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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애비뉴 Q> 칼리 앤더슨, 니콜라스 던컨, 나오코 모리,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 [No.120]

글 |나윤정 사진 |김수홍 2013-10-02 4,585

<애비뉴 Q>가 탄생 1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을 펼친다.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개성 넘치는 퍼펫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컨셉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듬해 <위키드>를 제치며 토니상을 휩쓸었다. <애비뉴 Q>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은 화끈하게 사회문제를 까발리는 퍼펫들의 즐거운 입담 그리고 퍼펫과 혼연일체가 된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칼리 앤더슨(케이트 몬스터, 루시 역),니콜라스 던컨(프린스턴, 로드 역), 나오코 모리(크리스마스이브 역) 등이 참여해 퍼펫의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친근한 퍼펫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한국에 도착한 <애비뉴 Q>의 세 배우들을 만나 작품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애비뉴 Q>를 기대하고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 개성 있는 자기소개 부탁해요.
나오코 모리(이하 나오코)   만나서 반가워요. 전 일본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자랐어요. 그리고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있죠. BBC <터치 우드> 같은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고, 런던에선 <미스 사이공>의 킴 역과 <애비뉴 Q>의 크리스마스이브 역 등을 맡았어요. 김치만큼 이브 역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에 온 게 정말 즐겁고 기대돼요. 농담이지만 한국 음식 때문에 이곳에 온 이유가 크답니다. 김치, 소주, 비빔밥… 정말 좋아요!
칼리 앤더슨(이하 칼리)   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고 17세 때 런던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때부터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고 <캣츠>, <마이 페어 레이디> 등에 출연했죠. <애비뉴 Q>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커요. 다른 나라에서 공연하는 것도 한국이 처음이거든요. 한국 관객들이 열광적이란 소문을 많이 들어서, 여러분들이 제 무대를 보시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빨리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네요.
니콜라스 던컨(이하 니콜라스)   전 영국의 중간쯤에 위치한 코번트리란 곳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공연계에서 활동했어요. 이후 런던으로 건너와 공연 전문학교를 다녔고, <페임>, <맘마미아!> 등에 참여했죠. <애비뉴 Q> UK 투어에선 프린스턴과 로드를 비롯해 트레키 몬스터, 니키 총 4개의 역할을 맡았어요. 지난번에 제작 발표회 때문에 한국에 와서 4일 정도 머물렀는데, 이것저것 재밌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요. 참, 그때 김치도 먹어봤는데 나오코만큼 김치를 기대하고 있진 않답니다.(웃음)


<애비뉴 Q>를 처음 봤을 때 기억하세요? 작품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니콜라스   공연을 보기 전에 노래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어요. 친구가 들어보라고 권했거든요. 몬스터가 포르노에 대해 부르는 넘버 ‘인터넷은 야동용’을 들었는데, 음악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애비뉴 Q>는 무대에 한번 올라보면, 누구든지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또 하게 되는 작품 같아요. 그만큼 매력적이고 특별해요.
나오코   전 대본부터 읽어봤는데, 작품만의 특별한 코미디 코드에 완전히 사로잡혔죠. 내용 자체가 맘에 들어서 대사를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봤어요. 그리고 나중에 미국에 가서 공연을 봤는데, 이 작품은 내가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동양인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거든요.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이브는 스트레오 타입이 있는 역할이 아니라 코믹스러운 면이 많은 캐릭터여서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어요.
칼리   런던에서 처음 공연을 봤고, 그 뒤로 두 번 더 관람했어요. 계속 봐도 코미디 코드가 지루하지 않고, 똑같은 지점에서 다시 웃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지점에서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이렇듯 한 공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재미와 슬픔을 동시에 오가며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배우에겐 이런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정말 색다른 도전일 것 같아요. 처음 볼 때와 달리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 어떻던가요?
나오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저와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니콜라스   다른 공연들과 달리 퍼펫 연기란 새로운 스킬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매력적이었어요. 처음에 프린스턴 언더스터디를 맡았는데, 그때 연기를 해보면서 앞으로 계속 이 역할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칼리   퍼펫을 통해 디테일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눈매를 바꾸고 감각적인 표정을 짓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되도록 퍼펫과 한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지난주엔 런던에서 오픈 리허설을 했는데,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손동작이나 머리 끄덕임 등 배우와 퍼펫의 조합이 그야말로 완벽해요. 자신이 맡은 퍼펫과 배우가 서로 쳐다봐선 안 된다는 룰도 있다던데, 퍼펫 연기의 노하우를 좀 알려주세요.
니콜라스   역시 제일 중요한 건 퍼펫과 배우가 서로 마주보면 안 된다는 거죠. 둘이 혼연일체가 돼서 같은 곳을 바라봐야 되거든요. 물론 퍼펫이 느끼는 감정도 배우가 똑같이 느껴야 하고요. 배우는 무조건 퍼펫과 같은 걸 보고 듣고 느낀다고 보면 돼요. 또 중요한 것 하나! 퍼펫을 만지기 전에 꼭 손 세정제를 써야 해요.
나오코   퍼펫 몸값이 정말 정말 비싸거든요.(웃음)  
니콜라스   둘이서 함께 연기할 때 배우는 꼭 상대방의 퍼펫을 바라봐야 한다는 룰도 있어요. 배우끼리 바라보면 안 되는 거죠. 배우가 아닌 퍼펫을 쳐다보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고 익숙해져요.
칼리   특별한 노하우보단 거울을 보면서 퍼펫과 일체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최선이죠.


