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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김혜성 작곡가의 <마이 버킷 리스트> [No153]

사진제공 |벨라뮤즈 정리 | 나윤정 2016-07-01 5,807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되었어요. 그때 저는 큰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 뉴스를 보고 또 봤어요.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의 섭리는 무엇일까?’,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두문불출하며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던 중 라이브 강병원 대표님을 통해 19세 소년 스티븐 서튼의 사연을 듣게 됐어요. 서튼은 불치 암과 싸우면서도 자신과 같은 십 대 암 환자를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치고, 남은 생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기 위해 50개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더라고요. 그날로 제 머릿속에 이 작품의 틀이 완성되었어요. 큰 그림에 맞춰 제 의견과 음악이 들어갈 곳을 조율하며 즐거운 작업을 해 나갔어요. 또한, 이 작품을 통해 해기와 강구, 그리고 이들의 듀엣, 십 대다운 풋풋함, 장난기, 거칠지만 순수함, 외로움, 무서움 등의 감정이 잘 전해지길 바랐어요.





‘악몽’      
‘강구의 노래’가 강구의 폭발하는 분노와 외로움을 담았다면, 첫 곡인 ‘악몽’은 꿈을 통해 세상이 나를 잡아줬으면 했던 강구의 간절한 기대가 공허로 바뀌는 순간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앞부분에 특별한 대사 대신 이 곡으로 오프닝을 열면 어떨까? 여기에 긴 설명은 필요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곡을 써내려 나갔어요. ‘악몽’은 극의 말미 해기가 죽고 난 뒤 리프라이즈 되거든요. 이 리프라이즈가 참 맘에 들어요.


‘너야’      
어린 나이에 무서운 병에 걸려 병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본 적 있나요? 그들은 나이보다 훨씬 철이 들었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 장면은 해기가 병원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를 떠올리면서 시작되거든요. 죽음에 덤덤한 해기, 그리고 어른들이 준 상처로 마음이 아픈 강구. 저는 별 의미 없는 듯한 두 사람의 대화가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레치타티보의 템포와 호흡을 잘 살려야 하는 곡을 만들었어요.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 곡 후주의 스트링이었는데, 실제 뮤지컬 넘버에선 사용되지 않아 음악적으로 아쉬워요. 그래서 커튼콜 때 이 후주를 고집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요.


‘마이 버킷 리스트’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메인 테마로 염두에 두고 쓴 곡이에요. 먼저 곡의 구성, 제목, 타이밍을 정해 놓고 대본 작업을 시작했죠. 비록 슬픈 상황이지만 음악은 일부러 슬프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브리지 부분의 가사가 정말 예뻐서 그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어요. 무대를 상상하면서 해기의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죠. 또 기억에 남는 건, 이 곡을 쓸 때 책상 위에 크림빵을 놓아뒀거든요. ‘이 곡을 다 쓰면 크림빵을 먹어야지….’  생각했고, 물론 기쁜 마음으로 꿀꺽 크림빵을 먹을 수 있었죠.(웃음)


‘Why Not’     
제 개인적인 취향은 ‘길 위에서’나 ‘RUN’인데, 음악 팀과 팬들은 이 곡을 좋아한다고 많이 꼽아주세요. ‘세상은 살 만한 거야’라고 말하는 고(故) 이해기의 메시지가 초연 당시 배두훈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아련히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음악적으로는 이 곡에 코러스를 좀 많이 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죽은 해기가 혼자 불러야 한다는 설정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 점이 조금은 안타까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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