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소한 취향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 젊은 창작자들은 어떤 작품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해 왔을까요. 지금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 10인에게 당신을 처음 이곳으로 이끈 작품은 무엇이었지, 또 당신이 앞으로 꿈꾸는 작품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 창작자 답변은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실었습니다.
김예림 (음악감독 겸 작곡가)
한양대 음악대학에서 작곡과를 전공한 후 연극 음악 작곡과 음악 조감독으로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뮤지컬 음악감독 겸 작곡가로 활동하며 입지를 넓혔다. 작곡 대표작으로는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해 개발한 영화 원작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가 있다.
주요작
2016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 작곡
2015 뮤지컬 <아보카토> 음악감독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 본 공연은 무엇입니까?
고등학교 때 본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정말 놀랍고 경이로웠어요. 아름답고 역동적인 선율도 인상적이었고, 음악이 이야기뿐 아니라배우의 동작이나 무대 전환 같은 공연의 모든 부분을 컨트롤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무대나 조명, 의상 등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볼거리에도 압도당했죠.
작곡가를 꿈꾸게 만든 작품을 꼽는다면?
대학 재학 중,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이 많던 때 뮤지컬 <빨래>를 보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나와 비슷한, 어쩌면 훨씬 더 힘들지 모르는 사람들이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하자’고 다시 한 번 굳게 마음먹게 됐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안함 속에서 방황하고 있지만,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음악과 좋은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한 공연이 있습니까?
뮤지컬 <마틸다>. 작년 뉴욕 여행 중 보게 됐는데, 대본과 음악, 무대, 조명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맥락 아래 잘 연출되어 있어 놀랐어요. 여러 파트의 사람들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 큰 감동을 받았죠. 나도 언젠가 이런 프로덕션을 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질투가 날 만큼 부러웠고요. 좋은 공연은 언제나 큰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끌립니까? 반대로 피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있습니까?
인간에 대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어떠하든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인간’에 집중돼 있다면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이유 없이 자극적인 공연들이나 여성 비하 시선이 담긴 공연에는 거부감을 느끼죠. 예전에는 ‘내가 여자라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생각했는데, 이젠 당당하게 일상에 스며 있는 여성 혐오에 맞서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남녀 모두 평등한 존재니까요.
리메이크해서 올리고 싶은 공연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가능하다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펀 홈>을 재창작해 보고 싶어요.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살아온 게이 아빠와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레즈비언 딸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인데,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특이한 가족이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아름다웠거든요. 물론 이미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 더 뛰어난 리메이크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요.
공연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고 싶습니까?
<킹키부츠>의 롤라. 배우의 힘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무한 긍정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만나면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아요.국내외 창작자 중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어린 시절부터 제 우상인 팀 버튼과 작업해 보고 싶어요. 뮤지컬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과 다른 판타지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팀 버튼은 뮤지컬 연출가로 더없이 훌륭할 것 같아요. 또 고선웅 연출님과도 언젠가 함께 작업할 수 있길 바라요. 평소 고선웅 연출님의 작품은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하는데, 묵직한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면서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감동을 받죠.
류찬 (작곡가)
학창 시절 오케스트라 단원 및 밴드 멤버로 음악 활동을 하다, 한예종 음악극창작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식 무대에 오른 <라이어 타임>과 <신과 함께 가라> 외에도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레드 슈즈>, <아라비안 나이트>, <87년, 봄> 등을 발표했다.
주요작
2016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 작곡
2015 뮤지컬 <라이어 타임> 작곡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 본 공연은 무엇입니까?
일곱 살인가 여덟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갔던 것이 공연에 대한 첫 기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 마음에 정말 어마어마한 공간에서 어마어마한소리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프로그램 중 하나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는데,
미술 전시회에서 이 그림, 저 그림으로 걸어 다니는 것을 표현한 모티프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모음곡입니다. 집에 와서 그 멜로디를 피아노로
쳤더니 엄마가 제게 비범한 재능이 있다고 오해하시고는 한동안 집에 오는 손님들 앞에서 그 곡을 치게끔 하셔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첫 공연이 되었어요.
작곡가를 꿈꾸게 만든 작품을 꼽는다면?
한 작품이 특별한 계기가 됐다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을 쓴 앨런 멘켄의 곡을 특히 좋아했는데, 나중에 그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매우 겸손하고 소탈한 사람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내 음악이 특별히 독창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곡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죠. 그 말 덕분에 곡을 쓰겠다는 용기를 내게 된 것 같아요.
당신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한 공연이 있습니까?
무대에 올라가는 모든 공연에 질투를 느낍니다. 좋으면 좋아서, 나쁘면 나빠서 질투를 느낍니다. 좋은 공연이면 ‘나는 왜 저런 작품을 못 만드나?’ 질투를 느끼고, 나쁜 공연이면 ‘저런 작품도 공연이 되는데 난 왜 못하고 있나?’ 하면서 질투를 느낍니다.
명작으로 일컬어지지만 당신은 좋아하지 않는 공연이 있습니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독하게 이기적인 남자가 자신의 지독하게 이기적인 연애담을 지독하게 이기적인 방식으로 정당화하는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내용이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과 기막히게 잘 짜인 구성 안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싫어합니다.
