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달콤한 달입니다.
사랑 고백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세요? 뮤지컬 배우들의 마음을 달달하게 만들어준 사랑 고백 장면을 소개합니다.
윤형렬
본 조비의 ‘All About Lovin’ You’ 뮤직비디오에는 눈이 내리는 도시를 걷는 여자와 높은 빌딩 옥상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나옵니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죠. 길을 걷던 여자는 빌딩에 서 있는 자신의 연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순간 남자가 빌딩 아래로 몸을 던져요. 느릿한 화면으로 남자가 밑으로 떨어지는 동안 두 사람의 추억들이 장면 장면 나와요. 거기엔 행복했던 순간도 있고, 힘겨웠던 순간도 있죠. 사랑하는 남자의 자살(?)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여자는 말 못할 고통을 느껴요. 연인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게 되는 건가 싶은 순간, 어마어마한 반전이 나오죠. 밑으로 떨어지던 남자가 낙하선을 펴는데, 거기엔 이런 메시지가 적혀 있거든요. “Will You Marry Me(나랑 결혼해줄래)?” 이보다 더 아찔하고 로맨틱한 프러포즈는 못 본 것 같아요.
최유하
영화 <어톤먼트>에서 세실리아가 로비에게 “Come back”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영화 속에서 부잣집 딸인 세실리아와 집사의 아들이지만 의대생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던 로비는 오랜 엇갈림 끝에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요. 하지만 바로 그날 밤, 로비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3년이 지나서야 재회하죠. “Come back to me”는 그때 세실리아가 로비를 향해 하는 대사예요. “사랑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고백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 건 없다고 먼저 용기 내서 이야기하는 세실리아가 멋지고 사랑스러웠어요. 이후 둘에게 닥쳐올 비극을 생각하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백은혜
제가 참여했던 옴니버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 ‘Story of Hope’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기서 주인공인 호프는 연인 대니에게 프러포즈를 받지만, 대답을 미루고 여행을 떠나죠. 그녀는 긴 여행 끝에 결국 자신이 있을 곳은 대니 곁이라는 걸 깨닫지만, 돌아와 보니 대니의 집에는 웬 키 작은 남자가 살고 있어요. 남자는 호프의 사연을 듣더니 단호하게 말합니다. 당신은 그때 차라리 “NO”라고 말해야 했다고. 당신이 한 일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사실 그 남자는 ‘희망(호프)’을 너무 많이 잃어서 작아져버린 대니였던 거예요. 그때 집 안에서 대니의 아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닫혀버린 문 앞에서 호프는 홀로 남아 말합니다. “대니. 나도 좋아. 우리 결혼하자.” 비극적인 고백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던 한 여자의 깊은 진심이 느껴지는 고백이라고 생각해요.
이정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 고백 장면은 영화 <첨밀밀>에 나오는 표형(증지위)의 ‘미키 마우스 문신 고백’입니다. 물론 <첨밀밀>은 남녀 주인공인 이요(장만옥)와 소군(여명)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인 작품이지만, 제게는 표형의 사랑 고백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았어요. 표형은 생계를 위해 안마사로 일하는 이요의 손님으로 나오는데, 온몸에 무시무시한 문신을 한 암흑가의 보스예요. 표형이 삶에 지친 이요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등에 미키 마우스 문신을 하고 나타나는 거였어요. 암흑가 보스가 몸에 미키 마우스를 새길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한 번이라도 웃음 짓게 하려는 남자의 노력. 이보다 귀엽고 솔직한 사랑 고백은 또 없을 거예요.
김금나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한유주(채정안)의 프러포즈가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프러포즈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 고정관념을 깨준 용기 있는 고백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이 수동적으로 고백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하고, 그에게 결혼해 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그리고 대사는 더더욱 멋있었답니다.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리고 미안한데 찬물에 손도 담그게 될 거야. 대신 노력할게. 좋아하는 맘만으로 살기 힘들 때 노력할게 더… 받아줄래?” 저 같은 경우도 정말 이 사람이다 싶으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유주가 제 성격과 좀 비슷하거든요. 드라마 보면서 ‘와, 나 같은 여자가 또 있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박지연
<어바웃타임>의 프러포즈 장면을 정말 좋아해요. <어바웃타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기도 한데요. 남자 주인공이 잠들어 있는 여자 주인공을 깨운 뒤 자신의 마음을 담백하고 진실하게 고백하거든요. 요란하지 않게, 진심을 다한 프러포즈인 것 같아 참 마음에 들어요. 그녀에게 제일 좋은 고백을 하기 위한 남자 주인공의 노력도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영화 OST 중에 ‘How Long Will I Love You’라는 곡이 있는데, 이 노래도 참 사랑스럽답니다. 아!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사랑스럽네요.(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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