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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내가 기억하는 브로맨스 [NO.170]

정리 | 배경희 2017-11-16 5,385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정체성을 재단당하는 십 대 고교생 피터와 제이슨. 올겨울,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으로 무대에 설 <베어 더 뮤지컬>의 여섯 배우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애틋한 브로맨스는 무엇인가요?




윤소호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영화예요. 각각 뇌종양과 골수암을 앓고 있는 주인공 마틴과 루디가 우연히 같은 병실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둘은 시한부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닮은 점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죠. 그런 다른 두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벌어져요.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과 함께요. 특히 해변 엔딩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죠. 1998년에 개봉한 꽤 오래된 영화이지만 다시 봐도 여전히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랍니다. 평범한 일상의 틀을 깨버리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보세요. 추천합니다!





강찬 <브로크백 마운틴>

작품을 준비할 때 레퍼런스가 될 만한 영화를 찾아보곤 하는데, 그 과정이 숙제처럼 느껴지다가도 좋은 영화를 만날 때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최근에는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가 그랬어요. 동성애는 지금도 여전히 파격적인 소재로 여겨지는데, 영화가 개봉한 2006년에는 더 따가운 시선이 존재했겠죠? 하지만 감독은 ‘동성애’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두 사람의 관계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요. 두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의 명품 연기 또한 짙은 여운을 남기죠. 사실 이전에도 몇 번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때문에 다 보질 못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끝까지 보고 나니 덤덤한 감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정휘 <형>

최근에 <형>이라는 우리나라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전도유망한 유도 국가 대표였다 불의의 사고로 실명하게 된 동생과 사기 전과 10범으로 감옥에 들어간 집 나간 형이 주인공인 영화죠. 두 사람은 형이 가출한 후 십 년 넘게 왕래가 없었는데, 형이 동생 보호를 빌미로 가석방 허가를 받으면서 형제의 동거가 시작돼요. 당연히 둘은 처음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죠. 형이 앞이 안 보이는 동생이 새로운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비치는 가족애를 보면서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답니다. 저희 작품처럼 동성 연인의 사랑을 그리는 건 아니지만, 두 형제의 진한 형제애가 정말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고상호 <신세계>

제가 인상 깊게 본 ‘남남 케미’ 작품은 영화 <신세계>에요. 이야기 자체도 재밌었지만, 영화 내내 ‘꽁냥’대던 주인공 이자성과 정청의 케미가 정말 좋았거든요. 특히 첫 만남에서 짝퉁 선물 때문에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자성의 비밀을 알게 된 정청이 엄청난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후반부에 부상으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정청이 자성한테 옆으로 오라고 손으로 침대를 톡톡 치는 장면은, 크! 개인적으로 정청 같은 캐릭터를 정말 연기해 보고 싶더라고요. ‘브라더, 브라~더’ 하며 자성을 쫓아다니던 정청의 그 능글맞은 모습이란! 아직 <신세계>를 안 보신 분이라면, 이자성과 정청의 케미에 집중해 영화를 보셔도 재밌을 거예요!




임준혁 <브레이킹 배드>

‘브로맨스’ 하면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생각나지만, 딱 한 편을 골라야 한다면 최근에 정말 재미있게 본 미드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어요.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가족의 앞날을 위해 제자와 함께 마약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죠. 어떻게 보면 좀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지만, 두 주인공의 희로애락 인생사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명작이에요. 인생은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여정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거든요. 더 자세한 얘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작품 얘기는 여기까지! (웃음) 심한 중독 증세를 불러오는 드라마니까 꼭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보시길 추천합니다!




노윤 <로스트 인 더스트>

얼마 전, 평소 제가 좋아하는 지인분에게 추천받아 본 영화가 있어요. 원제는 ‘Hell or High Water’. 우리나라에는 <로스트 인 더스트>란 제목으로 소개됐는데, 남남 로맨스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형제애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이 영화가 생각났어요. 동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형과 그와 반대로 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동생, 그리고 두 사람을 쫓는 형사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범죄물이죠. 빚더미에 오른 형제가 어머니의 유산인 농장의 소유권마저 은행에 차압당할 위기에 처하자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이거든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씁쓸한 현실에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보면서 생각할 거리를 안게 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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