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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민찬홍 작곡가의 <빨래> [No.130]

정리 | 나윤정 2014-08-13 5,271
어느덧 15차 프로덕션을 이어가고 있는 <빨래>.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이야기, 그와 절묘한 합을 이루는 음악의 힘이 크다. 



민찬홍 작곡가가 들려주는 <빨래> 넘버 속 숨은 이야기들 

<빨래>의 시작은 2003년 추민주 연출의 한예종 연극원 졸업 공연이었어요. 처음에는 7곡을 썼고, 군 제대 후 2007년 공연에 합류해 작품 전체를 16곡으로 완성했어요. 그리고 2009년에 솔롱고와 나영이의 솔로곡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18개 넘버를 이루게 되었죠. 자칫 무거운 주제로 보일 수 있지만, 정말 좋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랐어요. 제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욕심도 컸고요. 그래서 유독 곡별로 다른 스타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다양한 장르를 구현함으로써, 음악적인 재미를 주려 한 거죠. 


서울살이 몇 핸가요?
처음 작업한 곡이었는데, 그 무렵 한창 가요, 재즈, 팝 등 대중음악을 좋아했어요. 더군다나 뮤지컬 공부를 하기 전이라, 당시엔 어떤 스타일의 음악은 어떤 구조로 써야 한다는 선입견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노래 속에 거침없이 투영할 수 있었죠. 특정 장르를 표방하기보단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들을 참고했어요. 빠르고 힘 있게, 대중음악의 느낌을 많이 살리려고 했죠.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 
솔롱고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니까, 진지하기보단 밝고 경쾌한 노래가 어울릴 것 같았어요. 몽골 민요가 삽입돼도 좋겠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열심히 몽골 민요를 수집했죠. 그러던 중 이 곡에 딱 어울리는 민요를 찾았어요. 그 민요의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지만. (웃음) 민요 선율을 변형해 전주에 흐르도록 했어요. 단번에 확 민요처럼 들리는 것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보사노바 리듬도 함께 더했죠. 

안녕
5차 공연(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주인공 남녀의 노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롱고는 ‘안녕’, 나영이는 ‘한걸음’을 추가해, 극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배치를 했죠. ‘참 예뻐요’가 사랑의 감정이 커졌을 때의 곡이라면, ‘안녕’은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을 표현하는 곡이거든요. 아예 새로운 선율을 쓰는 것보다는 뒤에 사용되는 테마를 차용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후렴에 ‘참 예뻐요’의 선율을 반영해서, 솔롱고의 감정에 통일성을 주었어요. 또 빨래하는 나영을 보고 반한 것이기 때문에 나영의 선율도 같이 섞기로 했죠. 이 곡을 잘 들어보시면, 시작 부분은 ‘빨래’, 후렴 부분은 ‘참 예뻐요’의 선율이 변형되어 흐르고 있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작곡을 할 때, 제 일순위는 드라마와 가사에 잘 맞는 음악을 쓰는 거예요. 가사를 보고 감동을 받으면, 그만큼 이입이 잘돼서 더 좋은 곡이 나오더라고요. 이 노래도 가사가 참 좋았어요. 좀 더 절절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힘들게 완성한 곡을 버리고 다시 작곡을 하기도 했죠. 항상 드라마가 최우선이지만, 그 선상에서 과학적으로 치밀하게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안녕’에 두 뮤지컬 넘버의 선율을 더한 것처럼, 관객들이 은연중에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래 속에 몇 군데 숨겨 놓은 장치들이 있어요. ‘비 오는 날이면’은 나영이가 출근길에 동네 사람들과 부르는 합창곡이고, ‘한걸음’은 나영이가 퇴근길에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래거든요. 그래서 두 뮤지컬 넘버에 연결고리를 만들었어요. 기회가 되신다면 재미 삼아, ‘한걸음’의 플롯 선율에 담긴 ‘비 오는 날이면’의 선율 네 마디를 찾아보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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