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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No.177]

글 |박보라 사진제공 |연극열전 2018-06-11 4,07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세계 지도 위에 펼쳐진 모험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국내에서 창작 연극으로 탄생한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 알란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유쾌하게 그린다. 이야기는 스웨덴의 한 양로원에 정착한 알란이 100세 생일날 창문을 넘어 그곳을 도망치며 시작한다. 그는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고, 돈 가방을 찾기 위해 갱단의 추격이 시작된다. 또한 동시에 황당한 또 다른 무리와 경찰이 그를 뒤쫓는다. 알란은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우연히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활약을 한다. 작품은 계속되는 우연과 과장된 설정으로 황당함을 전하면서도, 그 사이에 이데올로기, 종교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창작 연극의 계보를 잇는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이 만난 점이 눈길을 끈다. 지이선 작가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시대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것인지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무대를 통해 특유의 유쾌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태형 연출은 “서사가 많은 소설을 이전과는 다른 양식으로 무대화하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색다른 형식을 예고했다. 

작품은 작은 무대에 전 세계를 담고, 단 150분 동안 100년의 세월을 펼칠 예정. 100세 노인 알란이 양로원을 탈출하여 갱단의 돈 가방을 들고 튄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색다른 로드트립 형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술과 맛있는 음식만 있다면 좋다는 알란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 그리고 그의 용기 있는 마지막 순간 등이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해 준다.  원작의 방대한 양을 무대화한 만큼, 중요한 에피소드를 선택해 각색한 것도 특징이다. 김태형 연출이 꼽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바로 알란의 말년에 찾아오는 고양이 한 마리와 얽힌 이야기. 알란은 그 고양이와 친구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20세기를 관통한 그가 삶의 의미와 안락함과 편안함을 찾게 되는 모습이 펼쳐진다. 한편, 작품의 전체적인 모티프는 바로 세계 지도다. 공연의 대본을 쓰기 위해 세계 지도 위에 핀을 꽂아가며 알란의 에피소드와 여행 경로를 정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무대 또한 세계 지도 컨셉으로 빈티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장식장, 책장으로 꾸몄다. 또한 그 안을 다양한 책과 소품들로 가득 채웠다. 

무대에는 60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다섯 명의 배우가 이 모든 역할을 소화한다. 인물뿐 아니라 개, 코끼리,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 캐릭터도 등장하며, 다섯 배우들이 일인다역을 맡는다. 여기에 소품 하나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극적 묘미가 쉬지 않고 펼쳐질 예정이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 후반부 일인다역을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배우들을 보면 경외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알란 칼손을 비롯해 프랑코 장군, 쑹메이링, 퍼거슨 신부 등은 서현철과 오용이 맡는다. 아론손, 볼트, 구닐라, 장칭 등의 역에는 양소민, 이진희가 베니, 아인슈타인, 유리, 검사 등의 역에는 김도빈과 주민진이 무대에 오른다. 보스, 코끼리 소냐, 오펜하이머, 원장 등은 손지윤과 이형훈이, 율리우스, 경관, 경찰견 키키 등은 장이주와 권동호이 연기한다. 




MINI INTERVIEW
김태형 연출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념과 정치, 신념, 경쟁, 전쟁, 이데올로기가 인류를 들썩이게 만들던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왔다. 이젠 거대한 가치보다 개인의 존엄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다. 작품은 이러한 변화를 그려냈다. 또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백 자루의 총이 아니라 하나의 술잔일 수 있다는 ‘삶’의 따스함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삶을 멈추지 말고 삶의 불꽃을 다시 피워보자.

원작과 특별히 다르게 각색한 부분이 있는가?
내레이션과 상징적인 소품으로 사건과 장소를 묘사하는 것이다. 또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한 인물을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연기한다. 무엇보다 연극적인 재미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배우들은 일인다역을 소화하게 된다. 이 부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예정인가?
우리는 ‘캐릭터 저글링’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특징적인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동시에 일인다역을 한다. 즉, 저글링을 하듯 각각의 캐릭터를 순식간에 손에 쥐었다가 던져버리고 다른 캐릭터를 쥐어야 한다. 이런 컨셉으로 배우들이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는데,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상징적인 소품이나 무대 장치가 있는가.
세계 지도 모양으로 구성된 거대한 장식장이 무대를 채울 것이다. 알란의 기억 창고 같은 느낌을 담았다. 이를 통해 그가 세계를 여행하고 모험하며 겪은 것들이 하나하나 기억으로 쌓여 무대 위에 존재하게 된다.

작품 속 캐릭터를 어떻게 강조할 예정인가?
100세의 알란이 아닌 과거의 알란은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보여준다. 그리고 수많은 인물의 특징을 잡아서 순식간에 표현한다. 몇몇 배역은 남녀를 더블 캐스팅했다. 종종 남성을 여성 배우가, 여성을 남성 배우가 연기하기도 한다. 이런 성의 전복을 희화화하지 않고, 역할이자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말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 만큼 캐릭터의 생각, 행동,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는 공연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고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을 엄청나게 고생시킬 예정이다. 무대를 즐겨주시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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