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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식상한 반전의 허무함이 결코 전부는 아닌,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

글 | 이민경(객원기자) 사진제공 |오픈런뮤지컬컴퍼니 2009-10-05 6,309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 남자(박경민)와 죽은 여인(민성아), 그리고 그녀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민정아)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민성아를 죽인 사람이 박경민이 맞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범행 사실에 앞서 연인의 죽음 자체를 부정하는 ‘경민’ 앞에 그가 범인임을 증명해주는 온갖 증거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극은 세 남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끊임없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관객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이한 점은 ‘경민’을 용의자로 설정한 것과 ‘민정아’가 평소 쌍둥이 언니를 대하는 태도 등을 미루어 볼 때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누구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극의 초반에 미리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정아’에겐 ‘경민’에게선 밝혀내지 못한 단 하나의 불충분한 증거, 즉 질투심이라는 살해동기가 존재하는데, 고등학교 시절의 회상 장면 등은 이를 짐작에서 확신으로 굳어지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여기에 이미 용의자로 지목된 ‘경민’이 진범이라면 애초에 ‘누구인가’란 물음을 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통해 그 ‘누구’는 바로 ‘민정아’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처럼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는 극의 초반에 진범이 누구인지, 즉 반전에 대한 힌트를 미리 주고, 다음 순서로 ‘왜 그랬을까’란 물음에 대한 답을 건네준다. 이런 이유로 ‘경민’이 아닌 ‘민정아’가 진범이라는 반전은 누구나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그래서 다소 맥 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누가’라는 결과보다 ‘그녀는 왜 언니를 죽였고, 왜 그 죄를 경민에게 뒤집어 씌웠으며, 왜 민정아가 아닌 민성아로 살아야 했나’ 등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수많은 의문점들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반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스토리 안에서 극 곳곳에 숨어 있는 단서들을 이용해 그 물음들에 대한 흥미로운 해답을 찾는 것이다.

 

 

어둡고 차가운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회색계열의 블록들로 둘러싸인 무대는 투박하다고 느껴질 만큼 굉장히 단조롭지만, 그 점이 오히려 복잡한 텍스트와 조화를 이루어 극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록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동안 사건에 대한 의문점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하나둘 꿰어 맞춰 완성되어가는 큐브를 연상시킨다.
음악은 대체적으로 록적인 느낌이 강해 ‘경민’ 역을 맡은 이승현의 음색과는 잘 어울렸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엔 극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여기에 1인2역을 맡은 오미란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감정을 제대로 싣지 못한 건조한 노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스릴러보단 심리극에 더욱 가깝다. 사건 자체보다는 극의 진행과 더불어 변화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불행을 만든다고 믿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쌍둥이 언니의 삶을 살아야 했던 ‘민정아’와 자신의 무고함보단 연인의 안위를 더욱 중시하는 ‘박경민’을 통해 인간의 본능인 사랑을 행하는 그들의 각기 다른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사건의 모든 전말을 알게 된 후에도 원망은커녕 그녀가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그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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