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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SPACE] Room ESC [No.148]

글 |송준호 사진 |김수홍 2016-02-12 5,470

갇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뇌 싸움


동일 컨셉의 그래픽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방 탈출 카페는 밀실을 꾸며 탈출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다. 온라인상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매력을 현실 세계로 옮겨와 전 세계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홍대 인근과 강남권에서 성행하던 이 카페는 올해 대학로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 Room ESC는 대학로의 방 탈출 카페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이다





현실에 구현된 방 탈출 게임의 묘미
                      

컴퓨터 게임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몇 가지 도구를 가지고 그 공간에서 탈출하는 게임이다. 풀어내는 방식도 다양하다. 단순한 킬링 타임용 플래시 게임을 비롯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다음 이야기를 향해 가는 롤플레잉 게임 형태도 있다. 방 탈출 카페는 이런 온라인상의 게임을 현실에 그대로 구현한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 컨셉을 접목한 게임을 선보이며 재미와 시청률을 모두 잡을 만큼 뜨거운 아이템이다. 


지난해부터 수도권과 부산 등에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방 탈출 카페는 올해부터 서울에도 다양한 공간들이 오픈하며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학로에도 현재 Room ESC를 포함해 총 세 곳의 카페가 영업 중이다. 여러 카페들이 생긴 만큼, 성공 포인트는 컨셉의 차별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각각의 방을 하나의 큰 서사로 엮어 지속적인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방마다 개별적인 스토리와 컨셉으로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곳도 있다. Room ESC의 경우는 후자인데, 이는 카페의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7~8개의 방을 갖춘 대형 공간은 거대한 이야기를 구축해 단계 구분이나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Room ESC처럼 3~5개의 방으로 구성된 중소형 카페는 디테일한 장치들로 방마다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무기다. 



방 탈출 카페의 또 다른 묘미는 제한 시간에 있다. 컴퓨터 게임에서는 이 제한 시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게임이 종료됐지만, 실제 카페에서 이 제한 시간 안에 탈출을 못하는 이용자는 드물다. 대신 대개의 이용자들이 노리는 것은 기록 단축이다. Room ESC도 이 점을 고려해 각 방을 탈출한 고객들에게 로비에 비치된 칠판에 자신의 기록을 쓰고 사진으로 인증해 주는 인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빠른 기록을 세운 방문객들의 흔적과 인증 사진을 걸어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끝내 방을 탈출하지 못한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게시판에서 힌트를 알려주는 친절한(?) 선배 이용자들이 있었는데, 이들 덕에 하나의 게임이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향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져 방 탈출 카페의 버전 업그레이드와 트릭 교체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차별화된 컨셉과 디테일한 장치들


방 탈출 카페의 컨셉은 천차만별이지만, ‘밀실’이라는 공간의 성격상 추리나 공포, 서스펜스의 요소는 대부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만끽하는 쾌감 못지않게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무서운 소품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향과 특수 효과는 밀실에 갇힌 이용자들을 더 즐겁게 한다.


현재 Room ESC가 운영하고 있는 방들도 이런 공포와 드라마, 추리의 속성을 담은 것들이다. 카페에서 가장 먼저 오픈된 ‘숨겨진 방의 진실’은 이런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방이다. 이 방의 설정은 ‘자신의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밀의 방’이다. 호기심에 그 방에 들어가 오래된 가구들과 난로를 구경하는 사이, 알 수 없는 존재가 방의 문을 굳게 닫고 그 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아내길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고교괴담 - 세 개의 진실’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공포 분위기를 자극하는 방이다. 마치 영화 <여고괴담>처럼 고등학교마다 하나씩은 있을 법한 ‘괴담’을 주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자율학습 시간에 잠들어 교실에 갇힌 주인공이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 얽힌 세 개의 괴담을 모두 알아내야 한다. 이 방은 공포의 요소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추리와 범죄, 폭력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에 체험 가능한 연령층도 15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방마다 사건의 시대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은 Room ESC만의 강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풍부한 디테일과 스토리텔링이다. 대개의 카페들은 하나의 방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기본적으로 몇 개의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풀어야만 방을 나올 수 있다. 주요한 트릭만 해도 15~16가지에 이른다. 다른 카페들이 어려운 문제나 난센스 문제를 통해 이용자들을 난관에 빠트린다면, Room ESC는 흥미로운 트릭을 많이 배치함으로써 탈출하기까지 지속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방 안 캐릭터들의 성격에 따라 힌트가 배치돼 있다는 점도 이 카페만의 세심한 고민이 담긴 부분이다. 가령 한 가족의 슬픈 과거가 담긴 ‘숨겨진 방의 진실’은 『안네의 일기』에서 모티프를 따와 변용한 것이다.

 
순수하게 두뇌 싸움을 하면서도 갇힌 공간에서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연인이나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 최근엔 직장인들의 문화 회식으로 활용되는 일도 잦아지고 있어 사전 예약은 필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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