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그리스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영웅 오디세우스. 하지만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전쟁이 끝나고도 10년간 바다를 떠돌게 된다. 그동안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는 수많은 구혼자가 몰려든다. 현명한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완성한 뒤 재혼 상대를 정하기로 약속하고, 낮에는 수의를 짜다가 밤이 되면 도로 풀어버린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몰살시키고 그들과 동침했던 열두 명의 시녀도 교수형에 처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담은 『오디세이아』에서 페넬로페는 정숙한 아내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땠을까? 시녀들은 어쩌다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걸까? 『페넬로피아드』는 페넬로페와 열두 시녀를 화자로 삼아 그들의 속사정을 낱낱이 들려준다. 『시녀 이야기』로 잘 알려진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으로, 남성들의 신화 속에 가려진 여성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화 그리스 신화』(2001)
사토나카 마치코 지음  |  최은석 옮김  |  황금가지 

어린 시절 학습 만화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처음 접했다면, 이번에는 사토나카 마치코의 『만화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 시리즈는 순정 만화풍의 미려한 그림체와 신화에 대한 참신하고 현대적인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친자식을 죽인 희대의 악녀 메데이아, 세상에 불행을 가져온 원흉 판도라 등 신화 속에서 편향되게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각 장의 끝에 덧붙인 뒷이야기와 권말 해석 또한 신화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 정보와 학설을 담고 있어 독자의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시리즈는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7권 ‘트로이의 목마’, 8권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종이책은 절판되었으나 애독자들의 꾸준한 요청에 힘입어 2022년 전자책으로 재출간되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1호 2023년 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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