공연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고 싶습니까?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를 만나 세기에 남을 명작을 쓸 수 있는 천재 작곡가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국내외 창작자 중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쓴 박해림 작가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뉘앙스의 표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거라 기대됩니다. 이왕이면 정원영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험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에너지가 폭발하는 공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해림 (작가 겸 연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뮤지컬은 물론 연극, 판소리극, 연희극 등 다양한 공연 장르에서 작가이자 연출가로 활동해 왔다. 2016년 백석의 시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극본·작사상을 받았다.
주요작
2016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극작
2016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극작·작사
2015 판소리극 <수궁가가 조아라> 연출
2013 연희극 <백수들> 극작
2012 연극 〈미자에게는 미심쩍은 미소년이 있다.〉 연출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 본 공연은 무엇입니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입니다. 영국의 스물두 살 풋내기들(훗날 거장이 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가 팀 라이스)이 성서의 이야기를 록뮤지컬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죠. 심지어 성스러운 예수의 마지막을 현대적인 쇼로 재해석하다니! 대본, 음악, 연출의 완벽한 조화. 뮤지컬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린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을 계기로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한 공연이 있습니까?
최근 올라간 <어쩌면 해피엔딩>과 <레드북>. 음악과 대본이 정말 좋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사실 전 질투가 없는 사람이라, 그저 ‘덕후’ 기질이 발동하여 회전문을 돌았습니다. 애정 작가들 만세!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 혹은 누군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 있습니까?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영화 <델리카트슨 사람들>. 이 영화의 기괴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인육을 먹어야만 하는 세기말적인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푸줏간을 찾아온 남자와 그 푸줏간의 딸이 사랑에 빠져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뮤지컬로 제작된다면
독특한 형식과 음악이 나올 것 같습니다. 게다가 미완의 이야기라는 장점도 있고요!
공연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고 싶습니까?
무명의 신인 뮤지컬 창작자였던 <구텐버그>의 주인공 ‘버드’ 와 ‘더그’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처럼 고군분투하고 있는 뮤지컬 작가로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네요. 물론 <구텐버그>라는 작품 덕에 현실에서 ‘버드’ 와 ‘더그’는 이미 유명인사가 됐지만요. 그들이 만든 극중극이 실제로 공연된다면 제가 제일 먼저 보러 달려갈 거예요.
국내외 창작자 중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소리꾼이자 작창가, 연출가, 배우인 이자람. <사천가>, <억척가> 등의 판소리를 만들고, 뮤지컬 <서편제>에도 출연하셨죠. 그 끝없는 창작의 열정과 예술의 깊이를 나눠받고 싶습니다.
마음에 새기고 있는 공연 속 대사나 가사가 있습니까?
뮤지컬 <서편제>의 ‘살다보면’ 가사.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제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성종완 (배우, 작가 겸 연출)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으로, 2006년 배우로 대학로에 데뷔했다. 뮤지컬 창작소 ‘불과얼음’에서 극작 수업을 받았으며, 대학 재학 중 쓴 첫 뮤지컬 <라비다>가 첫 작품이다. 작가 겸 연출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최근에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오랜만에 배우로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요작
2016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출연
2016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연출, 각색
2014 뮤지컬 <비스티보이즈> 각색, 연출
2013 뮤지컬 <글루미데이> 작, 연출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 본 공연은 무엇입니까?
2000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조광화 연출님의 연극 <미친 키스>입니다. 왜 그 공연을 선택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강렬한 제목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강렬했고요. 공연 외적으로 말하자면, 배우들이 무대 양쪽에서 동시에 연기할 때 누구를 쳐다봐야 할지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그 공연은 객석 왼편의 발코니까지 동선으로 사용해 내내 두리번거리다가 커튼콜을 맞았지요. 조광화전 20주년 기획으로 다시 공연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반가운 마음입니다.
작가, 연출가를 꿈꾸게 만든 작품을 꼽는다면?
2005년, 대학 시절 뮤지컬 작곡을 공부하고 싶어 뮤지컬 창작 워크숍에 신청했다 선생님들의 권유로 극작·작사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당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이듬해 처음 쓴 결과물이 <햄릿>입니다. 워크숍 동기 김경육 작곡가와 대학 동기 박소영 연출가, 홍광호 배우 등과 함께 즐겁게 만들었고, 예상치 못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경험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지금껏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가을 이 작품이 프로 무대에 오른다고 하니 제겐 참 뜻깊은 일입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질투심을 느끼게 한 공연이 있습니까?
너무나도 많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훌륭한 공연을 보면 관객으로선 참 행복하지만, 창작자로선 질투심이 많이 납니다. 특히 라이선스 공연은,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경우 질투심이 생깁니다. 그중에서도 <시카고>, <위키드>, <스프링 어웨이크닝>, <넥스트 투 노멀> 등을 보고 유독 심하게 질투했고, 창작의 경우엔 <블랙메리포핀스>, <셜록홈즈>, <프랑켄슈타인>을, 그리고 연극 <비포 앤 애프터>를 봤을 때 그러했습니다. 그런 날은 어쩐지 저만 빼고 다 잘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명작으로 일컬어지지만 당신은 좋아하지 않는 공연이 있습니까?
