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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포커스> 김동호 작가, 김예림 작곡가, 로맨스와 수사물의 기로에서 [No.121]

글|박병성 | 사진|심주호 2013-11-08 4,351

모든 창작자들이 힘들어하는 작업은 비우는 일이다.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남겨두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면서도 비우지 못한다.
그만큼 고민한 시간들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리라.
<포커스> 역시 로맨스와 수사물 사이에서 선택을 미루고 있다.
리딩 작업은 그 선택을 돕는 과정이 될 것이다.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
불륜, 비리 사진을 찍어주는 ‘블랙 픽처’. 그곳을 운영하는 수희는 업무 중 형사 형진과 가방이 바뀌면서 중요 사진 데이터를 잃는다. 형진은 사진 데이터를 미끼로 승진을 위해 사진이 필요하다며 범인을 잡는 멋진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A그룹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던 형진은 물론 그의 사진을 찍던 블랙 픽처도 A그룹의 공격을 받게 된다. 수희와 형진은 힘을 합쳐 A그룹의 비리를 찾는다. 잠복근무 중 수희와 형진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데…. <포커스>는 기존 리딩 방식과는 다르게 토크 쇼에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리딩을 진행했다.

 

처음과 마지막 곡이 ‘쇼 타임’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처음 장면은 이해가 되는데 마지막 장면은 왜 이 곡으로 마무리했나?
김동호  마지막에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한다. 새로운 시작은 또 다른 쇼라고 생각했다. 앞부분에서 형진은 진급하기 위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A그룹을 쫓는 대의를 위한 쇼를 한다. 수희는 사람들의 지저분한 사생활을 쫓는 갇힌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마지막 곡 ‘쇼 타임’은 진실을 만드는 그들만의 무대라고 생각했다.


쇼를 극 앞뒤로 배치했다는 것은 이 작품이 ‘거짓과 진실’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데 정작 본론의 내용은 형진과 수희의 러브 스토리나, 비리를 파헤치는 수사물로의 성격이 강하다.
김동호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서도 진실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사물에서도 A그룹은 진실을 숨기고 언론을 통해 은폐하려 한다. 두 가지 모두 진실이란 포인트를 지니고 진행시키고 있다. 로맨스와 수사물이 만나는 지점이 ‘블랙 픽처’란 곡이다. (블랙 픽처는 A그룹을 조사하던 중 형진이 수희를 보호하려던 순간 셔터가 눌려 검은 사진이 찍힌다. 형진과 수희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검은 사진 속의 진실을 본다.-편집자 주) 블랙 픽처에서 이들이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사물과 러브 스토리가 큰 줄기를 차지하지만 진실이란 테마로 녹아들진 못한다.
김예림  리딩을 하기 전에 준비했던 이야기와 실제 리딩을 진행하면서 보여준 이야기에 차이가 있다. 원래는 러브 스토리에 비중이 컸는데, 리딩 공연에서 A그룹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수사물의 성격이 커졌다. 그런 과정에서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인지 명확히 안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수희는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불륜 사진을 찍는 사업을 한다. 수희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됐다.
김동호  예전에는 수희가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고, 렌즈를 조절해서 대상을 아름답게 조작하는 사진을 찍었다. 남자 친구가 자기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뒤에 숨긴 모습이 정말 달랐다. 남자 친구의 불륜 현장을 찍으면서 사람들이 숨긴 모습에 눈을 뜬다. 비리나 불륜은 뒤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얼굴, 그 얼굴을 찍으면서 수희는 이게 진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 사진을 찍는 일을 택한 것이다. 남자 친구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마음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셔터를 눌렀다.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찍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수희가 주인공이라면, 이 작품에서는 좀 더 수희의 아티스트적인 면을 부각해야 한다. 앞의 네 곡이 나올 동안 수희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전반부에는 흥신소의 멋진 여성 파파라치 정도로만 느껴진다.
김동호  ‘쇼 타임’에서 그런 수희의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다. 원래는 ‘블랙카드’라는 곡에서 수희를 설명했는데, ‘쇼 타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중간에 뺐다. 그러면서 수희를 보여주는 장면이 적어진 것 같다.
노래들을 보면 앞부분은 불편한 리듬으로 시작하다가, 대중적인 리듬으로 바뀌는 전략을 택한 것 같다.
김예림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수희 테마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불협화음을 사용했다. ‘쇼 타임’은 수희의 테마로 시작해서 ‘쇼 타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비밀의 무게’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앞부분이 어둡다가 합창으로 전개되다 보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사진이 필요해’ 장면은 아마 작품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일 것이다. 블랙 픽처의 훈섭이 사회자가 되어 다른 멤버인 장여사와 희진을 소개한다. 그런데 훈섭은 오직 이 장면에서만 사회자로 등장한다.
김동호  사무실에서 핀 조명을 받으면서 멤버를 소개하도록 했다. 적절한 음향 효과를 넣은 후 설명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 장면이 그렇게 생경할까 싶다. 두 사람을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훈섭이라고 봤다. 언더스코어로 보완하고 있어 생경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드라마의 성격에 따라 음악 구성도 달라진다. 음악 구성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김예림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보여주려고 했다. ‘블랙 픽처’를 클라이맥스로 보고 앞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려고 했다. 그 대신 기본 밴드 구성에 첼로와 더블 베이스 등 어쿠스틱한 악기를 사용해서 전체적인 음악 톤을 맞추려고 했다.


