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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No.151]

글 |박병성 사진제공 |국립극단 2016-04-12 4,183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무대에서 확인하는 한국 연극의 전설



400여 년이 지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물론, 2500여 년이 지난 그리스 시대의 작품들도 지금의 무대에 오르곤 한다. 그에 비해 불과 100여 년도 지나지 않은 국내 희곡들은 실제 무대에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국내 명작들을 소개해왔다. 지난해에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인 유치진의 <토막>, 국내 작가로는 최초로 표현주의 작품을 선보였던 김우진의 <이영녀>를 올렸다. 올해는 해방을 전후하여, 이근삼의 풍자 서사극 <국물 있사옵니다>와, 김영수의 사실주의 희곡 <혈맥>, 함세덕의 처녀작 <산허구리>를 선보인다.


올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4월 6~24일 백성희장민호극장)이다. 이근삼은 사실주의 극이 중심을 이루던 시대에 비사실적인 풍자 희극을 선보였던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원고지>는 이오네스코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부조리극이었으며, <국물 있사옵니다>에서는 서사극의 방식을 차용한다. <국물 있사옵니다>의 평범한 샐러리맨 상범은 정직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이용하려고만 할 뿐이다. 그는 편법에 눈을 뜨게 되면서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물로 변해간다. 이 작품은 산업사회의 대두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풍경을 풍자한다. 서충식이 연출을 맡아 지금의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김영수의 <혈맥>(4월 20일~5월 15일)은 해방 후 하층민들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새 시대의 희망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1948년 초연되었으며 1963년에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해방 후 방공호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곳에는 월남한 피난민들과 일본 징용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땅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을 기생으로 보내려고 한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망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모의 뜻을 어기고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방공호에서 도망치고, 현실과 부딪히며 살던 원팔이는 이상적인 고등 룸펜 원칠이와 화해한다. 삶의 근거지를 박탈당한 세태 속에서 긍정적인 세계관을 담아낸 <혈맥>은 윤광진의 연출로 관객들과 만난다.


월북 작가로 한동안 소개되지 못했던 함세덕의 <산허구리>(10월 8~30일)가 올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오른다. 함세덕의 데뷔작이기도 한 <산허구리>는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와 강화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주로 어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산허구리> 역시 어촌 마을에서 힘겹게 사는 가족이 주인공이다.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간 큰아들과 사위를 잃은 어부의 아내는 남은 아들마저 바다에 잃게 된다. 거대한 절망 앞에 무기력한 사람들의 모습은 시대의 우울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연출은 최근 연극계와 뮤지컬계를 넘나들며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고선웅이 맡는다. 세 편의 한국 근현대 대표 희곡이 현대의 관객들과 어떤 만남을 갖게 될지 기대된다.

4월 6~24일. 백성희장민호 극장. 1644-200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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