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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공연계 서포트 문화 [No.178]

글 |박보라 2018-07-26 5,523

공연계 서포트 문화, 당신을 위한 든든한 응원

 

장면 하나, 도시락을 들고 있는 배우들의 사진 아래 ‘오늘은 우리 작품의 A 배우 팬클럽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장면 둘, 식사 장소를 외치는 조연출의 말. “오늘의 식사 장소는 길 건너에 위치한 B 식당입니다! 팬들이 준비해 주셨으니 맛있게 먹고 힘냅시다. 모두 늦지 않게 도착해 주세요.”

장면 셋, 팬 서포트를 준비하는 커피차 업체와 통화를 하는 C 씨의 이야기. “지난 도시락은 너무 평범했어요. 이번에는 커피차를 보내보려고 해요. 약 서른 명 정도가 마실 수 있는 양으로 준비하셔서, O월 O일 오후 3시까지 연습실로 부탁드려요.”
 


 

서포트는 팬들이 아티스트를 비롯한 스태프를 위한 식사나 간식 등을 준비해 선물하는 것을 칭한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 팬클럽에서 활발한 서포트 문화가 발달했는데, 최근에는 공연계 곳곳에서도 이러한 서포트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과거 공연계 서포트는 연습실이나 공연장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간식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력 소모가 많은 공연 연습을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피자나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전달한 것. 그러나 최근 서포트 문화는 다양하게 발전했고, 공연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포트는 주로 작품이나 특정 배우 팬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편이다. 최근에는 도시락이나 간식을 비롯해 후드집업, 담요, 단체티 등 기발한 품목으로도 서포트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진행되는 식사의 경우, 배우나 스태프의 인원수에 따라 출장 뷔페나 커피차, 간식차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포트를 진행하는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서포트의 단골 메뉴인, 갈비, 전복 등의 고가 메뉴가 포함된 수제 도시락의 비용은 일반적인 도시락에 비해 거의 두세 배까지 차이가 난다. 커피차나 간식차의 경우엔 서포트가 진행되는 장소인 연습실이나 극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원수가 적은 연습실의 경우엔 최소 30만 원부터 시작한다. 상주 스태프가 많은 대극장은 1백만 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체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의 공식 팬클럽에서 서포트를 위한 모금을 하거나 뜻을 모은 팬들끼리 금액을 나누어 진행한다. 
 

그렇다면 공연 서포트는 어떻게 진행할까? 간단하다. 서포트 진행을 원하는 공연의 제작사에 문의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연락을 받은 해당 제작사는 배우와 스태프의 연습과 공연 일정을 확인한 후에 진행이 가능한 일자를 알려준다. 일정이 협의되었다면 서포트 품목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고, 해당 날짜에 서포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런 간단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서포트 진행은 쉽지않다. 배우와 스태프의 일정을 맞추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단체들끼리 서포트 진행 의사가 겹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 그래서 공연 제작사는 일정을 조율하는 부분에 특히 섬세한 신경을 써야만 한다. 또 현수막이나 스티커를 제작해, 서포트를 알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 팬클럽에서 활성화됐던 서포트 문화가 공연계에도 영향을 미친 이유를 살펴보면,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의 공연 진출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음악 방송이나 콘서트를 통해 서포트 진행을 했던 팬클럽의 경우는 공연에서도 서포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촬영 현장이나 종방연 등을 통해 서포트를 진행했던 것을 공연에서도 하는 것이다. 서포트 진행의 가장 큰 이유는 ‘내 배우, 내가 좋아하는 작품 기 살리기’로, 서포트를 통해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대형 뮤지컬 작품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한 아이돌의 팬 A 씨는 “일부 배우나 아이돌 그룹 팬 사이에서 성행하던 서포트가 공연계로 온 이유는 기존 배우나 아이돌 팬들이 뮤지컬 마니아로 대거 유입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SNS를 통해 다른 배우의 서포트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예전처럼 서포트가 더 이상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도 한몫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아이돌 그룹 멤버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던 만큼,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되기도 한다. 과거 중소 뮤지컬 작품에서 서포트를 진행한 마니아 B 씨는 “부담이 되지 않은 금액을 정해 놓고 서포트를 진행했다. 진행했던 작품이 소극장 뮤지컬로, 인원수가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서포트를 받은 배우들은 입을 모아 “서포트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응원해 준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낀다”면서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물론 서포트를 받는 스태프도 이런 감사함을 숨기지 않았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서포트 문화가 바뀌기도 했다. ‘김영란법’ 제정 전에는 프레스콜이나 연습실 공개에서도 언론사를 위한 서포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떡이나 쿠키 같은 간단한 간식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거나, 보틀이나 머그컵과 같은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좋은 기사를 부탁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제정과 시행 이후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서포트 진행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포트 진행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보통 제작사는 SNS로 서포트 진행을 확인시켜주는 ‘인증글’을 올리는데, 이것이 서포트를 경쟁적으로 부추긴다는 의견이다. 서포트 진행의 특성상 출연 배우의 팬클럽이 주가 될 수밖에 없고, 여러 배우가 모여서 만드는 공연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서포트 진행 여부가 비교될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인해 한 아이돌 멤버의 경우는 공연 서포트 진행을 소속사 측에서 거절하기도 했다. 여기에 SNS에 공연에 대한 공지나 설명은 미흡하지만 서포트 ‘인증글’이 넘쳐나는 제작사의 경우,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서포트 문화의 시작점은 바로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공연을 완성하는 사람을 향한 격려의 한 방법인 것이다.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행복할 때 비로소 가치가 부여된다. 이런 마음을 지키며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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