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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라민 카림루, 밤의 음악을 선사한 컨트리 뮤지션 [No.119]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3-08-09 4,717

지난 7월 3일과 4일 양일간 서울에 이어 5일에는 광주에서, 웨스트엔드 뮤지컬 배우 라민 카림루의 콘서트가 열렸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 뮤지컬 스타 홍광호의 콘서트가 열리긴 했으나, 인기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가 단독으로 콘서트를 이끌어가는 건 흔하지 않은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단 한 차례도 공연한 적이 없었던 그의 공연 티켓이 (변변한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도) 삽시간에 매진됐다는 소식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라민 카림루는 이란계 캐나다인으로 <레 미제라블>로 웨스트엔드에 데뷔한 후, <미스 사이공>과 <오페라의 유령>, <러브 네버 다이즈> 같은 대작들에 연이어 출연했다. 긴 역사를 지닌 작품들이라, 수많은 배우들이 크리스로, 팬텀과 장 발장으로 무대에 섰다. 그중 라민 카림루는 특별한 기회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뮤지컬 팬들에게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각인시켰다. 2010년과 2011년에 열린 <레 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의 25주년 특별 공연에 출연한 것. 이는 DVD로 발매되고 공연 실황이 영화관에서 상영됨으로써 전 세계 관객들이 그만의 앙졸라와 팬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카리스마, 섬세한 연기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라민 카림루는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지난해 개인 음반 「RAMIN」을 발표하기도 했다(국내에선 올해 6월에 출시됐다). 그는 지난 6월 오랜 파트너인 브로드웨이 스타 시에라 보게스와 레아 살롱가, 일본 뮤지컬 스타 시로타 유우와 함께 일본에서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연 후 한국에 들렀다. 한국 팬들과의 만남은 그의 밴드가 미국 각지를 돌며 소박한 분위기에서 행했던 투어 콘서트 ‘브로드웨이 투 블루그래스(Broadway to Bluegrass)’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7월 3일 콘서트에서, 그는 뮤지컬 팬들이 기대했던 ‘Music of the Night’와 ‘Bring Him Home’, ‘Why God Why’,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의 뮤지컬 넘버와 더불어, 그의 음반에 수록된 ‘Coming Home’과 ‘Show Me Light’, ‘Constant Angel’ 등을 선보였다. 작품보다는 곡 자체로 인기 있는 <러브 네버 다이즈>의 ‘Til I Hear You Sing’을 듣지 못한 데 팬들의 아쉬움이 컸지만, 앙코르 곡으로 선사한 라민 버전의 `I Dreamed a Dream’은 색다른 감동을 전했다. 콘서트가 열리기 전, 7월의 첫날 한국에 막 도착한 라민 카림루를 만났다.

 

 

                           

 

 

함성으로 가득한 콘서트 현장
한국에서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팬들은 당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무척 기뻐하고 있다. 티켓이 몇 분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은 들었나? 한국에서 공연하는 소감을 듣고 싶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그런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 그 덕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고, 더욱 신나게 공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흥해 좋은 공연 보여주려고 노력할 거다.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열광적이란 말을 들었는데, 그걸 기대해보겠다.


이미 한국 관객들에 대해 알고 있나?
방금 일본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 일본 팬들이 말하길 한국 팬들은 이곳보다 더 열광적일 거라고 하더라. 그뿐만 아니라, 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한국 팬들이 얼마나 열성인지 알 수 있었다.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개를 좀 해달라.
콘서트 주제는 ‘브로드그래스(그의 밴드 이름)’의 스토리라고 할까.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로 선곡했다. 처음에 개인 음반 활동을 시작했을 때엔, 개인 활동할 때는 뮤지컬을 그만둬야지, 병행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기엔 내가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서 대안을 생각했다. 뮤지컬 넘버 중 특히 애착이 가는 곡을 변형하고 편곡해봤다. 뮤지컬에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이지만, 우리 밴드는 기껏 해봐야 악기 몇 개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니 변화가 있는 게 당연하다. 이번 콘서트에서 뮤지컬 넘버들은 브로드그래스가 함께 편곡한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릴 거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컨트리나 블루그래스 등 어쿠스틱 음악이 주를 이룰 것 같다. 바라건대 음색과 전달력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각 노래의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부르려 한다. 난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하고 무대에서 감정 전달을 중요시한다. 영미권 이외의 국가에서 공연하는 건 일본과 한국이 처음이라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 전달이 잘될지 걱정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즐겁게 연주할 거니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싱어송라이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작곡을 하는 게 정말 재밌다. 음반 판매 성과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절대 아니다. <러브 네버 다이즈>를 공연할 때 팬텀 분장을 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 대기 시간에 뭔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그때 함께 출연했던 시에라 보게스의 아버지가 내게 밴조 기타를 만들어주셨다. 그런데 난 그때 기타를 칠 줄 몰랐다. 기타 치는 법을 배우고 조금씩 다룰 줄 알게 되니 재미가 붙었다. 원래 컨트리나 포크 록, 블루그래스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거기에 영향을 받아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지금도 더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서 매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서 한창 투어 공연을 펼쳤던 터라 유투브를 통해서 콘서트를 미리 접할 수 있었다. 혹시 한국 관객들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
아, 음(잠시 멈칫하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하지만 한국 팬들이 여태껏 보지 못한 내 모습, 다른 나라 공연에서 놓친 모습들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다. 공연할 때마다 프로그램이 매번 조금씩 다르다. 같은 무대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내가 뭘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준비했던 곡이라 해도 그날 별로 부르고 싶지 않으면 부르지 않는다. 관객이 원하는 곡이라고 일부러 부르지도 않는다. 내 맘에 없는 노래를 불러봤자 관객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없을 거란 걸 알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다. 한국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라면 한국 관객이 아닐까.