나오코는 퍼펫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퍼펫과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나오코   평소엔 사람을 보며 대화를 하는 게 맞지만, 이 무대에선 퍼펫을 바라봐야 하죠. 그런데 일단 공연이 시작되면 퍼펫 자체가 진짜처럼 보여요. 단순히 제 상상력일 수도 있지만, 퍼펫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헬로키티나 테디베어 인형을 보며 이야기를 건넬 때 왠지 진짜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것과 비슷해요. 하물며 퍼펫들은 대화를 하면, 응답도 하잖아요.(웃음) 지난 공연 땐 특정 퍼펫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공연이 끝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니까요.


퍼펫들이 몸값이 상당해서 특별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와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가령 실수로 퍼펫을 망가뜨렸다던가.
니콜라스   특별한 사고는 없었어요. 공연 준비에 들어가면 퍼펫을 자신의 몸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니까요. (웃음) 머리도 만져줘야 되고, 드라이도 해줘야 하고 할 일이 무척 많죠.
나오코   케이트 몬스터는 공연 도중 머리가 자주 헝클러져요. 그래서 입에 머리카락을 물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다가가서 빨리 머리를 정리해 주고 싶어요. 
칼리   퍼펫을 바라볼 수 없으니깐 제가 케이트를 연기하고 있어도 그녀의 머리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웃음) 퍼펫을 망가뜨린 적은 없지만, 퍼펫을 연기하는 데 필요한 막대기가 구부러지거나 떨어진 적은 몇 번 있었어요.

 

 

 


애비뉴 Q엔 각양각색의 이웃들이 살고 있어요. 구직을 꿈꾸는 대학 졸업생 프린스턴, 소울메이트를 찾는 싱글 유치원 교사 케이트 등 각 캐릭터들이 지닌 고민들은 현재 우리들의 고민과 연결되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공감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나오코   <애비뉴 Q>가 특별한 이유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다 공감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인생의 목적을 찾고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잖아요. 그중 특히 케이트 몬스터에 공감이 가요. 여자들은 다들 같은 마음일 거예요. 더불어 제가 맡은 역할 크리스마스이브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이 저와 닮아서 연기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죠. 
칼리   저 역시 케이트 몬스터일 수밖에 없어요. 케이트와 프린스턴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들은 소녀라면 누구나 다 겪어본 일이기 때문이죠. 객석에 앉아 케이트를 보게 되면 다 제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니콜라스   그럼 아마 다들 프린스턴을 욕하실 거예요.(웃음) 그래도 전 프린스턴에게 공감이 가요.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생각이 많은 젊은이거든요.
칼리   작품 안에 다양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출연하는 배우가 적어서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도 있어요. 퍼펫을 포함해 총 캐스트가 12명인데, 배우는 7명이거든요.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고, 그 덕분에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며 공감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18세 이상 권장 관람 공연인 만큼 캐릭터들의 거침없는 입담이 인상적이에요. 현실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말들을 던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희열이 클 것 같아요. 특히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일   동   재밌는 부분이 무척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요. 
나오코   이 공연은 신기하게 볼 때마다 계속 새로운 지점들이 발견돼요. 작품 자체가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러시아 인형처럼 한 꺼풀 벗기면 금세 새로운 게 나와요. 한 작품 안에 굉장히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등장한 말들이 단순한 충격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큰 재미를 전해줘요. 평소에는 하지 못할뿐더러 듣는 것조차 거북한 말인데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서로 그런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신나고 기분 전환이 돼요.
칼리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작품을 5분 정도 보면 그냥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케이트가 “썅(fuck)”이란 단어를 내뱉는 시점부터 귀를 의심하게 되죠.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일 수 있지만, 작품 자체가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뿐이지 사랑, 웃음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어서 굉장히 재밌어요.


