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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국립창극단 <코카서스의 백묵원> [No.164]

글 |나윤정 사진제공 |국립창극단 2017-05-26 3,636

국립창극단 <코카서스의 백묵원>

기른 정의 두터움





2015년 초연한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국립창극단과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의신은 <야끼니꾸 드래곤>,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창작자다. 2011년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각색해 <쥐의 선물>을 선보였던 그는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통해 또 한 번 브레이트에 도전하였다. 이 작품은 정의신이 도전하는 첫 창극이기도 하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브레히트가 솔로몬처럼 현명한 판관의 이야기를 담은 원나라의 『석필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해 1948년 초연한 작품이다. 브레히트의 작품 중 가장 시적이고 서사적 요소가 많다고 평가받고 있다.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총 6막으로 이루어진 극중극 형식을 띤다. 1막은 코카서스 어느 산중에 있는 마을의 두 집단농장이 비옥한 계곡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을 그린다. 그리고 2막부터 내레이터가 등장해 이 논쟁의 시초가 된 백묵원의 전설을 펼친다. 이는 미첼이란 소년의 친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야기다. 살해된 영주의 아들 미첼을 구해 기른 하녀 그루셰와 아들 미첼을 버리고 도망갔던 영주 부인 나텔라가 서로 자신이 아이의 친어머니라고 주장을 한다. 가난한 민중을 대변하는 재판관 아츠닥은 친모를 찾기 위해 백묵으로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아이를 내려놓는다. 두 여인은 각자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는데, 결국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된 그루셰가 손을 놓는다. 이 모습을 본 아츠닥은 생모가 아닌 그루셰가 진정한 엄마라는 판결을 내린다.




정의신 연출은 서막에 해당하는 원작의 1막을 과감히 지우고, 원작의 극중극인 백묵원의 전설을 전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에 따라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성의 하녀 그루셰와 경비병 시몬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반란으로 성에 전쟁이 일어나고 시몬은 그루셰와 결혼을 약속한 뒤 전쟁터로 불려간다. 영주 부인 나텔라는 아들을 버리고 달아나지만, 그루셰는 그 아이를 데리고 피난길을 떠났다가 온갖 시련을 겪는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지만 다시 고난이 찾아온다. 영주 부인 나텔라의 등장으로 그루셰는 아이의 친모를 가리는 재판장에 서게 된다. 친모와 양모가 각기 낳은 정과 기른 정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소리 대결이 이 작품의 백미로 손꼽힌다. 원작은 재판 후 모두가 행복을 찾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를 한 번 더 비틀어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고귀함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재판관 아츠닥 역은 유수정과 서정금, 그루셰 역은 조유아, 나탈라 역은 김미진이 맡는다.  

        

6월 3~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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