 

 

                              

 

 

웨스트엔드 스타가 되기까지
처음 웨스트엔드 데뷔했을 때 기억나나? 지금처럼 유명해지리라 예상치 못했을 텐데, 그때의 꿈은 뭐였나?
처음 영국에 와서 <펜잔스의 해적>에 참여했는데 당시 굉장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그들을 우러러보며 존경했다. 그다음에 웨스트엔드 <레 미제라블>에서 푀이 역과 함께 마리우스와 앙졸라 언더스터디를 맡았다. 지금 가장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인 하들리 프레이저가 당시 마리우스를 연기했다. 정말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내가 왜 언더스터디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고 무척 많이 배웠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사람이니까 시간을 들여 내 일을 즐기며 배워 나가야겠다는 마음가짐뿐이었다.


뮤지컬 무대에 서기 전에 록 밴드 활동을 했고 컨트리나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것을 고려할 때, 데뷔 후 참여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클래식한 게 인상적이다. 처음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하진 않았나?
나한테 중요한 건 음악 장르보다는 역할인 것 같다. 록 뮤지컬에서 좋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떤 스타일이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맡은 역할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무척 좋았다. <레 미제라블>의 음악은 사실 어떻게 보면 프렌치 포크 송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작품 자체가 무척 좋기 때문에 그것들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력을 살펴보면 몇몇 작품에 오래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과 라울을 연기했고, <레 미제라블>에서는 마리우스와 앙졸라, 장 발장 등 한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았다.
여러 역할을 연기했지만 동시에 진행한 건 아니다. 각 배역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내 인생에서 적절한 시기에, 그에 맞는 배역을 맡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성장하면서, 맡은 배역도 성장하는 것 같고. 알다시피 이번 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나서 다시 장 발장을 연기할 예정인데, 4개월간 식습관도 바꾸고 체형도 바꾸고 원작도 다시 읽으며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고 있다. 15파운드 정도 찌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한국 공연 마치고 나면 더 이상 면도도 안 할 거다. (웃음) 나처럼 한 작품에서 여러 배역을 맡은 사람들은 또 있다. 그런데 내가 이름을 알리고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25주년 기념 특별 공연에 출연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DVD로 그 공연을 봤기 때문에 나를 알게 된 거다.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 내가 장 발장을 연기했다 하더라도 내 콘서트에 아무도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무척 감사한다. 물론 그 덕이 크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몇몇 작품에 장기간 참여하다 보면, 다른 작품이나 역할을 맡고 싶어지지 않나?
음, 두 작품을 집중적으로 하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 한 것 같진 않다. 팬텀을 연기한 게 18개월, 장 발장은 4개월. 앞으로 할 장 발장도 5개월 정도? 그리고 오히려 그게 좋은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나인>의 귀도, 그리고 <컴퍼니>의 바비? 그리고 시에라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한 코미디 작품이 있는데, 그녀와 함께하는 거라면 좀 더 가볍고 웃기는 작품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공연을 포함해 시에라 보게스, 레아 살롱가와 한 무대에 선 적이 많다. 두 여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각각의 매력도 알려달라.
레아는 정말 착하고 귀엽고 굉장히 프로답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뮤지컬에 출연했고, <미스 사이공>의 킴으로 무대에 선 게 25년 정도 되지 않았나? 와, 25년이라니, 그 자체로 작품의 역사가 아닌가. 시에라는 함께 일하는 게 정말 재밌고 신나는, 내 짝꿍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다. 이 친구와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녀와 일하면 내 안에 내재한 모든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믿고 신뢰하는 친구다. <러브 네버 다이즈>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에 동반 참여했는데, 무척 호흡이 잘 맞고 편한 친구다.


관객들로부터 가창력과 연기력에서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그중 들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뭔가?
라민만의 해석이 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나만의 뭔가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알아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무대 위에서 라민이 아닌 크리스 또는 장 발장으로서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했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기쁘다. 하지만 칭찬을 들으면 그만큼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말들이 내 무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왕이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내 몫에 집중하려고 한다. 


7월 1일은 캐나다 국경일이라고. 한국에 오지 않고 휴일을 만끽했다면 뭘 하고 있었을까?
으, 사실 조금 슬프다. 오늘을 기념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공연한다. 그걸 놓친 건 무척 안타깝지만 한국에 온 걸로 만족한다! 아들이 두 명 있는데, 평소 휴일에는 최대한 아빠 노릇을 하려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오토바이 타는 포즈를 취하며) 할리를 타겠지.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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