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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INI SPECIAL] <페스트> 뮤지컬로 만나는 서태지의 힘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스포트라이트 2015-08-17 4,225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서태지.  그의 음악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내년 7월,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일 <페스트>다.  서태지의 강렬한 음악들이 무대에서 어떤 에너지를 발휘하게 될까? 
이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의 송경옥 이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페스트>의 숨은 이야기를 공개한다. 



<페스트>의 시작 


<페스트>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이전부터 서태지컴퍼니는 끊임없이 국내의 대형 기획사로부터 뮤지컬 제작 제안을 받아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태지의 음악은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0년, 서태지컴퍼니의 자회사인 스포트라이트가 프로듀서로 에이콤 출신인 송경옥 이사를 영입하며, <페스트> 제작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서태지의 음악을 뮤지컬화하는 과정에서 제작사의 최우선 과제는 ‘서태지의 음악이 잘 어우러진 대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본 작업은 장작 4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과정도 치열했다. 우선 뮤지컬은 그의 노래 가사를 그대로 쓰면서 이야기를 엮어내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제작사는 그의 노래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국내외 고전부터 만화까지 무수한 작품을 찾았다. 그와 함께 병행한 작업은 서태지가 작곡한 100여 곡의 가사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었다. 100여 곡의 가사를 기존의 명작이나 창작물에 연결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작가 세 팀을 선정해 집필을 맡기며 세 편 이상의 완성된 대본을 구성했다. 이러한 인고의 노력 끝에 안재승 작가가 까뮈의  『페스트』로 특별한 작품을 내놓았다. 결국, 이 작품이 최종 선택된 이유는 사랑과 이별, 사회제도에 대한 저항 의식, 희망과 연대 의식 등 서태지의 음악에 담긴 메시지가 골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송경옥 이사는 “현대 문단에서 까뮈가 지닌 세련됨과 서태지의 파워풀하고 대중적인 록 음악이 좋은 매치를 이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서태지와 까뮈의 만남 


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알제리 오랑에 페스트가 발병되며 비극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그린 이야기다. 뮤지컬 <페스트>는 원작의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 쇼 뮤지컬을 표방하는 만큼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욱 대중적이고 재밌게 꾸려질 예정이다. 


사실상 원작은 실존주의 작품인 까닭에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다. 반면, 뮤지컬은 대중성을 살리기 위해 특정한 사건을 삽입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인 결말로 연결해 기승전결의 구조를 확보했다. 더불어 원작의 주옥같은 구절을 인물의 독백으로 삽입해, 소설을 읽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 


뮤지컬은 원작의 배경인 알제리 오랑을 그대로 두되 이야기의 시점을 현대로 옮겨온다. 그에 따라 휴대전화 등과 같은 현대적 소품과 영상이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 오랑은 여러 문화가 뒤섞여 있는 매력적인 항구도시다. 무대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오랑의 이국적인 미장센을 환상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 계급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에서도 원작 인물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다. 단, 특징적인 변화가 하나 있는데 원작에 없는 러브 라인이 더해진다. ‘너에게’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등 서태지의 음악에 ‘사랑’이란 메시지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타루를 여자 캐릭터로 바꿔, 리유와의 러브 라인을 구축했다. 


의사 리유는 도시에 페스트가 번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 당국은 이를 은폐하고 시간을 지체하려고만 한다. 결국 시 당국은 도시를 폐쇄하고 페스트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시킨다.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리유는 자신의 연인이자 시장의 사촌 타루와 함께 격리된 장소로 들어가 사람들을 치료하고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송경옥 이사는 “21세기 들어 빈부 격차로 인한 기아 문제, 환경 문제 등 국제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시대에 <페스트>는 공존의 의미를 부각시키며,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던져준다”며 작품의 메시지를 밝혔다.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힘 


이 작품의 강점은 서태지의 유니크한 음악이다. 그만큼 그의 어떤 노래가 작품에 삽입되는지가 큰 관심사다. <페스트>의 음악 선별 작업은 대본을 만드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원작을  『페스트』로 결정한 뒤 대본 작업을 할 때는 노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가 살아 있으려면 이야기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대본 감수 작업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 외의 모든 작업들은 뮤지컬 창작자들의 몫으로 돌렸다. 


대본이 완성된 뒤 이루어진 작업은 서태지의 100여 곡의 음악 가사를 프린트해 펼쳐 놓고, 분석하는 일이었다. 그다음 드라마의 장면을 나누고, 그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그룹별로 묶은 다음, 대입하고 솎아내며 곡을 골랐다. (추후 변경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선별된 곡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 ‘난 알아요’를 비롯해 ‘환상속의 그대’, ‘죽음의 늪’, ‘컴백홈’, ‘발해를 꿈꾸며’, ‘시대유감’ 등이다. 이처럼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이 대거 등장할 뿐 아니라 4집 이후 솔로 앨범의 수록곡들도 포진되어 있다. ‘Take 3’, ‘Take5’, ‘Take6’, ‘대경성’과 지난해 발매했던 정규 9집 타이틀곡 ‘크로스말로윈’ 등 또한 <페스트>의 강렬한 장면과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과연 서태지의 음악을 누가 편곡할 것인가? 이 부분도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다. 반가운 소식은 김성수 음악감독이 이 작품의 편곡을 맡게 되었다는 것. 현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음반 프로듀서로 맹활약하고 있는 감각적인 뮤지션이다. 송경옥 이사는 “저희가 의뢰하고 받았던 편곡 샘플 중에서 김성수 음악감독이 서태지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듯했고 힘 있는 편곡을 보여주었다. 비수를 꽂는 듯한 서태지의 시원한 음악에 장엄한 클래식 편곡이 가미되며, 음악의 스케일이 커질 것이다”라는 말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8월, 공개 오디션을 시작으로 서서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페스트>. 5년간 꾸준히 이어진 노력들이 무대에서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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