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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머더 발라드> 무대 [No.147]

글 |안세영 사진제공 |이은경(무대디자이너) 2016-01-07 7,305

극장에 따라 변화하는 무대


2012년 뉴욕 맨해튼 시어터 클럽에서 초연한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혁신적인 무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 프로시니엄 극장(무대와 객석이 구분된 액자형 극장)을 실제 바(Bar)처럼 변화시켜, 배우가 관객이 앉아 있는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공연하게 한 것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매력적인 시도는 한국 공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머더 발라드>가 2013년 국내 초연을 올린 롯데카드 아트센터와 2014년 재연을 올린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은 모두 프로시니엄 극장이지만, 따로 스테이지석을 설치해 관객이 배우와 한 공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신설 공연장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 재공연을 올린 <머더 발라드>는 스탠딩 콘서트용 공연장에 마주보는 가변 좌석을 설치하고 그 사이를 메인 스테이지로 꾸미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지금은 충무아트홀 블랙의 반원형 트러스트 극장(무대가 객석으로 돌출되어 삼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극장)에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극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머더 발라드>의 무대. 객석과 구분되지 않는, 또 다방면으로 열린 무대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올해 <머더 발라드>의 무대 디자인을 담당한 이은경 디자이너에게 그 준비 과정을 들어보았다.






올해 <머더 발라드>가 공연한 언더스테이지와 충무아트홀 블랙은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니다. 무대 구성에 고민이 많았을 듯하다.
특이한 구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시야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작품의 특성상 객석과 무대가 섞여 있고, 바와 당구대 등 덩치 큰 세트가 들어가면서 동시에 모든 방향에서 관객의 시야 확보가 되어야 했다. 스테이지석은 무대 안에서 배우와 하나의 그림으로 어우러지면서도 객석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을 유지했다. 또 배우의 동선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셋업 후에도 여러 번 확인했다. 언더스테이지의 경우 3D로 극장을 만들고 객석 단의 높이까지 조절해 가며 시야각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한번은 표를 예매한 관객이 본인 좌석에서 시야 방해가 심하지 않은지 문의해 와서 3D상으로 해당 좌석에서 보는 시야를 찍어 제작사에 건네준 적도 있다.


연출가, 안무가 등 다른 창작진과의 협의도 중요하겠다.
무대 구성이 전적으로 동선에 따라 구성되기 때문에 디테일한 디자인이 들어가기 전에 연출과 무대 배치를 여러 버전으로 그려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극장과 무대 배치가 달라지면서 이번 충무아트홀 블랙 공연은 지난 공연 때와 사뭇 다른 동선을 보여주게 됐다. 안무가 격한 장면이 많아 안전에도 최대한 신경 썼다. 배우가 날듯이 뛰어다니는 바를 비롯해 모든 무대 장치를 고정하고 흔들림을 방지했다. 언더스테이지 때는 바닥을 따로 깔지 않아서 이 바를 고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또 스테이지석에 앉는 관객들이 음향 문제를 겪지 않도록 음향디자이너와 협의해 세트 구석구석에 스피커를 숨겨놓았다.





‘사라와 마이클의 집’과 ‘탐의 바’를 오가며 극이 진행되는데, 원 세트 무대에서 공간의 쓰임새를 어떻게 나누었는지 궁금하다.
언더스테이지의 경우, 최대한 그 공간의 원래 구조를 활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바를 탐의 바로 사용했다. 중앙에 놓인 바가 공연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공간이라면, 무대 뒤쪽에 마련된 이 바는 극 중 탐이 바를 여는 순간부터 사용되는 실제적인 공간이다. 밴드만 놓이기에는 너무 넓은 무대 단상은 연출님의 아이디어로 사라와 마이클의 집으로 사용했다. 큰 바와 스테이지석만 사용했던 전 시즌 공연보다 더 구체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어서 디테일한 이야기 전달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당구대는 극 전반의 핵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로 활용된다. 사라와 탐이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곳, 탐이 떠난 사라를 그리워하는 곳, 다시 만난 사라와 탐이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곳 등 등장인물의 사랑이 밀도 높게 그려지는 곳이다. 후반부에는 그들 사랑의 삼각 구도, 아니 사각 구도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공연과 세트 디자인도 달라졌는데, 어떤 컨셉으로 변화를 주었나?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도시 정서에 어울리게 디자인했다. 뉴욕 공연의 무대가 빈티지한 웨스턴 바의 느낌이라면, 나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모던한 바의 느낌으로 풀었다.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는 이런 세련되고 절제된 바가 더 친근하게 와 닿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의 경우, 인물들의 쉽게 꺼지지 않는 열망, 잡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열정을 샹들리에와 전구 더미의 화려한 빛으로 표현했다. 그것들을 감싸는 바의 구조는 마치 케이지(Cage)처럼 디자인해서 불이 켜지면 갇힌 공간을 넘어서는 빛처럼 절제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려 했다. 또한 바 자체가 하나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계단을 둬서 더 다이내믹한 동선이 나오게 했다. 당구대 센터의 이미지는 센트럴 파크 바닥에 있는 대리석 문양에서 따왔다. ‘Imagine’이라는 글귀가 이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이클과 사라의 가장 따뜻한 기억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그들 사랑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하나하나 담았다.


언더스테이지와 충무아트홀 블랙, 두 극장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언더스테이지는 공연장 입구부터 클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어서 많은 무대 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없었다. 블랙박스 극장(빈 공간에 자유롭게 무대와 객석을 설치할 수 있는 극장)처럼 공연장 전체를 동선으로 활용할 수 있어 훨씬 다이내믹한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쉬운 건 공간이 협소하고 천장이 낮아 조명 설치와 안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정도. 충무아트홀 블랙은 트러스트 극장이기에 좌석에 따라 다른 각도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7호 2015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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