예전에는 명작으로 불리는 공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건 일단 싫어하고 보는 성격 때문입니다. 모두가 서태지에게 열광할 때 듀스를 듣고, 신승훈이 가요 프로그램에서 14주 연속 1위를 할 때, 14주 연속 2위만 하는 박정운을 응원하는 식이었죠. 그러나 요즘엔 이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창작을 하기 시작하면서 명작이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론 명작을 만든 창작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그들로부터 배우고자 노력합니다.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 혹은 누군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 있습니까?
이렇게 제 아이템을 다 노출시켜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유진 오닐의 희곡『느릅나무 아래 욕망』을 꼭 뮤지컬로 만들고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수레바퀴 아래서』를 뮤지컬로, 『황야의 이리』는 연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다른 작가에게 넘어간 『은하철도의 밤』 또한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던 소설입니다. 그리고 소설가 로맹가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시놉시스를 써놓은 게 있는데
아직 제작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특정 배우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 공연이 있습니까?
저는 대본을 쓸 때, 특정 배우를 떠올리면서 작업하곤 합니다. 뮤지컬 <느릅나무 아래 욕망> 같은 경우, 캐봇 역은 강필석 배우, 애비 역은 전미도 배우, 애번 역은 전성우 배우를 생각하며 각색하고 있습니다. 연극 <황야의 이리>의 주인공 하리 할러는 최민식 선배님을 캐스팅해 LG아트센터에서 올리고 싶습니다. 뮤지컬 <로맹가리>의 제 상상 속 주인공은 황정민 선배님입니다.
국내외 창작자 중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선영, 최종윤, 이나오, 김여우리 작곡가. 이선영 작곡가와는 수년 전 아카펠라 뮤지컬을 함께 쓸 기회가 있었는데, 제작 단계에서 무산돼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여우리 작곡가는 아직 관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뛰어난 실력이 빨리 소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재능이 뛰어난 장우성 작가, 전동민 작가와의 작업도 늘 기대합니다. 대중음악 뮤지션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이적, 김동률, 넬, 타이거JK, 김사랑 등과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이선영 (작곡가)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 아카데미에서 뮤지컬 작곡을 공부했다. 이후 뮤지컬 음악 조감독으로 활동하다가 2013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뮤지컬 작곡가로 데뷔했다.
주요작
2017 뮤지컬 <레드북> 작곡
2015 음악극 <템페스트> 작곡
2013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곡
2012 연극 <커피와 로맹가리> 작곡
2011 다원 예술 <24시 밤의 제전> 작곡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처음 본 공연은 무엇입니까?
성인이 되어 처음 본 뮤지컬은 2006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공연한 <햄릿>입니다. 학교 선배였던 김경육 작곡가의 초대를 받고 갔는데, 뮤지컬이 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열정에 충격을 받았죠. 특히 햄릿 역을 맡았던 홍광호 배우의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햄릿>이 올해 하반기에 정식 공연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기대 중이에요.
작곡가를 꿈꾸게 만든 작품을 꼽는다면?
20대 중반, 친한 선배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창작뮤지컬을 올리는데 몇 곡만 써달라고요. 클래식 작곡만 공부했지, 뮤지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무슨 생각에선지 덜컥 하겠다고 나섰죠. 뮤지컬 제목은 <환생>. 곡을 쓰면서, 그리고 배우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공연을 마친 뒤, 뮤지컬 아카데미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뮤지컬 공부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뮤지컬 작곡가를 꿈꾸게 되었어요. 이후 <환생>은 <라 레볼레시옹>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공연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절 꿈꾸게 해준 작품인 만큼 멀리서나마 열심히 응원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끌립니까? 반대로 피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있습니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맨 오브 라만차>처럼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에 감명받는 편입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얘기해 주는 거 같아서요. 피하는 종류의 이야기는 딱히 없지만, 성의 없이 만든 공연은 피하고 싶습니다.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 혹은 누군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 있습니까?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더 리더>, 타마르 반 덴 도프 감독의 <블라인드>,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 검색해 보니 죄다 ‘드라마, 멜로/로맨스’로 분류되어 있는 영화네요. 좋아하는 영화지만 제가 쓰면 망칠까봐 무서워서 누가 써줬으면 좋겠어요.
특정 배우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 공연이 있습니까?
2011년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에 음악 조감독으로 참여했는데, 당시 최상궁 역할을 맡은 태국희 배우를 보고 바로 팬이 됐습니다. 연습실에서부터 몰입도와 카리스마가 엄청나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거든요. 게다가 훌륭한 인성까지 지닌 배우라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창작자 중 가능하다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우란문화재단에서 <레드북>을 개발할 당시, 배삼식 작가님께서 멘토로 참여해 주셨어요. 조언해 주신 말씀이 다 좋았고, 배울 점이 많았죠. 언젠가 선생님이 쓰신 가사에 음을 붙일 수 있다면 참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마음에 새기고 있는 공연 속 대사나 가사가 있습니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 가사.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