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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재관람 도장 파헤치기 [NO.170]

글 |박보라 사진제공 |달컴퍼니·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나인스토리·HJ컬쳐 2017-12-05 6,090

‘콩콩’ 찍는 발자취



장면 1.
“앗, 이번에는 앨빈으로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뒷면에요!”
“앨빈 재관람 확인 도장 말씀하시는 거죠?”


장면 2.
“도장은 어떤 배우님으로 찍어드릴까요?”
“이규형 배우님으로 찍어주세요”




이 도장을 그대에게

많은 공연 제작사들이 재관람 관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들은 견고한 마니아층으로 형성되며 공연 흥행에 중요한 입소문을 내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 당연히 관람률을 높이기 위한 혜택과 방안을 고안해 내는 것도 공연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제작사가 재관람 횟수에 따라 서프라이즈 선물을 증정하거나 초대권 및 할인권을 제공한다. 앞서 관람한 티켓을 가지고 오면 해당 티켓을 확인 후 할인 적용과 누적 횟수를 세는 것.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취향을 지닌 관객들의 선호도를 파악해, 재관람 도장에도 신박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재관람 도장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할인을 위해 앞서 관람한 티켓을 확인하는 용도의 도장과 누적 횟수를 세기 위해 재관람 카드에 찍는 확인 도장으로 나눌 수 있다. 재관람 확인 도장은 티켓 뒷면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찍기 때문에 큰 크기가 대부분이다. 또 보통 재관람 카드는 명함 사이즈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재관람 카드 도장은 사이즈가 작은 편이다.


보통 재관람 도장은 공연 첫날 베일을 벗는다. 다양한 디자인의 재관람 도장이 나오는 만큼, 공연계 마니아층의 관심도 높은 편. 과거엔 기성품 도장을 사서 확인 날짜를 찍어주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제작사에서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는 편이다. 재관람 도장은 보통 극에 나오는 소품이나 대사를 선정해 디자인하게 되는데, 극과 연관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는 것이 제작사의 의도다. 또 기성품 중에서는 원하는 디자인을 찾기 어려워, 작품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달컴퍼니의 경우엔 재관람 카드의 진행 여부가 결정된 다음 재관람 도장의 디자인이 제작되는데, 재관람 도장이 찍히는 카드와 디자인을 연계하기 위함이다.




오! 나의 도장

순수하고 맑은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경우에는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장면 하나를 재관람 도장으로 만들었다. 무대 위 눈이 쌓인 마당에서 토마스와 앨빈이 팔을 벌리고 눕는 ‘눈 속의 천사들’ 장면이 재관람 도장으로 재연된 것. 특히 토마스와 앨빈 버전으로 제작된 도장은 캐릭터의 외형적 특징을 나타내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쓰릴 미>의 경우에는 15개의 칸으로 구성된 재관람 카드에 맞춰 15개의 각기 다른 도장을 제작했다. 특히 10주년을 맞은 이번 시즌의 경우 고정 페어로 공연되는 특성을 반영해, 배우들이 직접 추첨해 페어별로 재관람 카드와 재관람 카드 도장을 고정했다. 또 <키다리 아저씨>의 경우에는 편지 모양의 도장판과 스탬프 실 모양의 재관람 카드 도장 디자인이었는데, 편지를 주고받는 작품의 특성과 잘 맞아 반응이 좋았다.


단어나 이니셜을 도장으로 제작해 상징성을 더한 경우도 있다. <씨왓아이워너씨>의 경우엔 작품명 의 첫 알파벳들로 도장을 제작했고, <아리랑>은 작품명 세 글자로 도장을 만들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라는 가사에서 힌트를 얻어, 작품을 사랑해 주는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재관람 확인 도장으로 만들었다.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라는 글귀를 한 글자씩 도장으로 만들어 10개의 도장을 찍으면 해당 문장이 완성된다.


연극에서도 재관람 도장의 디자인이 주목을 받은 경우가 있다. <오펀스>와 <엘리펀트 송>이 그 주인공. <오펀스>는 무대 위 가상 공간을 현실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먼저 작품 속 배경인 필립과 트릿의 스윗홈이라는 컨셉의 재관람 카드가 디자인됐고, 공연 중 암전 시마다 불이 들어오는 상징적인 사물을 재관람 카드 도장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재관람 횟수에 따라 각기 다른 사물들의 재관람 카드 도장이 찍히고 이를 전부 모으면 필립과 트릿이 원했던 ‘해롤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증정한다. 이를 통해 재관람 카드와 작품이 지닌 상징성과 특별함을 선물한다는 것이 제작사 악어컴퍼니의 설명이다.


또 <엘리펀트 송>은 재관람 카드에 안소니 발도장 카드’라는 이름을 붙여, 실제 공연에 등장하는 인형 안소니 발바닥의 심볼을 재관람 카드 도장으로 제작했다. 이 심볼은 마이클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직접 고른 디자인으로, 별, 종, 불꽃 세 종류다. 또한 재관람 확인 도장은 안소니를 단순화한 코끼리 모양이다.




이 도장이 네 도장이냐

다양한 디자인의 재관람 도장을 통해 전한 소소한 재미는 추억을 남긴다. 달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쓰릴 미> 공연 당시 관객들이 마지막 공연 날짜까지 회차마다 어떤 도장이 찍히는지 순서를 정리해 놓은 표를 봤던 적이 있다”면서 “재관람 도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또 HJ컬쳐의 관계자는 “<라흐마니노프>에서 선보인 마지막 도장은 커튼콜 장면을 담았다.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의 뒷모습을 제작했는데, 많은 관객이 어떤 배우를 모델로 만들었는지 추측하고 심지어 직접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도장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뜨겁다. 새로운 재관람 도장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도장을 조심스럽게 선택하는 편. HJ컬쳐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제작사는 재관람 도장 대신 HJ컬쳐 통합 멤버십을 통해 도장을 선보인다. 도장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느낄 때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 때문에 작품마다 어떤 도장을 선보일지 매번 고민하고 있다”면서 “소소한 재미를 제공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재관람 도장을 통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더하고, 응원을 건네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재관람 도장을 찍을수록 다양한 혜택을 받을 기회가 높아지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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