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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쓰릴 미> 이재균, 자만이 아닌 자신감 [No.116]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3-05-27 6,091

“대학을 가야 하는데, 갈 길이 없는 거예요. 공부도 못하고.” 이재균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야 겨우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예대 출신 배우를 만났지만, ‘성적 때문’에 예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꾼 게 아니라, 뭘 할 수 있지 찾다보니 저한테는 배우가 만만해 보이는 거예요. 저거 하면 재미있게 놀면서 돈 벌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더라고요.” 딱 이십대 청년 같은 이재균의 말은 꾸밈없고 솔직하다. 하지만 ‘솔직함=쿨함’이라고 생각하는 21세기 청춘들과는 달리 꾸밀 줄 몰라, 또는 그럴 필요를 못 느껴서 솔직하다는 게 그의 매력이다.

 

                         


이재균의 데뷔는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휴학 중 <그리스> 오디션 소식을 듣고 큰 욕심 없이 봤는데 덜컥 붙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얼떨결에 쓱 첫 작품을 하게 돼서, 그 다음도 쓱 되고, 쓱 돼서” 지금까지 네 편의 무대에 섰다. <그리스>, <닥터 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 <히스토리 보이즈>, 거창한 욕심이 없다는 신인 배우의 출연 리스트라기엔 감탄할 만큼 훌륭하다. 오디션 낙방 경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신인의 고충이 있었을까? “<그리스> 다음에 <닥터 지바고>가 아니었다면, 전 그냥 군대에 갔을 거예요. <그리스> 때 춤을 못 춘다고 하도 구박을 받아서 자신감이 제로였거든요. 그런데 생각지 못하게 <닥터 지바고>를 하게 된 거예요. 거기선 가능성 있다고 칭찬 많이 받았어요.” <닥터 지바고> 프로덕션은 180cm가 넘는 이재균을 어떻게든 지바고 아역 겸 얀코로 무대에 세우려고 하다, 결국 아역을 따로 뽑는 결정을 내렸을 정도로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6개월이라는 장기 공연 동안 쟁쟁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무언가 느낀 건 없을까? “(조)승우 형하고 (강)필석이 형은 매일 다르게 연기를 하더라고요.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은 정말 하루도 같았던 날이 없어요. 그걸 보면서 ‘아, 무대 위에서 내가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는 거구나’ 저도 그날그날 다르게 했어요. 그런데 형들은 연기의 중심이 서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생각은 못했던 거죠. 전 그냥 날뛰는 망아지처럼 보였을 거예요.(웃음)” 이재균은 지난 연기에 대해 ‘혼자 빠져하는 연기’였다고 말했다.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주위를 못 봤어요. (양옆을 가린 경주마 흉내를 내며) 이렇게 했던 것 같아요. 연출가와도, 상대 배우와도 교감하지 못했어요.”
지난 봄, 생애 첫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대로 할 것’이라는 그의 연기 모토를 바꿨다. “상대방의 연기를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배웠어요. 예전엔 ‘어떻게 하면 이 대사를 좀 더 잘 표현하지?’ 이런 생각만 했는데, 요즘엔 상대가 저절로 대사가 나오도록 대사를 쳐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신인 배우들의 지나친 연기 고민은 오히려 이상한 길로 빠지게 하기도 하지만, 이재균을 두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선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열렸어요. 그런데 너무 진지하게만 하면, 재미없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에 대해 막 고민하다가도 그냥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데뷔 후 줄곧 10대의 순수하고 여린 청년 역을 맡아 사랑받아온 그는 <쓰릴 미>로 이미지 변신을 앞두고 있다. <그리스>를 제외하면 재공연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꼽히는 인기작에,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역할로 캐스팅됐으니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제가 네이슨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성격은 오히려 남자다운 리처드에 가까워요. 아직은 대본을 외우는 중이라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리처드일 것 같진 않아요. <쓰릴 미>의 고정 팬들에겐 욕먹어도 어쩔 수 없죠.” 그는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말했다. “사실 잘하는데 못한다고 하진 않잖아요. 못하니까 못한다고 하는 거지. 못하면 못한다고 인정하면 돼요. 저 ‘번지’ 때 노래 진짜 못한다고 욕 엄청 먹었어요. 킥킥.”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던 <번지점프를 하다> 마지막 공연에 대해 해명하자면, 긴장감으로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 늦잠을 자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 공연장 앞 벤치에서 자느라 목이 완전히 상했다는 것.
“자만하면 안 되지만 자신감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갖춰야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너무 평범한 답변을 건네 다소 실망하려는 찰나, 이어지는 말은 다시 이 배우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긴다. “신인배우들이 ‘배우라는 호칭은 아직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말 많이 하지만, 솔직히 무대에 선 이상 배우잖아요. 실력이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배우는 배우죠. 제가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를 진짜 좋아해요. ‘에드워드 노튼도 배우고, 나도 배우다!’ 전 제가 배우가 돼서 이게 제일 좋아요.(웃음)”


대표작
2013 <히스토리 보이즈> 포스너 
2012 <번지점프를 하다> 현빈
2012 <닥터 지바고> 얀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6호 2013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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