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여전히 전설일 수 있는 이유
비틀즈의 고향 영국에 다시 부는 비틀즈 바람이 심상치 않다. 2012년 밴드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주크박스 뮤지컬 <렛 잇 비>가 만들어진 데 이어 지난 4월 또 한 편의 비틀즈 신작 <비틀즈 더 세션>이 새롭게 무대에 올랐으니 말이다. 런던에서 올라간 두 작품 모두 비틀즈의 콘서트 무대 재현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여 음악 팬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는데, 반세기 전의 밴드인 비틀즈가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영향력이 후대 뮤지션들에게 대물림됐기 때문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밴드로 추앙받는 비틀즈가 절대적 영향을 끼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세 밴드를 소개한다.
90년대 록 신을 집어삼킨 아이콘, Nirvana
1994년 세상에 작별을 고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록 키드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너바나. 1980년대 말 메탈 밴드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등장한 너바나가 시애틀에서 툭 튀어나온 괴상한 밴드에서 얼터너티브 록의 아이콘이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리더 커트 코베인이 추구한 이상적인 음악은 블랙 사바스와 비틀즈를 합쳐 놓은 것이었다. 다시 말해, 하드 록 밴드의 공격적인 사운드와 팝 밴드 같은 멜로딕함을 동시에 담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되는 게 커트의 꿈이었던 것. 너바나의 대표 앨범 「Nevermind」의(앨범 표지에 발가벗은 아기가 물 속에서 돈을 향해 헤엄치고 있는, 록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반 재킷 사진으로 꼽히는 그 앨범!) 프로듀서 부치 빅은 녹음 당시 데뷔 앨범 「Bleach」보다 훨씬 더 크고 집중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커트의 목소리를 여러 레이어에 겹쳐 담아내는 더플 트래킹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 같은 작업 방식을 관철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존재가 바로 비틀즈다. 반복 작업을 싫어했던 커트를 설득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싫어했던 존 레논 또한 음반을 녹음할 때 항상 보컬을 더플 트래킹했다는 핑계를 댔다는 것. 부치 빅의 말에 따르면, 커트는 비틀즈의 엄청난 팬이었기 때문에 존 레논 얘기만 나오면 오케이라고 했단다. 커트 코베인이 부른 ‘And I Love Her’는 가장 유명한 비틀즈 커버곡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이는 커트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이기도 했다.
미국을 재패한 영국 록의 자존심,Oasis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록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가 ‘비틀즈 광팬’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 희망이라곤 없는 가난한 동네 맨체스터에서 자란 갤러거 형제에게 비틀즈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는데, 밴드명 오아시스가 비틀즈가 처음으로 연주했던 클럽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밴드가 직접 밝힌 비틀즈 관련 일화 중 하나는, 비틀즈의 1970년 앨범 「Let It Be」의 수록곡 ‘Across The Universe’가 리암 갤러거가 곡을 쓰기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 맨체스터 출신 특유의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오아시스가 스스럼없이 팬심을 드러낼 만큼 비틀즈가 오아시스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한데, 밴드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노래들에는 비틀즈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오아시스 노래 중 처음으로 영국 음악 차트 10위권에 진입한 세 번째 싱글 앨범 「Live Forever」의 음반 재킷 사진 속 집은 존 레논이 자란 곳이며, 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싱글 앨범 「Wonderwall」은 조지 해리슨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의 제목 ‘Wonderwall Music’에서 가져왔다. 3집 앨범 수록곡 ‘Stand By Me’ 뮤직 비디오에는 아예 ‘Beatles’라고 적힌 표지판이 등장한다. 이 세 곡 외에도 오아시스의 앨범 곳곳에서 비틀즈의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엘 갤러거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뽑은 노래는 1965년에 발매된 앨범 「Help!」에 실린 ‘Ticket To Ride’. 동생 리암 갤러거의 페이보릿 비틀즈 송은 ‘Now And Then’이다.
인디 록 신의 마지막 희망 , The Libertines
1990년대 브릿팝 열풍을 이끌었던 오아시스와 블러, 라디오헤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브리티쉬 인베이젼 시대가 저물어가던 2000년대 초 영국 인디 록 신에 등장해 자국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워준 4인조 록 밴드. 밴드에서 작사, 작곡을 담당하는 코 프론트맨(Co-Frontman)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은 엄격한 중산층 집안과 자유분방한 히피족이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성장해 성격도 극과 극으로 다른데, 두 사람의 밴드 결성을 가능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둘 다 비틀즈의 팬이었다는 점이다. 가진 게 젊은 뿐인 불안한 청춘 세대를 대변하는 날 것의 음악을 한 밴드의 음악적 롤 모델이 비틀즈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지만,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은 비틀즈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특히 밴드 초창기 섹스 피스톨즈의 거친 감성에 비틀즈의 팝적인 멜로디를 음악에 담고 싶었다고. 현대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애증의 콤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처럼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비틀즈를 닮은 점! 비틀즈의 팬답게 공연 중 종종 비틀즈 노래를 커버해 유투브에서 리버틴즈의 비틀즈 커버곡을 쉽게 찾을 수 있다. ‘A Day In The Life’나 ‘8 Days A Week’가 그 대표곡들.
현재진행형 인기 록 밴드들이 꼽은 최고의 비틀즈 곡
The Killers -‘When I'm Sixty-Four’
비틀즈 초창기 곡인 ‘When I'm Sixty-Four’는 곡의 탄생에 대해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재미있는(?) 곡이다. 매카트니에 따르면, ‘When I'm Sixty-Four’는 그가 열다섯 살에 미국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를 떠올리며 쓴 노래지만, 존 레논은 이 노래가 리버풀에서 활동할 당시 클럽 공연 중 만들어졌다고 기억한다. 2013년 아일오브와이트 페스티벌에서 킬러스의 프론트맨 브랜든 플라워스가 당시 상황에 맞게 가사를 바꿔 커버곡을 부른 적이 있다.
Arctic Monkeys - ‘All My Loving’
1963년에 발매된 「With The Beatles」 수록곡 ‘All My Loving’은 폴 매카트니의 송 라이팅 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된 곡이다. 존 레논이 명목상 리더였던 밴드 내에서 매카트니는 늘 두 번째 실력자로 여겨졌는데, ‘All My Loving’으로 존 레논과 동등한 위치에 선다. 악틱 몽키즈의 팬들에게는 프론트 맨 알렉스 터너가 좋아하는 비틀즈 곡으로 잘 알려진 곡으로, 알렉스 터너는 2014년 미국 투어 공연 당시 두 번이나 ‘All My Loving’ 커버곡을 불렀다.
Muse - ‘Twist And Shout’
영국의 대표적 브릿팝 밴드 뮤즈의 프론트맨 매튜 벨라미가 비틀즈의 베스트 송으로 꼽은 노래는 ‘Twist And Shout’이다. ‘Twist And Shout’는 1963년에 발표된 앨범 「Please Please Me」에 실린 곡인데, 이 노래를 레코딩할 당시 존 레논이 감기에 걸려 있어 한 번에 녹음을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튜 벨라미가 많은 비틀즈 노래 가운데 이 곡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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