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연 이후 8년 만에 연극 <블랙버드>가 돌아왔다. 작품은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가 과거 한 사건을 두고 엇갈린 기억을 쏟아내는 형식의 2인극이다.‘열두 살 소녀와 중년 남자의 금지된 섹스’라는 충격적인 소재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블랙버드>의 포스터는 디자인풍경의 구민철 실장의 작품으로 이미지 포스터와 메인 포스터, 두 종류를 제작했다. 이미지 포스터는 작품의 분위기를 내세웠고 메인 포스터는 인물의 감정이 전달되도록 디자인했다. <블랙버드>의 이미지 포스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스틸컷처럼 상당히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어딘가를 헤매며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여자를 메인으로, 멀리 주저앉아 괴로워하는 남자를 내세운 이미지 포스터는 암울한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이용해 주인공 우나와 레이의 심리를 드러냈는데, 이는 극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공간을 연상시킨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비밀스럽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특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어둡게 촬영한 후 폴라로이드 사진의 해상도를 높여 다시 촬영해 포스터에 삽입했다. 또 손으로 써 내려간 ‘Blackbird’라는 극의 제목은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안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우나와 레이의 얼굴이 타이트하게 강조된 메인 포스터는 인물의 얼굴이 마치 세 등분으로 접힌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블랙버드> 측은 “작품에서우나는 15년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상처를 받고 인생이 멈춰버렸고, 레이는 감옥에 갇힌 뒤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삶을 살았다. 이런 점에 착안, 밀폐된 공간, 감옥, 창살 등 인물이 갇혀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인물의 얼굴을 분절시켰다”고 밝혔다.
<블랙버드> 포스터는 마치 흑백 사진처럼 완성됐는데, 이 또한 포스터에 사용된 무채색을 통해 작품의 암울한 내용을 강조할 목적이었다. 여기에 회색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무대에 착안, 무채색의 포스터를 통해 작품과 통일성을 이뤘다. 제목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금색 계열로 포인트를 줬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