칼리는 루시와 케이트, 니콜라스는 프린스턴과 로드를 오가며 연기하는데, 한 무대에서 두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니콜라스   발성이나 움직임들을 분명히 다르게 표현해야 하니 쉽지 않죠.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두 캐릭터는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공연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 새로운 퍼펫을 손에 낄 때마다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이 달라지더라고요.
칼리   케이트와 루시가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케이트를 연기하고 있을 때 다른 배우가 루시를 들고 나타나죠. 그래도 루시의 대사는 제가 말해야 하거든요. 케이트가 되어 말하다가도 루시가 대사를 해야 할 타이밍엔 그녀의 입 모양에 맞춰서 루시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러다 보니 가끔 머릿속에서 역할이 뒤죽박죽돼 케이트의 목소리로 루시의 대사를 해버리는 경우도 생겨요. 이런 부분들이 혼란스럽고 어렵지만 열심히 해내고 있답니다.


표현 수위들이 자칫 센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마지막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품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막이 내린 후 각자가 맡은 캐릭터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나오코   브라이언이 게으르고, 이브가 바가지를 긁긴 하지만 둘은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에요. 좋은 커플이기 때문에 아마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 이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지만 아마 아기도 가졌을 테고요.(웃음) 이브는 성격상 아기가 자고 있으면 숨을 안 쉬고 있는 것 같다고 막 흔들어 깨울 것 같아요. 아기가 깨어나 울면 오히려 살아 있구나 안심하는 그런 스타일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에도 두 사람은 좋은 부모가 돼서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줄 거예요. 또 한 가지! 브라이언은 절대 코미디언이 되지 못했을 테죠.
칼리   종종 케이트와 프린스턴의 사이가 어떻게 됐을까 상상을 해봐요. 잠깐 같이 연애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그냥 좋은 친구로 남지 않았을까요? 케이트가 프린스턴보다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그를 결혼 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케이트는 몬스터 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겠죠.
니콜라스   프린스턴은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며 다닐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엔 전형적인 미국 남자가 돼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야구를 보러 다니고 있을 거예요. 로드는 일단 애비뉴 Q에 오래 살진 않을 것 같아요. 니키와도 베스트 프렌드로 남겠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걸어가겠죠. 엄격하고 진중한 성격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테고, 진급도 잘해서 부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국 공연 기간에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나오코   무엇보다 김치를 정말 많이 먹을 거예요. 물론 쇼핑도 많이 하고 싶어요. 한국엔 런던에서 구할 수 없는 패션어블한 옷들이 많거든요. 제 친구가 영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선물 받은 옷을 봤는데, 정말 예쁘고 재단도 잘돼있더라고요. 참, 얼굴 마사지와 때밀이도 매일매일 받고 싶어요.(웃음)
칼리   저도 때밀이는 꼭 할 거예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지난번에 창경궁에 갔는데 이번에 또 가보고 싶고, DMZ도 한번 가보려고요.
니콜라스   저 같은 경우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요. 주로 야외 활동을 하려고요. 익스트림 스포츠도 해보고 하이킹도 해볼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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