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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ARTIST’S ROOM] 작곡가 민찬홍 [No.152]

글 |배경희 사진 |김동우 2016-05-12 6,421

성실로 완성하는 재능


대학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민찬홍 작곡가의 개인 작업실. 오직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는 민찬홍 작곡가의 말대로, 그의 작업실은 최소한의 가구만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는 그야말로 작업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지난 2005년, 훗날 스테디셀러가 될 <빨래>로 데뷔한 이래 재능을 성실하게 빚어온 민찬홍 작곡가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 공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가 최근에 새로 개발한 저만의 작업 프로세스가 있는데, 한번 보여드릴까요?” 민찬홍 작곡가의 제안에 고개를 세게 끄덕이자, 컴퓨터 모니터에 금세 영상 하나가 뜬다. 얼핏 봐도 한눈에 공연 리허설 장면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윽고 밝혀진 영상의 정체는 지난 3월에 공연된 연극 <1953년 해방촌에서>의 런 스루 촬영본이었다. 연습실에서 런 스루 연습 장면을 촬영해 와 장면에 맞게 곡을 쓰는 게 그의 최근 연극 작업 방식이란다. “런 스루하고 실제 공연에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서 영상을 보면서 작업하면 시간 분량이 맞아떨어지게 곡을 쓸 수 있어요. 작년 봄에 올라간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도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작업 후 수정 사항이 거의 없었어요.” 그가 이 같은 작업 방식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2014년 개봉한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OST 작업을 통해서다. 공연과 메커니즘이 달랐던 첫 장편 상업 영화 작업은 창의적 발상에 도움을 줬다. “영화는 편집본을 보고 장면에 맞게 곡을 쓰는데, 사실 연극도 영화처럼 곡을 미리 써놓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연습이 무르익은 시점에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영화 작업하듯 연극 곡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됐죠.”



연습 중반에 이르러 본격적인 곡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 다시 말해 단기간에 곡을 써야 하는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모범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공연은 작업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보니 처음엔 마음을 졸이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상황 자체에 익숙해졌어요. 기간이 짧으면 짧은 대로 주어진 환경에 맞게 작업한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며칠 밤새 작업해요. 이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다,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요. (웃음)” 십 년 넘게 공연계에서 활동하면서 웬만한 극한 상황에 단련된 그에게도 물론 고투 끝에 완성되는 작품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작업 시간이 한없이 짧게 느껴지는 그런 작품 말이다. 최근 작업 가운데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지난해 여름에 공연된 <잃어버린 얼굴 1895> 재연. “<잃어버린 얼굴 1895> 재공연은 한 곡을 새롭게 써야 했어요. 그런데 딱 한 곡만 추가되는 거라면, 누가 봐도 잘 써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좋은 곡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죠. 더욱이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제 첫 대극장 작업이라 애착이 있는 작품이거든요. 거의 이삼 주 동안 스무 곡 가까이 썼는데도 원하는 느낌의 노래가 안 나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 곡을 쓰지 못하면 공연이 못 올라가는 최후의 순간에 가서야 마음에 드는 곡이 만들어졌죠. 그때 정말 짜릿했어요.”


하지만 마감 직전에 힘을 발휘하게 되는 ‘마감 신’이 있다고 해도, 민찬홍 작곡가가 지향하는 작업 스타일은 평소에 꾸준히 곡을 쓰는 것. 스스로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말하는 아침형 인간인 그에게 성실함은 그의 또 다른 무기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처럼 저도 매일 작업실로 출근해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엔 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간단한 운동을 한 후 작업실에 가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죠. 한두 편을 동시에 작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이 밀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평소에 최대한 꾸준하게 작업하자는 주의에요. 시간에 쫓겨 작업하다 보면 실수도 하게 되고, 타협하는 일도 생기니까요.” 누군가에게 성실하게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 이 또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재능 아닐까.  




민찬홍 작곡가에게 작곡상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은 바로 그의 데뷔작인 <빨래>. 2005년에 초연한 <빨래>는 현재 18차 프로덕션 공연을 이어갈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작업실 선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지난 공연의 악보들. 민찬홍 작곡가가 곡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본 분석이다. 어떤 작품이든 대본에 적합한 음악을 만드는 것을 작업의 목표로 삼는다고.





평소 영화를 즐겨본다는 민찬홍 작곡가의 또 다른 취미는 영화 원작 소설 읽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2호 2016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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