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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베헤모스> [No.161]

글 |배경희 사진제공 |랑 2017-02-14 3,356

인간 속성을 파헤치는 진실 게임

<베헤모스>




인기 단막극이 연극으로 재탄생해 무대에 올랐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젊은 크리에이티브 팀이 뭉쳐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베헤모스>가 바로 그것. 중견 제작사 PMC 프러덕션이 제작을 맡은 <베헤모스>는 KBS의 단막극 장수 프로그램인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소개된 <괴물>을 각색한 작품이다. 2014년 봄에 방영된 드라마 <괴물>은 당시 시청자와 평단으로부터 동시에 좋은 평가를 받아 이듬해 열린 제49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TV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야기는 사고뭉치 재벌 2세 태석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면서 시작된다.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호텔방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여자가 쓰러지면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곤경에 빠진 태석은 패닉 상태에서 아버지 창훈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창훈은 아들의 앞날보다는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 싶은 야망 때문에 단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변호사 이변에게 뒷거래를 제안한다. 10억 원을 줄 테니 아들을 무죄로 만들어 달라는 것. 목적이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변은 백전백승의 변호사답게 태석을 자수시켜 무죄를 입증할 판을 짜는데, 이변과 함께 연수원 생활을 한 앙숙 검사 오검이 수사를 맡으면서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사랑받았던 원작 드라마의 큰 줄기는 연극에서도 유지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이변과 오검, 태석 세 인물의 위치가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돼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사건의 진실 자체가 아닌 세 인물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이다. 연극의 제목을 ‘베헤모스’로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히브리어로 ‘아무도 쓰러뜨릴 수없는 거대한 짐승’을 뜻하는 베헤모스는 오검이 연수원 시절 이변에게 괴물을 잡을 땐 그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붙여준 별명이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뭉치 재벌 2세 태석과, 오직 돈 때문에 태석의 죄를 무마시키려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변, 이변의 죄를 입증하는 데 점점 혈안이 되는 오검. 특히 이변의 죄를 밝히기 위해 반칙은 절대 안 한다는 신념을 깨뜨리는 오검을 통해 욕망 앞에 추악해지는 인간의 속물 근성을 꼬집는다.


<트릴로지> 시리즈와 <글로리아>,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 최근 몇 년간 화제의 연극에 계속 이름을 올린 신진 연출가 김태형이 진두지휘를 맡았고, 뮤지컬 팬덤의 지지를 받았던 <풍월주>와 <살리에르>의 대본을 쓴 정민아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출연진도 탄탄하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열혈 검사 오검은 연극계에서 신뢰를 쌓아온 정원조와 뮤지컬과 연극을 활발히 오가며 활동 중인 김도현이 더블 캐스팅 됐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이변은 최대훈과 김찬호가,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고뭉치 재벌 아들 태석 역은 문성일과 신예 이창엽이 번갈아 맡는다. 이외에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멀티 캐릭터로 출연한다.  




mini interview  김태형 연출가

원작의 매력을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줄 계획인가.

원작 드라마는 변호사와 검사, 재벌 2세가 얽힌 살인 사건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넣어 제목 그대로 ‘괴물’ 같은 캐릭터들의 싸움을 보여준다. 연극은 원작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라이브 공연의 생동감을 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 괴물과 또 다른 괴물, 괴물에 괴물이 더해진 캐릭터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싶다.


연극 <베헤모스>의 관극 포인트는?

우선 원작 드라마에서 피해자로 나오는 여성의 존재가 수동적인 약자라 불편한 감이 있었다. 연극에서는 오히려 그런 약자의 모습을 더 강하게 드러내 남자에게 이용당하는 여성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우리 작품의 관극 포인트는 제목에 나와 있는데, 베헤모스는 여러 동물이 합쳐진 거대한 동물이라 그 누구도 쓰러뜨릴 수 없다고 하는 성경 속 괴물이다. ‘베헤모스’ 같은 극 중 캐릭터들의 이기적인 선택과 행동을 소름 끼치게 봐줬으면 좋겠다. 혹시 내 주변에, 그리고 나에게 인간이길 거부한 모습이 숨어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미디어가 사건을 얼마나 흥미 위주로, 가진 자들의 편 위주로 다루는지 삐딱하게 바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무대 컨셉은?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의 무대로 씁쓸하고 날카로운 극의 흐름에 어울리는 무대를 연출하고자 했다. 또한 영상을 활용해 방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줄 계획이다.


mini interview  정민아 작가

원작 드라마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흥미로웠고, 작품의 메시지가 와 닿았다. 특히 극 중 이변이 말하는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란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확 들어와서, 망설이지 않고 각색 제안을 받아들였다. 보통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공간상 여러 제약이 많아서 초반 세팅이 쉽지 않은데, <베헤모스>는 원작 드라마를 다시 보니 단번에 무대가 그려져서 어려움 없이 작업했다.


드라마 대본을 연극으로 옮기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최근 시국이 어지럽지 않나. 갑작스레 나라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해져서 이런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엔 걱정도 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감대를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연출님과 고민 끝에 캐릭터를 좀 더 서늘하게 표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인물들의 전사도 달라졌고, 엔딩에도 변화가 생겼다.


<베헤모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원작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 이 말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론 아닌 척하지만, 각자 크기만 다를 뿐 우리 모두 욕망 덩어리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존재니까. 이 작품이 거울이 돼서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 한구석이 뜨끔거렸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원작이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아니라고 말해 봐’라고 확실히 방점을 찍는다.


2월 1일~4월 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02-739-828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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