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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강하고도 유연하게 소냐 [No.151]

글 |안세영 2016-05-11 4,611


17년 전, 가수 데뷔와 함께 뮤지컬에 뛰어들어 이제는 자신만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 소냐.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이 대세인 뮤지컬 세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발해 온 그녀의 인생 그래프.



실수투성이 데뷔작 <페임>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건 제가 아직 고등학생일 때였어요. 그것도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 지 겨우 두 달 만의 일이었죠. <페임>을 제작한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님이 저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고 먼저 연락을 주신 거예요. 얼떨결에 오디션을 보고 카르멘 역을 따냈지만, 사실 그때는 뮤지컬이 뭔지도 몰랐어요. 노래 사이사이에 대사를 치는 것도, 무대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전부 생소하기만 했죠. 무대 어디에 서야 할지 몰라 내려오는 막에 머리를 맞은 적도 있다니까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페임>이 끝나면 다시는 뮤지컬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가수가 되려고 상경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고생하는 것도 서럽고, 다른 배우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죄송했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이어진 작품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됐죠.”





새 인생을 열어준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는 제게 자신감을 선물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 이후 동료들에게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어떤 오디션을 보러 가도 어깨를 쫙 펼 수 있었죠. 하지만 처음에 루시 역을 제안 받았을 땐 거절하려고 했어요. 뮤지컬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A New Life’라는 노래 제목을 듣고 <레 미제라블>의 ‘On My Own’으로 착각했거든요. (웃음) 나와 안 맞겠다 싶어 거절했는데 제작사에서 자꾸 한번 와보라는 거예요. 마지못해 가보니 완전히 다른 노래였죠. 심지어 제 맘에 쏙 드는! 나중에 알고 보니 <페임> 때 제 노래를 인상 깊게 들은 조승우 오빠가 절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참 감사하죠. 그때 저희 나이가 이십 대 중반이었는데, 외국에서는 이렇게 젊은 배우가 지킬과 루시를 맡은 적이 없었대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이 작품으로 승우 오빠는 주연상을, 저는 신인상을 타는 쾌거를 거뒀죠. 더불어 이듬해 발표한 제 5집 앨범 제목도 ‘A New Life’가 됐어요.”





브로드웨이를 밟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는 우연히 접한 ‘나의 남자’라는 노래에 꽂혀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예수를 나의 남자로 부를 수 있나 궁금했는데, 때마침 오디션 공지가 떠서 얼른 도전했죠. 그해 이 작품이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브로드웨이 진출을 함께하는 행운도 누렸어요. 마리아의 시선으로 예수를 바라본다는 점이 신선했는지 관객 반응이 무척 좋았죠. 공연을 본 현지 연출가들이 제게 시나리오도 몇 편 주고 갔어요. 함께 공연한 윤복희 선생님이 읽어보시고 다 퇴짜를 놓긴 하셨지만, 내가 잘하고 있나 보다 하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죠. 하나 더! 한국에서는 혼혈인 제 외모가 특이하게 비춰졌는데 뉴욕에선 매력으로 통하더라고요. 거리를 걸으면 남자들이 자꾸 달라붙어서 연출님 명으로 항상 남자 앙상블을 대동하고 다녔어요. 여러모로 행복한 시간이었죠. (웃음)”





책임감을 배운 <아이다>
“타이틀롤로 6개월 동안 공연한 <아이다>는 그야말로 애증 어린 작품이에요. 절실하게 원해서 참여한 꿈의 작품이지만 팀 내 갈등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죠. 어떤 시련이 닥쳐도 타이틀롤인 내가 참고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공연이 끝났을 땐 허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덕분에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힘은 생긴 것 같아요. 이때를 기점으로 후배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죠. 후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납게 몰아세우기보다는 부드럽게 타이를 줄 알게 됐어요. 앙상블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하게 됐고요. 그 전까지는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앙상블이 자신감을 갖고 좋은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주·조연 배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색다른 경험 <잭 더 리퍼>
“글로리아는 제겐 좀 색다른 역할이었어요. 항상 짝사랑만 하다가 그렇게 온전히 사랑받는 역할을 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서른이 넘어서 ‘어쩌면’처럼 알콩달콩한 노래를 부르려니 낯간지럽긴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건 좋았죠. 글로리아가 죽은 장면에서 다니엘이 흘리는 눈물이 제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데, 역시 사람은 사랑받아야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특히 상대역이었던 엄기준 선배의 연기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저는 무대에서 퇴장한 뒤에도 좋아하는 장면이 있으면 소대에 남아 지켜보는 편인데, 선배가 솔로 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소대에 서있는 저를 보시더니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불러주시는 거예요. 마치 글로리아를 향해 부르는 것처럼. 늘 그렇게 해주셔서 더더욱 소대를 떠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새로운 재회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는 여러 번 출연했지만 공연 때마다 규모와 연출이 바뀌어서 매번 새로웠던 작품이에요. 이번에도 대극장으로 돌아오면서 스토리와 음악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예전의 마리아가 밑바닥 생활을 하는 매춘부였다면, 지금의 마리아는 화려한 생활을 하는 성전 노예라는 거예요. 더 이상 의식주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키는 대로 로마 장군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자유를 갈망하죠. 그래서 마리아의 성격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이전의 마리아가 그저 드세고 독하기만 했다면, 화려하게 치장하고 귀빈을 모시는 지금의 마리아는 몸가짐부터 다를 거란 말이죠. 그런 포인트를 잘 찾아서 표현하는 게 이번 공연에서 제 목표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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