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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커버와 스윙의 세계 [No.152]

글 |안세영 2016-05-12 9,941

같은 배역을 연기하지만 배우에 따라 메인, 얼터네이트, 언더스터디, 스윙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특히 언더스터디 또는 커버와 스윙은 만약을 대비해 대기하는 배우들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배우의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보통 배우가 출연이 어렵게 되는 경우 커버 배우가 서기 마련이다. Show Must Go On. 공연이 멈추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대기하는 커버와 스윙의 세계를 알아본다.

                                              



대역 배우의 명칭과 사례


대역 배우도 다 같은 대역 배우가 아니다? 출연 회차가 보장되느냐 아니냐, 대역 외의 역할이 있느냐 없느냐, 대신하는 배역이 주연이냐 앙상블이냐,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대역 배우의 종류. 알 듯 말 듯 헷갈리는 그 명칭들을 사례와 함께 정리해 보았다.




얼터네이트(Alternate)

주당 몇 회, 혹은 총 몇 회로 일정 회차의 출연을 보장받은 배우. 캐스팅 표에도 이름이 오른다. 하지만 두 배우의 출연 횟수가 비슷한 더블 캐스트와 달리, 얼터네이트의 출연 횟수는 정식 캐스트에 훨씬 못 미친다. 원 캐스트 장기 공연이 일반적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주 8회 공연 중 2회 정도를 얼터 배우가 담당한다. 주로 평일 중 하루와 2회 공연이 있는 날 낮 공연을 얼터가 맡는다.


*2012년 개막해 10개월 간 원 캐스트 공연을 이어나갔던 <레 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정성화 혼자 모든 공연을 소화하기는 힘들어 앙상블이었던 김성민을 얼터네이트로 선발했다. 김성민은 원래 이 작품에서 대학생 그랑테르를 연기했지만, 얼터네이트가 되면서 일주일 중 2회는 장발장으로, 6회는 그랑테르로 무대에 서게 됐다.


*2015년 <드라큘라> 국내 초연 당시 류정한, 김준수라는 스타 배우와 함께 드라큘라를 연기한 박은석. 제작사에서는 ‘언더스터디’로 설명했으나 엄밀히 따지면 7회 공연을 보장받고 캐스팅 표에도 이름이 오른 얼터네이트다. 초연 때 호연을 보여준 덕분에 올해 재연에서는 정식 캐스트로 합류했다.





언더스터디(Understudy)

평소에는 앙상블 등의 다른 배역을 연기하다가, 주연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 얼터와 달리 언제 대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주연 배우에게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한 번도 대역으로 서보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날 수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멀티플 언더스터디(Multiple understudies)라고 해서 한 역할에 여러 명의 언더스터디를 두는 일도 있다. 언더스터디 대신 오페라에서 비롯한 커버(Cover)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2014년 <미스 사이공> 25주년 리바이벌 공연의 투이 역을 맡아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홍광호. 그러나 2006년 <미스 사이공>이 국내 초연을 올렸을 때만 해도, 홍광호는 주연 크리스와 조연 투이의 언더스터디를 맡고 있었다. 당시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대신 무대에 올라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멜키어 언더스터디를 맡았던 주원. 그는 멜키어 역의 김무열이 중도 하차한 뒤, 정식 캐스트로 발탁되어 남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끌어나갔다. 이후 공연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영화 등에 진출하면서 대중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2015년 <팬텀>에서는 코러스걸에서 프리마돈나로 거듭난 크리스틴의 이야기가 현실화되었다. 크리스틴 역 배우 임혜영의 목에 이상이 생겨 언더스터디였던 김지유가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애당초 소프라노 임선혜와 김순영을 섭외했을 만큼 고난이도를 자랑하는 크리스틴의 노래. 그 노래를 김지유가 멋지게 소화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스탠바이(Standby)

주연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 언더스터디와 다른 점은 평상시 공연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배우와 똑같이 극장에 출근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극장 근처(브로드웨이의 경우 통상 10블록 이내)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고 대기해야 한다. 언제든 연락을 받으면 즉시 달려올 수 있도록 말이다. 주로 주인공이나 간판스타의 경우 이런 스탠바이를 둔다. 해외에서는 한 역할에 스탠바이와 언더스터디를 동시에 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스탠바이가 무대에 설 우선권을 갖는다.


*2015년 홍광호, 김준수 등이 원 캐스트로 출연한 뮤지컬 <데스노트>. 여기서 홍광호가 연기한 라이토 역의 스탠바이가 이창용이었다. 끝내 그가 무대에 서는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늘 공연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스윙(Swing)

앙상블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 예컨대 언더스터디가 주연을 대신해 무대에 서는 경우, 그 언더스터디가 원래 하던 역할을 대신 맡는 게 바로 스윙이다. 모든 앙상블의 노래와 춤, 대사를 암기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떤 배우든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윙은 주로 노련하고 실력 있은 배우가 담당한다. 평상시 연기하는 자신만의 배역이 따로 있을 때도 있지만 아예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4년 <킹키부츠>의 댄스캡틴이었던 강동주는 저마다 다른 개인기를 가진 ‘엔젤’ 6명의 스윙도 겸했다. 여섯 엔젤 중 한 명인 한선천이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 그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 <원스>에서 뱅크 매니저 역을 맡았던 오정환. 그는 남자 조연 4명을 커버하는 스윙으로, 공연에 쓰인 15종의 악기 중 10종을 다뤘다.


*발레와 애크러배틱이 접목된 고난도 안무가 특징인 <뉴시즈>. 만에 하나 배우들의 부상을 입을 경우를 대비해 16명의 뉴스보이 앙상블을 커버할 수 있는 스윙 2명이 대기 중이다. 그 중 한 명인 박진상은 비보이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뮤지컬 속 대역 배우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팬텀 때문에 겁에 질린 프리마돈나 칼롯타가 극장을 떠나자, 코러스걸이었던 크리스틴이 대신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크리스틴은 ‘Think of Me’를 부르면서 극장의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거듭난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소여: 시골뜨기 코러스걸 페기 소여는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상당한 여주인공을 대신해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된다. 페기가 무대에 나가기 직전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던지는 대사가 유명하다. “나갈 때는 풋내기지만, 돌아올 때는 스타여야 해(You’re going out there a youngster, but you’ve got to come back a star).”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2호 2016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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