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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PIRATION] 김경육 작곡가의 영감 창고 [NO.170]

글 |김경육(작곡가) 정리 | 안세영 2017-11-28 3,885

<햄릿: 얼라이브>





희곡 『햄릿』

『햄릿』 은 번역본마다 제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 심지어 번역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편하게 읽은 『햄릿』은 ‘열린책들’의 박우수 번역본이다. 주석도 친절하게 달려 있어 작품 분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대에 셰익스피어 언어는 결코 어려운 언어가 아니었을 거라고 한다. 당시 극장에서는 교육을 받지 못한 관객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에는 같은 시기 한 무대에서 여러 공연이 번갈아 올라갔다. 그래서 무대에 고정된 세트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했고, 관객들이 장소와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 대사로 모든 것을 전달해야 했다. 그것이 셰익스피어 언어를 풍부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그럴듯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가 아니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대사. 그게 이 작품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영화 <햄릿>

희곡과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 영상을 찾아봤다. 영화마다 다른 해석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중에서도 케네스 브래너 주연의 영화 <햄릿>(1996)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 영화화된 <햄릿> 가운데 특히 해석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케네스 브래너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인물의 정서를 관찰하고, 그 눈빛이 변하는 순간의 감정에 이입해 곡을 만들었다. 같은 영화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의 오필리어와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햄릿>(1990) 속 헬레나 본햄 카터의 오필리어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 배우의 연기를 보며 작곡하는 건 인물의 정서를 상상하며 작곡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진집 『HEAVEN & EARTH』

언제나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 도움이 될 만한 이미지를 찾아 작업실 벽에 붙여둔다. 이미지를 통해 추상적인 인상을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이 보여준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돌멩이나 곤충 같은 사소한 것들을 고성능 현미경을 통해 세포 단위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 펼쳐진 우주 같은 풍경. 그 작은 곳에 또 다른 우주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신비로웠다. 우주 안에 태양계가 있고, 태양계 안에 지구가 있고, 지구 안에 돌멩이가 있고, 돌멩이 안에 다시 우주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그 의미를 작품 안에 어떻게 녹여낼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일상

심심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일상이다. 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어떤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는지,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경험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작품에 스며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동료가 가까이 있는 것, 서로 충고해 주고 지지해 주고 자극이 되어 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한스 짐머

<햄릿: 얼라이브>는 2007년 공연한 <라비다>가 10년 만에 재탄생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음악이 어떻게 새로워져야 할지, 어떻게 현재와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러다 떠올린 한스 짐머. 최근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에서 그의 음악은 배경 음악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작곡가의 작품 이해도에 따라 음악의 영향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던 작품이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계속 진화 중이다. 이전의 작업 방식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를 보며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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