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의 근위병>
아름다움의 그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은 인도 아그라에 위치한 무굴 제국의 대표적 건축물로,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자신이 총애했던 부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지은 무덤이다. 뭄타즈 마할이 죽은 지 6개월 후부터 건설을 시작한 타지마할은 총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동원해, 완성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세기의 건축물로 불리는 타지마할은 페르시아, 터키, 인도 및 이슬람의 건축 양식이 조합된 건축물로 꼽히며 1983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정도다. 무엇보다 타지마할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황제 샤 자한이 타지마할이 완공된 직후에 건축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의 손목을 잘랐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데는 바로, 타지마할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황제 샤 자한의 강력한 뜻이 있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자 무덤인 타지마할 궁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바드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작가 라지프 조셉의 작품으로, 그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타지마할의 근위병> 역시 타지마할 궁전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이야기할 예정. 작품에 등장하는 휴마윤과 바불은 오랜 친구 사이다. 1648년 22년 만에 타지마할이 세상에 공개되는 첫날, 황실 말단 근위병인 휴마윤과 바불이 타지마할을 등지고 보초를 서는 모습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되는 문지기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임무가 주어진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따라 밤새도록 엄청나고 끔찍한 임무를 처리하는 두 사람을 통해 삶과 우정을 넘어 의무에 대한 관념이 변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름다움과 신념 사이에서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블랙 유머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공포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돈독한 친구인 휴마윤과 바불. 작품은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부당한 권력에 대한 충성과 의무, 이들의 갈등과 우정,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또 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선택하는 행동 그리고 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신념을 주목한다.
개막 전부터 많은 연극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무대는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그것을 충실하게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주 무대는 17세기 인도의 성벽과 어둡고 좁은 밀실이다. 연출을 맡은 이종석은 “휴마윤과 바불에게 놓인 상황들을 공간적으로 구성했다. 수직 구조를 바탕으로 구성된 공간은 답답한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고 밝혔다. 무대, 조명, 음향 등 세부적인 무대 상황 또한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을 최대한 구현할 예정이다. 이종석 연출은 “작품에는 무대, 조명, 음향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담겼다. 그들의 생각과 국내 초연 공연을 근접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들의 동선과 연출의 해석은 다를 수 있으나 창작진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대적인 상황이나 원작을 특별하게 변형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에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조성윤과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최재림이 근위병으로서 의무에 충성하는 원칙주의자 휴마윤으로 캐스팅됐다. 또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드는 김종구와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신선함을 선사하는 이상이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바불로 무대에 오른다.
MINI INTERVIEW
이종석 연출
<타지마할의 근위병>의 관람 포인트는?
어떠한 상황 속에 놓인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관계가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 주목해 달라. 시간이 지날수록 휴마윤과 바불이 품은 신념이 변화하기도 하고, 지켜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철학과 신념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줄 것이다.
작품 속 잔인함에 대한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
잔인함의 수위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그렇지만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보여줄 잔인함의 정도는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만 명의 손목을 자르고 난 후의 공간을 가능하면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젊은 남자들의 연극으로, 대사나 행동으로 인물의 선택과 상황을 보여주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과 신념으로 인해 (스스로가) 원치 않는 결과를 낳는다. 즉,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가 휩쓸리는 모습을 드러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작가 라지프 조셉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서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사회적 불편함, 세상에 말해야 하는 무언가를 위해 작품을 창작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왜 이런 인물이 탄생했는지 알아줬으면 감사하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