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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출가 유희성 & 배우 박은태, 세종문화회관에서 [No.87]

글 |김유리 사진 |박인철 2010-12-20 7,015


 

유희성 연출과 배우 박은태, 2010년 가장 바빴던 연출가, 가장 주목을 받은 배우라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희성 연출가는 올해, 4년간 역임했던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직에서 물러나 프리랜서 연출가로 화제작 <모차르트!>와 <피맛골 연가>, 그리고 두 편의 무용극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연극 <연애희곡>과 뮤지컬 <생명의 항해>,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의 예술감독을 맡아 2010년을 바쁘게 보내며 연출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배우 박은태는 <모차르트!>와 <피맛골 연가>를 통해 무대에 한두 번밖에 못 오를지도 모르는 주인공의 얼터 배우에서 주연배우로 발돋움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맞이했다.

 


그들의 인연은 일년 전 <모차르트!> 오디션 장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공연을 빠짐없이 관람하기로 유명한 유희성 연출이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은태 그랭’은 보지 못하고, OST 음원을 통해 박은태를 ‘미성’을 가진 배우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차르트!> 오디션 장에서 처음 만난 박은태에 대해 유희성 연출은 ‘어떤 것을 시켜도 가능성이 보이는, 모차르트에 제일 근접하게 오디션을 해냈던 배우’로 기억한다. 박은태 또한, 배우로서의 오기를 자극해 본인이 평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낼 수 있게 해준 그 오디션을 잊을 수 없다. 특히 제작사, 스태프, 연출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던 주인공 얼터로서의 1,2회 공연일지라도 기회를 주고 싶었던 유 연출의 애정, 그리고 작품에 대한 신뢰로 ‘한번이라도 모차르트로 서보고 싶다’며 흔쾌히 참여했던 배우의 열정은 <모차르트!>의 성공으로 첫 결실을 맺었고, 그 두 번째 인연이 9월에 개막한 서울시 대표 창작뮤지컬 <피맛골 연가>로 이어졌다.


박은태에게 <모차르트!>에서 어떤 색을 입혀도 자신만의 색을 찾아낼 배우의 가능성을 읽은 유 연출은 <피맛골 연가>에서는 ‘너무 한국적이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제하에 스스로 ‘김생’ 캐릭터를 풀어가야 하는 과제를 주었다. 처음 맡게 된 창작뮤지컬의 주인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고통이 컸지만, 박은태는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캐릭터를 스스로 주조했던 그 과정을 통해 하나의 공연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연배우로 성장한다.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 곁에서 연출가로서, 선배 배우로서 많은 조언을 해준 유희성 연출은 박은태에게 가장 큰 멘토다.

두 사람은 연말에 또 한번 연출과 배우로 함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은태가 지난 10월 내한한 독일 배우 우베 크뢰거의 유럽 투어 콘서트 <앱솔루트 우베>에 출연 초청을 받아 일정이 겹치게 되자, 배우 인생에 큰 기회란 생각에 오히려 독일행을 추천한 사람이 유희성 연출이었다는 것. 이러한 신뢰와 애정은 배우 박은태의 성장에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는 ‘스태프, 배우들 모두 기억하고 뿌듯해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유희성 연출가와 ‘스스로 정확한 기준과 중심을 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배우 박은태, 이들의 열정과 성실함의 하모니가 주는 시너지를 기대해본다.   

 

 

`은태는 자기 안에 벽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계속 마음을 열어두고, 고민하며, 방향을 확실히 잡아가는 배우에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굉장하고, 가능성이 아주 많은 친구죠.` - 유희성

 

`연출님은 제가 할 수 있다며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요구하세요. 그러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고 있더라고요. 제가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을 발견하게 해주시죠.` - 박은태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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