마치 토크 쇼에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리딩을 준비했다. 이렇게 소개한 이유는?
김동호  연출님과 조금 더 효과적이고 재밌게 <포커스>를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 결정한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바라보다’를 부르는 장면에서 왜 수희는 형진만을 관찰하고 있나?
김동호  수희와 블랙 픽처 사람들은 전체적인 동향을 살피고 있고, 수희는 그러면서 형진을 보고 있는 것이다. 형진을 보는 것이 주요 포인트이긴 하다. 원작 드라마에서 누군가를 지켜보는 나를 또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상황에 관심이 생겨 작품을 구상했다. 그런 흔적이기도 하고, 형진을 지키는 것이 결국 수희 자신을 지키는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과 자신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형진을 관찰하는 것이다.


상황적인 논리상 형진만 관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두 인물의 감성적인 연결을 만들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 장면 자체는 감성적으로 예뻤다. 또 하나 드라마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희는 왜 모든 것을 겪은 후 유치원생을 찍는 일을 선택하나?
김동호  수희가 A그룹의 사진을 찍으면서 불륜이나 비리 사진도 진실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블랙 픽처’를 찍은 후 아무것도 없지만 거기에서 진실을 본다. 이때부터 수희의 사진 찍는 행위가 순수해진다. 1차원적이긴 하지만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얼굴이 아이들이다. 또한 아이들은 통제할 수 없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 불허의 사진이 나온다. 수희는 그런 예측 불허성에 끌린 것이다.


보고 이해시키는 것과 설명해주는 것은 다르다. 설명을 들으면 동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품은 그 자체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 부여가 어느 정도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본 공연으로 간다면 음악 구성은 어떻게 하고 싶나?
김예림  규모에 맞게 다시 구성할 생각이다. 넘버는 극의 수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뷰를 통해 귀에 확 끌리는 노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노래를 뮤지컬 넘버답게 구성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리딩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김예림  음악조감독으로 참여한 작품들 중 창작이 많아서 그때의 경험이 이번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직접 작가와 협업하는 것은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다르더라. 스토리를 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가사도 좀 더 절제해서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뮤지컬 곡의 기능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는 계기였다.
김동호  무대보다 영상에 익숙한 편인데, 영상은 편집하고 클로즈업하고 음악 깔면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무대는 두 시간 내내 꽉꽉 채워야 하는 장르더라.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초 단위로 채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간을 다루는 것이 신선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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