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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두근거리는 심장 - 데니 안의 `캣츠비` [No.91]

글 |박민정 사진 |강현고 2011-04-11 4,607

불안 때문일까, 희망 때문일까. 쿵쾅쿵쾅. 캣츠비와 한 몸이 되기 전 데니 안의 심장이 두근댄다. 이제 곧 무대에 오르면 캣츠비의 옷을 입고 캣츠비의 목소리로 캣츠비 식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매혹적인 인물은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명료해지기는커녕 낯설고도 묘한 매력을 발한다.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존재이기에 데니 안은 무대 바깥에서도 캣츠비가 되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너는, 아니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두려움

캣츠비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수로 지냈을까. 캣츠비는 소심하고 무능력한 데다 취직 의욕도 없는 그런 남자일 뿐일까. 물론 겉으로 보면 결단력 없고 게으른 백수에 지나지 않겠지만 사실 그는 손 놓고 지내지 않았다. 취업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건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상황 내지는 사회의 문제였다. 수없이 두려움과 희망 사이를 오가던 캣츠비는 상처를 받았다. 자신감은 성공의 경험에서 오는 것인데 상처를 받고 두려움이 생기면 섣불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캣츠비의 모습에서 한때 내가 가졌던 두려움을 보았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 여러 번 오디션에 떨어지고 상심했던 적도 있다. 물론 두려움을 딛고 일어섰지만 그때의 경험 덕분에 캣츠비의 심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캣츠비는 취직 의욕도 없고 여자 친구를 지킬 줄도 모르는 우유부단하고 의욕 없는 인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복잡한 캣츠비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머뭇거림

캣츠비가 정말 페르수를 사랑했다면 그녀의 결혼을 처음부터 말렸어야 했던 것일까? 흔히들 사랑의 감정이 크면 두려움은 저절로 극복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정말 사랑한다 해도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면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지 못할 수 있다. 사랑하면 뭐든 가능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남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질 때는 붙잡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남자들이 많다. 캣츠비의 경우는 페르수와 결혼할 남자가 자신보다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었던가. 아무리 사랑해도 내 자신이 그녀를 위해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는 사랑해도 보낼 수 있다.

 

강박관념

캣츠비는 왜 새로 만난 여자 ‘선’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을까. 그녀와 약속해도 먼저 가서 기다리는 법이 없고 심지어 약속을 까맣게 잊기까지 하는 캣츠비는 선에게는 ‘나쁜 남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캣츠비가 먼저 약속 장소에 가서 기다리지 못하고 약속을 잊기도 하는 것은 그녀가 싫었기 때문도 시간관념이 없기 때문도 아니다. 캣츠비는 ‘내가 과연 선에게 좋은 남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정작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집중을 못한 것이다. 페르수가 그랬던 것처럼, 선 역시도 캣츠비에게 아낌없이 선물을 한다. 그녀의 따뜻함은 고맙지만 페르수와의 관계에서 회의했던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다 보니 선의 사랑을 마음 편히 받지 못했다. ‘이 여자한테도 또 받기만 하는구나!’라는 생각들로 캣츠비의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이다.


순수함

캣츠비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 인간의 매력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캣츠비는 결혼 정보 업체에서 C급 남자로 판명 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사실 캣츠비는 순진하지는 않지만 순수한 인물이다. 그런 순수한 면이 친구 하운두와 상반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감정의 저울질을 하지 않고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런 보기 드문 면을 보고 감동을 한 게 아닐까. 순수함에 대한 여자들의 호감은 생각보다 큰 것같다.

 

페르수

캣츠비는 왜 선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던 페르수에게 다시 되돌아간 것일까. 캣츠비에게 선은 깜찍한 여자지만, 페르수는 6년간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눈, 여성적인 매력이 충만한 여자다. 만약, 이 작품을 19세 이상 관람으로 조정을 한다면 페르수와 캣츠비의 친밀함을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캣츠비에게 페르수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정도의 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페르수가 그의 곁을 끈질기게 맴돌아서 갑자기 그녀에게 되돌아 간 것도 물론 아니다. 캣츠비가 어수룩해 보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소신껏 선택할 줄 아는 남자다. 캣츠비는 한번도 페르수를 잊은 적이 없다. 그저 잊었다고 믿었을 뿐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깨끗이 잊은 줄 알았는데, 문득 옛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몸서리치는 것. 캣츠비가 선을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페르수가 더 큰 존재였기에 그녀에게 돌아간 것이다.

 

 

용기 

‘왜 ‘위대한’ 캣츠비일까?’를 계속 고민했다. 아마도 캣츠비는 다른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했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 아닐까? 남들이 하지 않은 선택을 할 때에는 나름의 고통이 따른다. 자신을 배신한 친한 친구의 아이를 가진, 옛 여자를 받아들인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평범한 남자 같았으면 배신감에 치를 떠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친구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 열이면 열 다 못하겠다고 답했다. 친구의 아이를 가졌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 이게 바로 캣츠비가 위대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희망

‘희망’이란 무엇일까. 마음속에 ‘하고 싶다’는 열망과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경우에 어떻게 희망을 품으면 좋을까. 상반된 두 감정의 무게가 다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열망과 두려움의 무게가 팽팽히 맞설 때 용기 있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캣츠비는 막연한 희망만 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재회해서 자신의 행복을 이뤘다. 그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했을까. 사실 나도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전 많이 떨린다. 랩퍼였기 때문에 노래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 대한 욕심,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두려움보다는 열정 쪽에 마음을 내주고 노력을 하게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1호 2011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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