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난 포로들의 폭동, 그리고 기상 악화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표류하기 시작한 이송선.
여섯 명의 군인은 어느 무인도에 고립된다. 그들은 어떻게 무인도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편견을 넘어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남한군과 북한군. 대부분의 전쟁에서 그렇듯이 그들 역시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하다. 서로를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죽어 마땅한 괴물로 인식할 뿐이다. 이송선에서 폭동에서부터 무인도에서의 대결까지. 적대감으로 가득한 이들이 서로를 죽이기보다는 힘을 합쳐 무인도를 탈출하려면 먼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쉐리프(Muzafer Sherif)는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 22명을 대상으로 총 3주에 걸쳐서 캠프 연구를 진행했다. 첫 주는 11명씩 두 팀으로 나눈 후 야영장의 다른 구역에서 캠프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캠프를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팀에서 친밀해졌다. 첫 주가 지나자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서로의 존재를 알려준 후 앞으로는 함께 야영을 한다고 말했다. 두 팀의 아이들은 서로를 의식했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상대 팀을 무시했고 욕을 했으며, 급기야 주먹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야영장은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했다.
마지막 셋째 주가 되자 연구자들은 두 팀의 화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해결 가능한 문제 상황을 설정했다. 고장 난 밸브 찾기, 영화 상영을 위해 돈 모으기, 진흙에 빠진 트럭 끌어올리기 등이었다. 공통의 목표를 위해 아이들은 내 팀 네 팀 가리지 않고 협동했다. 갈등은 조금씩 사라졌으며 결국 캠프가 끝날 즈음 아이들은 하나의 팀이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서 적대감을 해소하고, 편견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 바로 동등한 지위와 공통의 목표, 그리고 협동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송선에 있을 때는 감시자(남한군)와 포로(북한군)였고, 무인도에서는 그 처지가 뒤바뀌었지만 그들은 여신님이 보고 계신다는 설정을 하면서 동등한 입장이 되어갔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그들이 형과 동생 사이가 되었으며, 여신님의 이름으로 순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서 협동할 수밖에 없었다.
미움도 , 분노도, 괴로움도
그대 숨결에 녹아서 사라질 거야
그만 아파도 돼, 그만 슬퍼도 돼, 그녀만 믿으면 돼
언제나 우리를 비추는 눈부신 그녀만 믿으면 돼
여신님이 보고 계셔
희망, 삶의 이유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젊은이들이 함께 여신님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배만 고칠 수 있다면 무인도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단순히 무인도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 각자의 여신님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여신님은 누군가에게는 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짝사랑하던 누나였다. 누군가에게는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였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중요한 순간에 희망은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태인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희망을 가지고 있던 동료들은 끝까지 살아남은 반면, 그렇지 못한 동료들은 질병과 영양부족 등으로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사람에게 희망은 삶의 이유가 된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성적이나 상급 학교 진학, 직장인들에게는 더 많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행복과 성공 등이 그것이다.
삶의 이유가 있다면 실제로 생명이 연장되기도 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중국 여성노인의 사망률은 명절이 끝나기 전에는 감소하고, 명절이 끝나면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유태인의 경우에도 유월절 전에는 사망률이 31퍼센트 감소하고, 그 후에는 그만큼 증가한다고 한다. 중국 여성 노인들에게 명절이란, 그리고 유태인들에게 유월절이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 고립되었던 여섯 명의 군인은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드디어 각자의 여신님께로 돌아갈 수 있었다. 희망이 우리 삶의 이유가 되는 한 기적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뿐인 배, 서로 다른 길
시간을 타고 흘러, 바다에 모인 우리
강으로 흩어지듯, 각자의 길로 가야만 해
돌아갈 곳이 있어
깨어 있을 때도, 잠든 후에도
언제나 부르고, 바라고, 기다리는 곳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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