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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서울예술단, 한국형 가무극의 실현을 위한 여정 [No.150]

글 |조용신뮤지컬 연출가/칼럼니스트 2016-03-23 4,285

서울예술단, 한국형 가무극의 실현을 위한 여정





재단법인 ‘서울예술단’은 1986년 창단 이래 한국 공연계의 핵심 창작자들, 스태프들과 전통 연희, 무용, 연극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단원들이 합심해서 꾸준히 정기 공연을 해왔는데 최근 4~5년간 공연계에서 서울예술단의 인지도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마도 단체의 사명이기도 한 한국적 뮤지컬의 또 다른 이름인 ‘창작 가무극’에 집중하면서 이전에 비해 신작 레퍼토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신작들 중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한 사례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서울예술단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연 브랜드가 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예술단이 그동안 추구해 온 레퍼토리를 장르적으로 살펴보면 유럽의 오페레타나 미국의 ‘송앤댄스’ 스타일의 뮤지컬과 유사한 사례도 발견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와 공연계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 의도와 창작 역량에 따라 최종적으로 단체의 사명과 부합하는 ‘한국적인 가무극’으로 점차 수렴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창단 이후 한 세대가 흐른 2016년 현재에 이르러서도 ‘한국적인 가무극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도는 유의미하고 그 과정 역시 유효하며 이 모든 것이 최근의 서울예술단의 창작물들을 통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적인 창작 가무극의 역사와 궤적


서울예술단의 왕성한 창작은 그간의 작품 현황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006년 초연 이후 2014년까지 꾸준히 공연되며 단체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2012~2016년 <윤동주, 달을 쏘다.>와 2013~2014년 <잃어버린 얼굴 1895>, 2014~2015년 <뿌리 깊은 나무>는 성황리에 재공연이 이

루어지는 대표작이다. 이밖에도 2009년 <청이야기>, <15분 23초>, 2013년 <푸른 눈 박연>, 2014년 <소서노>,

2015년 <이른 봄 늦은 겨울>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숨을 고르며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분야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동시다발적인 협업으로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낸 작품들도 많이 등장했다. 가장 최신작인 2015년에 초연된 <신과 함께_저승 편>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기획력과 단체 소속 배우들과 외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상업 프러덕션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흥미로운 것은 서울예술단이 그 사명을 분명히 하고 발표해 온 작품들 대부분이 뮤지컬의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당시 뮤지컬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 작곡가, 연출가, 안무가, 디자이너가 두루 참여한 공연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서울예술단이 추구하는 한국적인 가무극의 실현은 그 누구보다도 뮤지컬계 중심에서 활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추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손끝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가무극이란 단어 조합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전통예술, 연극, 무용계가 그간 축적한 양식을 적극 도입하면서도 프로덕션의 뼈대를 만들고 이를 빚어내는 장인들로 뮤지컬계 인력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가무극 = 한국형 뮤지컬’이라는 단체의 선언적인 도식 혹은 현재 뮤지컬이 대한민국에서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공연 예술이기 때문에 그 대중성에 얹혀 가려는 얄팍한 의도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바깥에서 보는 표피적인 인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가무극이라는 장르를 가능하게 하는 드라마 위에 쌓이는 노래와 춤과의 긴밀한 연결성, 다시 말해 각 요소의 산술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비중과 서구 뮤지컬에서부터 한결같이 고민해 온 ‘송 모멘트’와 ‘댄스 브레이크’ 같은 제작 이슈가 결국 한국형 가무극의 전체 구성의 문제와도 기저에서부터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영리 대극장 뮤지컬 공연의 선례


최근 15년간 뮤지컬계는 중소극장에서 벗어나 대극장에서 음악과 안무가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역사이기도 하며 이러한 시도는 상업성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민간 제작 방식의 프로덕션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시도하지도 않고 실패해 보지도 않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예술단이 행하는 동시대 뮤지컬계 예술가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는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여전히 낯선 ‘비영리 대극장 뮤지컬 공연’의 귀중한 선례가 되어주기도 한다. 편당 제작비가 상업 프로덕션에 비해 현저하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예술단 작품들은 그 당시에 공연계 전반에 생산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다음 시즌에는 단체의 새로운 모범이 되어 또 다른 논쟁을 발생시키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다시 이끌어주는 선순환 트랙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예술적인 면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서울예술단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스타일로 발현되고 있기도 한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는 창작진이 작품별로 다양하게 바뀌는 변수(變數)라면, 작품들의 공통된 상수(常數)도 존재하는데 바로 춤, 노래, 연기 실력을 고루 갖춘 예술단 소속의 배우들의 호연과 무대 전면에의 시각적인 요소를 대표하는 영상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도빈, 박영수, 조풍래 등 주요 배우들은 모든 작품에 출연해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며 뮤지컬 팬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정재진 디자이너의 세련된 영상 디자인도 무대장치 제작비를 절감하면서도 무용의 존재감을 확장시키며 가무극으로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모던한 스테이징의 바탕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모험을 기대하며


공연은 기록할 수도 저장할 수도 없고 단지 그 찰나를 관객의 가슴에 뜨거운 기억으로만 남겨지는 것이기에 서울예술단이 언제까지나 이러한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며 도전적인 작품을 내놓는다는 보장은 없다. 단체의 미래에 대해 전체 방향키를 잡고 소속 예술가들을 독려하는 서울예술단 이사회와 예술감독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단체의 미션과 활동은 그대로라고 해도 관객의 취향과 공연 환경은 급변할 수 있으며 ‘한국적인 가무극’의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 아무쪼록 서울예술단이 뮤지컬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공연 예술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보듬으며 항상적인 창작 열정을 독려하는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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