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문다. 관객은 한정된 객석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무대에 뛰어들어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뉴욕, 런던 등을 중심으로 최근 공연계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이머시브 공연.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이머시브 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실제로 국내는 해외만큼 이머시브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는 아니지만, 그 특징을 띤 공연들이 꾸준히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전하고 있다. 더불어 이머시브 공연과 접점을 이루는 <오늘 처음 만나는 뮤지컬>, <쉬어 매드니스> 등 관객 참여형 공연이나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남산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편> 등 공간 특정적 공연의 등장도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해 왔다. 국내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바키’, ‘코끼리들이 웃는다’ 등 실험적인 무대를 지향하는 집단들이 이머시브 공연의 특징을 지닌 작품들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변방연극제, 안산국제거극축제 등 객석과 무대의 한정적인 개념을 탈피한 축제에서도 이런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머시브 공연의 특징을 지닌 국내 공연들을 한데 모아 특별한 체험이 주는 재미를 알아보았다.
<로드씨어터 대학로>
지난해 11월 초연한 <로드씨어터 대학로>는 이머시브 연극을 표방한 신개념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이곤이 연출한 <로드씨어터 대학로>는 한정된 공연장을 벗어나 대학로 곳곳으로 무대를 넓혔다. 작품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들이 대학로 곳곳을 체험할 수 있게 극을 꾸렸다. 공연 전 관객들에게 주어진 공지는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걷기 편한 신발과 복장을 갖추라는 것.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스마트폰으로 ‘로드씨어터 대학로’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헤드폰을 끼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작품의 큰 줄기는 <햄릿> 공연 준비 중 연극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 삶의 전선으로 돌아간 배우들을 찾아다니는 것. 관객들은 헤드폰을 통해 나레이터의 안내와 음악을 들으며, 학림다방 앞 횡단보도, 낙산기슭 뒤 자취방,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 등 6개 거점으로 이동해 배우들의 가상극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연극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대학로 곳곳을 체험하고, 대학로의 문화를 좀 더 가까이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1호 아인슈타인이 있다>
제16회 변방연극제 참가작 <201호 아인슈타인이 있다>는 마임공연단체 호모루덴스컴퍼니와 장소특정형 커뮤니티 공연예술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가 협업한 독특한 공연이다. 이 작품은 공연장을 벗어나 서촌에 위치한 작은 빌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공간의 특성상 입장 가능한 관객은 회당 6명. 이들은 친숙함과 낯섦이 혼재된 타인의 집을 방문해 작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작품은 허무맹랑 사기단 같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행성 c201을 소개하고, 그곳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황당한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관객들은 빌라에 도착해 로비에 짐을 맡기고 한 명씩 입장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어둠 속에 초록빛의 UFO가 떠다니고, 관객들은 얼떨결에 녹색 물질을 받아먹으며 외계인과 소통한다. 관객들은 온통 초록빛으로 분장한 외계인과 함께 공연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 미션을 수행한다. 싱크대 밑 찬장에도 들어가고, 침대에 빼곡히 누워보기도 한다. 때론 외계인이 좁은 공간에서 대걸레를 수평으로 잡고 돌리며 만들어내는 장애물을 관객들이 요리조리 피해야 한다. 부엌, 침실, 거실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은 어느덧 낯설고 색다른 경험의 장소로 변모하며, 극적인 체험을 전해 준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관객참여RPG(롤 플레잉 게임)형 연극이란 컨셉을 내세우며 눈길을 끈 작품이다. 지이선 작가, 김태형, 황희원 연출이 창작해 2013년 마로니에 여름축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건물 내 위치한 1층 씨어터카페를 비롯해 분장실, 옥상 스튜디오, 한국공연예술센터 사무실 등 대학로예술극장 전체를 무대로 삼았다. 이야기는 공연을 하루 앞둔 작가, 연출가, 배우들이 막판 리허설 중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린다. 회당 관람 인원은 80명. 20명의 관객들이 네 그룹으로 나뉘어 조연출 역을 맡은 배우를 따라 건물을 각기 다른 방향을 돌며 공연을 관람한다. 이들이 공연 공간에 도착하면 연극판의 생생한 현장이 이어지며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한껏 몰입시킨다. 또한 관객들은 단순히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공연에 개입하게 된다. 상황극에 참여해 배우의 역할을 맡기도 하고, 갑작스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춤을 추거나 자신의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평소 가보기 어려웠던 극장 내 구석구석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공연의 일부가 되어 작품을 완성하는 독특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삐끼ing>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삐끼ing>는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 프로젝트로 펼쳐진 야외이동체험형 공연이다. 이 작품은 대학로의 공연 선택을 강요하는 삐끼들의 행태를 우리의 삶을 점령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란 메신저와 연결해 의미 있는 체험을 전한다. 이를 통해 내가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들이 알고 보면 어떤 프레임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삐끼ing>는 사전 관람 신청을 받아 회당 35명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들은 관람 전날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되고, 공연 당일 시간에 맞춰 대학로에 방문할 것을 요청받는다. 모임 장소인 대학로 씨어터카페에 도착한 이들은 카톡방을 통해 주어지는 크고 작은 미션들을 수행한다. 카톡방 삐끼는 눈앞 풍경 사진을 찍어 공유하라거나, 흥미로운 광고지를 골라보라거나, 짐을 싸서 카페 밖으로 나가라는 등 다채로운 미션을 보낸다. 삐끼의 안내에 따라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로를 경험하게 된다. 공연의 종착지는 연우소극장. 카톡방 삐끼의 안내에 따라 관객들이 연우소극장에 다다르면, 삐끼의 마지막 질문과 함께 텅 비고 어두운 무대에 불이 켜지고 80분의 퍼포먼스가 막을 내린다.
Collective A의
은 2012년 문화역 서울284에서 초연한 댄스 퍼포먼스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공간 특정적 공연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벗어난 새로운 공간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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