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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 [No.164]

글 |안세영 사진제공 |에스와이코마드 2017-06-05 4,158

3D 미디어 아트와 클래식의 만남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




디지털 기술의 진화가 공연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딱딱하고 고지식할 것 같은 순수 클래식 장르도 예외는 아니다. 5월 아시아 첫 내한 공연을 올리는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비발디의 음악과 초대형 3D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색다른 클래식 공연. 체코 유명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공연은 클래식과 영상 외에도 록과 일렉트로닉 음악, 현대무용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더해 눈과 귀를 압도할 예정이다.




영상으로 되살린 비발디의 삶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생애를 음악과 영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공연이다. 1678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태어난 비발디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비발디는 이 밖에도 사제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의 아버지가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아들을 음악가로 키우는 대신 수도원으로 보내 사제 수업을 받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발디는 사제가 되어서도 천식 탓에 제대로 미사를 올리지 못했고, 남달리 붉은 머리카락 탓에 ‘붉은 머리 신부’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 자신도 사제 일보다는 바이올린 연주와 작곡에 열심이었다. 비발디는 1703년부터 1740년까지 피에타 여자 고아원 겸 음악 학원에서 일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많은 종교 음악을 만들며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45세 무렵 성악가 안나 지로와 염문에 휩싸인 그는 고향 베니스를 떠나 유럽을 전전하게 되었고, 결국 오스트리아 빈에서 63세의 나이로 초라한 죽음을 맞았다. 이후 비발디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가 시간이 흘러 바흐에 의해 재조명되었다. 비발디가 남긴 작품은 협주곡 454곡, 바이올린 소나타 18곡, 오페라 38편 등 총 6백 여 곡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유명하다.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체코 출신 음악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광고회사 ‘오길비 & 마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토마슈 벨코가 실제 비발디의 삶에 상상력을 가미해 대본을 썼다. 공연은 비발디에게 끊임없이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는 가상의 존재 ‘안젤로의 거울’과 제자 안나와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베니스에 지진이 나던 밤, 허약한 칠삭둥이로 태어난 비발디. 비발디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려주면 성직자로 키우겠다고 기도한다. 그때 안젤로라는 인물이 찾아와 거울을 사면 아이를 살려주겠다 약속하고, 아버지는 속는 셈 치고 거울을 산다. 무사히 청년으로 자라난 비발디는 성직자가 되지만, 그의 관심사는 오직 음악뿐. 어느 날, 그런 비발디 앞에 안젤로의 거울이 나타난다. 거울의 마력에 빠진 비발디는 식음을 전폐하고 음악에 매달린 끝에 유명 작곡가가 된다. 이후 성악가 안나와 사랑에 빠진 비발디는 잠시 거울을 떠나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쉼 없이 그를 쫓아오는 거울 탓에 다시 베니스로 돌아온 그는 죽을 듯한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며 ‘사계’를 완성한다. 비발디는 곧 안나와 재회하지만 성직자의 사랑이라는 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고, 아버지와 후원자의 죽음 등 불행이 거듭된다. 몰락한 비발디는 거울을 저주하면서도 점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비롭게 재탄생한 비발디의 이야기에 더욱 환상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것은 화려한 영상 효과다. 무대 전면에 위치한 반투명막에 영사된 영상과 후면에 위치한 초대형 LED 스크린 영상이 겹쳐지면서 생생한 3D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이엘린 애니메이션(Eallin Animation)’의 코스케 스기모토가 디자인한 영상은 때로는 배경 무대가 되고, 때로는 독립된 캐릭터가 되면서 관객을 이야기 속 세계로 데리고 간다. 음악의 흐름에 맞춰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이미지의 향연은 오케스트라 연주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현대적인 편곡과 퍼포먼스

                     

현대적으로 편곡된 비발디의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에는 체코 내 최고 음반 판매 기록을 가진 작곡가 미칼 드보르자크가 프로듀서 겸 편곡자로 참여했다. 미칼 드보르자크는 수년에 걸쳐 클래식,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결합한 공연을 만들어왔다. 그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비발디아노 프로젝트는 아트 록, 클래식, 전자음악이 접목된 공연을 만들고자 한 나의 오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초기에는 음악적 실험에 불과했으나, 지난 12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스타디움 규모의 거대한 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2년간 2백만 유로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는 2016년 체코에서 첫선을 보였다.‘비발디아노’는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과 ‘그해의(Of the year)’를 뜻하는 라틴어 ‘아노(Anno)’를 결합한 것으로, ‘비발디의 해’라는 의미를 지닌다. 수많은 작곡가 가운데 비발디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한 곡 구성과 리듬, 아름답고 긍정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비발디의 음악은 다른 바로크 작곡가에 비해 복잡하지 않은 구조와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낙관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발디를 역사상 가장 긍정적인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삶 또한 흥미로운 여정임이 분명하다고 여긴다.” 미칼 드보르자크는 비발디의 원곡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악기와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능한 한 기존의 악보를 지키면서, 비발디가 지금 살아 있다면 시도했을 법한 방식으로 현대음악을 추가했다. 표현의 방식을 현대화함으로써, 처음에 음악이 주었던 느낌과 감정을 더욱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공연에는 체코의 실력파 현악주자 4인과 오케스트라 10인, 안무가 2인이 참여한다. 프로듀서인 미칼 드보르자크가 직접 키보드를 연주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이르지 보디카, 첼리스트 마르케타 쿠비노바, 바이올리니스트 마르티니 바초바가 메인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댄서 마르틴 시사르즈와 레오나 크바스니초바는 안무를 통해 비발디와 안나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다. 


5월 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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