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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CHA_ME> 트라이아웃 공연[NO.167]

글 |안세영 사진제공 |우란문화재단 2017-08-28 5,186

SNS 속 내가 현실로 나온다면?

 



우란문화재단의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 ‘시야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된 뮤지컬 <#Cha_Me>가 지난 7월 3일과 4일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다. ‘시야 스튜디오’는 창작자를 선정해 아이디어를 대본으로 발전시키는 단계부터 리딩, 트라이아웃에 이르기까지 맞춤식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어쩌면 해피엔딩>이 ‘시야 스튜디오’를 거쳐 본 공연을 올린 바 있다. <#Cha_Me>는 <명동 로망스>를 함께한 조민형 작가와 최슬기 작곡가의 작품으로, 2016년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개발된 후 ‘시야 스튜디오’로 연계되었다. 트라이아웃 공연은 최종윤 작곡가가 편곡을 맡고, 박소영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이 참여해 120분에 걸쳐 18곡을 선보였다. 출연진에는 유주혜, 김보경, 강영석, 조형균이 이름을 올렸다.


<#Cha_Me>는 SNS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던 차미호 앞에 실제로 SNS 속 자신인 ‘차미’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심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미호에게 SNS는 관심과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미호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타인의 SNS 사진까지 도용하고, 점점 더 완벽해지는 SNS 속 자신이 진짜 자신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깨진 핸드폰 액정을 통해 SNS 속 미호인 ‘차미(Cha_Me)’가 현실로 튀어나온다. 그 이름도 차밍(Charming)한 차미는 미호가 보정으로 만든 셀카 속 예쁜 얼굴은 물론 타인의 SNS에서 가져온 경험과 능력까지 모두 갖춘 존재다. 차미는 미호의 삶을 대신 살아주며 거침없이 연애와 취업에 성공한다. 미호는 기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미 뒤에 숨어 사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때마침 편의점 아르바이트 동료인 연고대가 미호의 비밀을 눈치채고, 미호의 짝사랑 상대이자 차미의 남자친구인 오진혁의 숨겨진 정체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작품은 시종 유쾌한 음악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하지만, SNS를 통해 자신을 전시하고 포장하려는 행동 밑바닥에 깔린 현대인의 심리를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꾸며내느라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잊어버린 미호의 모습은 ‘남들이 원하는 모습을 나도 원한다’는 사고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품은 이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생존을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춰야 하는 현실과 연결 짓는다. 차미가 면접관 앞에서 자신을 ‘딱 써먹기 좋은 완제품’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나, 문학 애호가인 연고대가 자기소개서에 ‘자소설’을 쓰는 장면은 이처럼 서늘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SNS에서 탄생한 ‘차미’가 단순한 악역으로 그려지는 건 아니다. 차미와 미호는 이야기 진행에 따라 서로 연대하거나 갈등하며 함께 성장하는데, 뮤지컬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두 여성 주인공의 관계에 주목한 점이 신선하다. 특히 미모와 재능, 자신감으로 무장한 차미는 거침없는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예컨대 차미가 소심한 미호와 달리 인기남 진혁에게 먼저 다가가 대시하는 장면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SNS 사용 세태를 풍자한 재치 있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트라이아웃 무대는 런웨이 형태의 흰 무대에 각종 SNS 영상을 투사해 이러한 매력을 십분 살렸다. SNS라는 독특한 소재와 뮤지컬의 만남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조민형 작가·최슬기 작곡가     

 
<#Cha_Me>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조민형  <#Cha_Me>는 ‘완벽한 존재가 내 삶을 대신 살아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처음 구상한 것은 가난한 남자가 뱀파이어 병에 걸린 남자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이야기였지만,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상투적이라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때마침 ‘SNS 인생 도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고, 기사 내용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얘기와 잘 맞아서 소재를 바꾸게 되었다. 


어떤 개발 과정을 거쳐 왔나?
조민형  2016년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른 창작진 2팀, 멘토 2명과 의견을 나누며 작품을 개발했다. 이 단계에서 초반부 9개 넘버를 만들었다. 이후 ‘시야 스튜디오’로 넘어가 김유철 PD, 박소영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과 한 팀을 꾸리고 뒷이야기를 완성했다. 지난 3월에는 9번 넘버까지 내부 리딩 공연을 하고 캐릭터를 점검했다.


후반부로 넘어가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은?
조민형  후반부 반전은 정해져 있었지만, 끝까지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했다. 자칫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진짜 나다운 게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밝고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다. 후반부가 차미와 미호의 대결로 흘러가면서 어두워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음악적으로 어떤 점을 신경 써서 작곡했나?
최슬기  소재를 바꾼 뒤로는 전체적으로 밝게 가고자 했다. 작가가 쓴 가사에 충실하되 깨알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캐릭터별로 살펴보면 차미의 노래는 음역대가 높은 디즈니 공주풍으로, 미호의 노래는 현실적인 느낌으로 작곡했다. 또 반전을 숨긴 캐릭터인 진혁의 노래는 유일하게 변박이 많다.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넘버는?
조민형  차미가 진혁과 데이트를 시작하자 미호가 신이 나서 부르는 넘버 ‘모두 원해’다. 미호가 가장 행복한 동시에 짠해 보이는 장면으로, 전체 이야기를 관통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건 서로 다른 두 장면이 계속 교차되는 10번 넘버 ‘헤이 헤이 헤이’다. 9번 넘버까지 완성한 후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장면이다.

최슬기  ‘헤이 헤이 헤이’는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동시대적인 이야기인 만큼 차미의 노래를 아이돌풍으로 쓰고 싶었는데, 이런 대중가요 스타일의 노래는 처음 작곡해 봤다.


런웨이 형태의 무대가 독특한데?
조민형  SNS란 결국 나를 타인의 시선 앞에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런웨이 무대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 회의가 일찍 시작된 덕에, 우리도 각 파트 디자이너와 많은 대화를 나눈 상태에서 대본과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헤이 헤이 헤이’나 편의점 손님 등장 신은 아예 런웨이 무대를 염두에 두고 쓴 장면이다.


<#Cha_Me>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최슬기  결국 우리 모두가 미호다. SNS를 하든 안 하든 누구나 타인의 삶이 부럽고 내 삶이 보잘 것없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데, 각자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면 좋겠다.
조민형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지만 저마다 나름의 사랑스러운 면을 갖고 있지 않나. 그 사랑스러움을 남들은 몰라도 자신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나도 사랑스러운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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