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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NTERVIEW]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매튜 본 [No.153]

글 |박병성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6-06-10 5,827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혁신적이고 대중적인 안무가, 매튜 본




고전을 현대적인 무대로 재해석해 동시대 관객들을 공감시키는 안무가 매튜 본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의 작품을 댄스에 포함시킬지, 뮤지컬로 분류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드라마성이 강한 춤을 선보인다. 그래서 소위 댄스컬이라는 용어로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매튜 본의’라는 수식어가 그 작품의 특성을 더 명확히 보여준다. 어떤 장르로 묶어내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지속하는 그가 이번에 가지고 온 작품은 2012년 초연한 그의 최신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이다. 매튜 본은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에 이어 <잠자는 숲 속의 미녀>까지 만들어냄으로써 차이콥스키의 3대 걸작 발레를 모두 그만의 방식으로 완성했다.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배경을 고아원으로 옮기고, <백조의 호수>에서는 근육질의 남성 백조로 대체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뱀파이어를 등장시킨다. 6월 공연에 앞서 서면을 통해 인터뷰를 나눴다.




매튜 본 스타일로 재창조

                     

지금까지 작업한 다양한 작품들은 스토리가 강하고, 고전을 현대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인 모던 댄스 작품이었다. 매튜 본 스타일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어떤 생각들이 매튜 본 스타일을 만들어내게 된 것인가?

내 스타일을 내가 정의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데 관심이 많다. 대본이 그 자체만으로 관객들에게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스토리를 구현하여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은 나의 임무다! 내 스타일은 대사 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디자인을 통해 멋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재미는 물론 위트와 유머, 진정성과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까지 갖추고자 한다.


스물두 살, 다른 안무가에 비하면 늦은 나이에 무용에 뛰어들었다. 늦은 나이에 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안무가를 하는 데 도움이 된 점이 있는가? 또는 반대로 늦게 시작해서 안무가로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가?

만일 내가 뛰어난 댄서를 꿈꿨다면 늦은 입문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안무를 구상하고 연출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유년 시절 극장에 가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다녔던 삶의 경험들이 모두 지금 만들고 있는 내 작품에 반영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일반 관객들과 나를 연결시키는 끈으로 작용한다. 만일 내가 다섯 살부터 춤을 췄다면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혁신적’이면서 ‘대중적’이라는, 어찌 보면 거리가 있는 두 가지를 성취해 낸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한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모두 관객들 덕분이다. 관객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놀라움을 사랑한다. 지나친 설명은 관객들이 다 아는 사실들을 부연할 뿐이다. 나는 나의 모든 판단과 감각을 통해 그들이 이것을 좋아할지, 아니면 싫어할지 알아내야 한다. 핵심은 관객들이 결국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며 나는 관객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2004년 <메리 포핀스> 이후로 더 이상 뮤지컬 안무 작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뮤지컬 안무가로 참여할 생각은 없는가?

힘들지 않을까. 나는 내 컴퍼니 일을 가장 먼저 돌보아야 하는데 여기에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메리 포핀스>나 <올리버!>,

<마이 페어 레이디> 리바이벌 프로덕션, 심지어 <오페라의 유령> 새로운 투어 프로덕션에도 참여하기로 한 상황이기는 하다.



현대에 깨어난 숲 속의 미녀


차이콥스키의 발레 3부작을 모두 현대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계획된 것인가?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발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세 작품을 제작한 시기는 시간적인 차이가 크다. <호두까기 인형>은 1992년에, <백조의 호수>는 1995년, 그리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2012년에 완성됐다. 말하자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완성시키는 데 15년 이상 걸린 셈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무대를 구현시킬 만큼 좋은 아이디어를 찾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일단 작품에 착수하고 나서는 작업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쓰인 작품들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음악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 그리고 최고의 멜로디. 관객은 좋은 뮤지컬을 보고 나올 때처럼 그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서게 된다. 이것은 언제나 좋은 사인이다.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고전을 재해석해 왔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야기에서는 어떤 요소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극했나? 

이 작품에서 가장 나를 자극하는 요소는 120여 년 동안 유지되는 시간이다. 나는 시간을 거스르는 불가능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매우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레 원작에는 스토리에 부족한 점이 있다. 먼저 왕자가 후반부에나 등장한다는 것과, 나쁜 마녀가 증발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변화를 주었다. 카운트 릴락이나 마녀의 아들인 카라독 같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동화 속의 모든 캐릭터 춤을 삭제했다. 그리고 관객이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하며 스토리를 궁금해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카르멘을 미국 서부의 정비 공장으로 데려간다든가, 도리언 그레이를 현대 영국 패션계로 불러오면서 현대적인 스토리와 갈등이 살아났다. 이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시간적으로는 현대이지만,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해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현대가 아닌) 1890년에 시작된다. 이때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작곡된 시기이다. 그래서 안무에 고전 발레의 움직임을 사용했다. 다음 장면에서 오로라가 성년이 되는 1911년으로 이동한다. 이때는 영국의 에드워드 시대로 그 당시의 유행했던 춤의 열정을 안무에 반영했다. 다음 막에서는 100년이 흘러 2011년으로 이동한다. 몽유병자들로 가득한 판타지 세상이지만, 숲 속을 거니는 여행자들에게서 이것이 현대임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장면 ‘마지막 밤’ 장면이다. 2016년 현대와 같은 시간대로 이동, 매우 다이내믹하고 다소 위협적일 수 있는 더욱 현대적인 안무 동작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극을 통해 124년 동안의 시간 여행을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요정과 뱀파이어, 마법 주문과 저주로 가득한 고딕 정서를 담고 있다. 그다지 현실적인 세계는 아니지만, 결국 동화니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리암 모어가 출연한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빌리가 자라 당신의 작품인 <백조의 호수>에 출연하는 아담 쿠퍼로 성장한다. 묘한 인연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연일 뿐이다. 리암은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로 춤을 췄는데 매우 특별한 인연인 것 같다.


2008년에 자선 목적으로 ‘Re:Bourne’을 설립했다. 설립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나?

튀튀나 발레 슈즈를 착용한 자신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커다란 자극이 될 거라고 느꼈다. 그들이 내 댄서들이나 내 작품이 자신과 다른 것으로 느낀다고 여겨졌고 그들을 무대와 춤으로 이끌기 위해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Re:Bourne’을 설립한 것이다. 우리 공연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도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작인 <파리대왕>을 제작했는데, 이 작품에는 이전에 춤을 추지 않았던 소년들과 성인들이 포함되고, 이들은 전문 댄서들과 동등하게 참여한다. 좋은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격년마다 열리는 NACA(THE NEW ADVENTURES CHOREOGRAPHERS AWARD)의 안무를 맡고 있다. 나는 떠오르는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가위손>, 그리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소개된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당신의 작품 중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능하면 전부! 한국 관객은 매우 의리 있는 분들이다. 모두 보여드리고 싶다.


이후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가? 진행 중인 작품 계획이 있다면 알려줄 수 있는가?

2012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후 새로운 작품으로 <레드 슈즈>를 만들고 있다. 이 작품은 1948년 만들어진 유명한 영국 발레 영화를 토대로 한 것이다. 올해 말에 공연이 올라가는데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한국 공연에 출연하는 많은 스타 댄서들이 이 작품에도 출연하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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