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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라스트 로얄 패밀리> 이충주 [No.125]

글 |이민선 사진 |심주호 2014-02-12 5,307

어떤 무대든 오를 준비가 됐다

 

 

 

 

 

이충주라는 이름을 처음 인식한 것은 지난해 봄, 그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남자 주인공 빌리 로러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생소했던 그 이름이 부쩍 빈번히 들려온 것은 두 계절이 지난 후. 이충주는 신인 배우로서는 벅찬 스케줄을 소화하며 <디셈버>와 <라스트 로얄 패밀리> 두 작품을 통해 그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다.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주연에서 대형 창작뮤지컬의 조연과 소형 창작뮤지컬의 주연으로 이어지는 행보에서 예단한 것은 두 가지. 신인치곤 일찍이 굵직한 역할을 거머쥔 행운아라는 생각과, (이런 구분이 촌스럽다는 건 알지만) 소위 대극장용 배우인지 소극장용 배우인지 그의 주 무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규모와 스타일의 작품을 두루 경험한 것이 (그게 신인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지만) 그의 계획에 따른 결과인지, 혹은 우연의 산물인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확인에 들어갔다.


뮤지컬에 문외한인 성악 전공자였던 이충주는 우연히 본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시작은 잊지 못할 순간일 터, 그도 데뷔작 질문에 “하,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대해선 짧게 이야기하기 힘든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뮤지컬이라면 ‘This Is the Moment’를 멋지게 뽑아내는 <지킬 앤 하이드>의 동일어 정도로 알던 그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뮤지컬 첫 경험을 했으니, “뮤지컬이 다 이런 건가? 록 음악에 독특한 연출, 욕설이 난무하는 가사 등 모든 게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할 만도 하다. 게다가 뮤지컬 배우가 된 줄 알았는데, 배역 이름도 없는 ‘싱어’로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옆 의자에 앉아서 무대 의상도 없이 노래만 하는 역할에 적잖이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그땐 어려서 뭘 몰랐다”며 “힘든 것투성이었지만 중요한 것을 많이 배웠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우연히 들어선 무대 경험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은 걸 보니 뮤지컬에 꽤나 재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게오르그 언더스터디로 무대에 몇 번 선 적이 있는데, 와 이런 세상이 있구나, 어딘가 갇혀 있다가 앞이 뻥 뚫린 느낌이었어요. 그만두기에는 내가 경험한 게 너무 적었고요. 적어도 한 번쯤 타이틀롤을 맡아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계속 해보자 결심했죠.” 젊은 친구의 패기와 오기는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첫 번째 뮤지컬을 통해 연기력의 필요성을 느껴 다음 작품으로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택했고, 춤과 거리가 멀었음에도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참여해 죽도록 탭댄스를 배웠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밀어붙인 결정들이었다. “글쎄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걸)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기회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무조건 하겠다”는 열의로 가득하다. 20대와 40대를 오가는 연기를 해야 하는 <디셈버>의 훈 역이나, 극의 중심에 서 있는 <라스트 로얄 패밀리>의 순종 역도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다. “지금 저는 뭐든 배우는 게 중요해요. 모든 게 어렵지만 저에게 참 좋은 기회이고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디셈버>에서 세월을 넘나드는 연기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풍성한 성량과 안정감 있는 가창력은 그의 주 무기임을 확인시켰다. 성악 전공자라는 이력은 대형 뮤지컬에서 좀 더 강점으로 작용하리라 예상되지만, 지금 그는 첫 번째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란 시험대를 통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소극장 공연에서 필요한 디테일한 연기와 관객과의 호흡. ‘못하지 않는다’는 말만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극에 공감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을 통해 대극장은 물론 중소극장의 무대에서도 충분히 장점이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장르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어떤 무대든 서고 싶고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요. 대중적인 재미가 없더라도 마니아 성향이 짙은 작품은 물론, 완전히 망가지는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지금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는 데 가장 큰 열망을 보였다.


“제가 자존심도 세고 욕심도 많아서 혼나고 욕먹으면 금세 안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더 혼내라’며 끝까지 붙어 있게 돼요.” 무대에 서는 게 좋긴 좋은가 보다. 연습실에서 수많은 과정을 거친 후에 오른 무대는, 연출가나 음악감독 누구도 대신 올라갈 수 없는 “내가 책임지는 내 세상이란 생각에 오히려 편하다”는 그의 말에 좀 더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무대에서 더욱 자신 있게 빛을 발하는 그라면 앞으로 더 많은 공연에서 볼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 싱어
2013년 <브로드웨이 42번가> 빌리
          <디셈버> 훈
2014년 <라스트 로얄 패밀리> 순종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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