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프덴>이 오늘(14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프덴>은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극작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의 작품이다. <이프덴>은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에 돌아온 39세의 엘리자베스를 주인공으로, 순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을 평행세계처럼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그를 ‘리즈’라고 부르는 친구 케이트와 ‘베스’라고 부르는 친구 루카스를 만나고, 둘 중 어느 인물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작품은 리즈의 삶과 베스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사소한 선택이 삶에 가져온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날 행사에는 정선아, 박혜나, 유리아, 송원근, 조형균, 신성민, 윤소호, 최현선, 이아름솔 등 출연 배우들과 성종완 연출가, 구소영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이 자리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프덴>은 선택에 따라 달라진 인생을 평행세계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성종완 연출가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도 신경 썼지만, 각 인물의 서사와 관계성에 더 중점을 두었다. 모든 인물의 서사를 탄탄하고 촘촘하게 극 안에 녹여내며 인물 간 관계를 더 유기적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리즈의 삶과 베스의 삶으로 달라지는데, 그것을 연출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는가?
성종완 연출가 리즈의 세계는 따뜻한 느낌의 앰버 톤, 베스의 세계는 차가운 느낌의 티파니 블루 톤의 조명을 사용했다. 리즈는 안경을 벗고, 베스는 안경을 쓴다. 처음에는 이런 장치가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될 수 있을지 걱정했고, 연습 과정에서는 헷갈리기도 했다. 관객분들이 변화를 명확하게 알아봐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시작을 여는 첫 넘버 '만약에?(What If?)'는 10분이 넘는 긴 장면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성종완 연출가 <이프덴>은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오프닝 장면에서 관객에게 엘리자베스가 어떤 상태로 뉴욕에 돌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지 전해줘야 한다. 동시에 작품의 핵심 콘셉트인 두 개로 갈라진 인생을 보여줘야 했다. 두 번 나오는 선택의 상황을 동일하게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의 선택 직후에 전화벨이 울리고, 뒤에 앙상블의 스테이징까지도 동일하게 맞추는 식으로 흐트러짐 없게 반복 연습을 했다.
유리아 첫 넘버가 긴 이유는 극 초반에 리즈와 베스의 삶을 나눠서 보여준다는 것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공연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할 때는 비슷한 대사와 상황에서 리즈와 베스가 갈리다 보니 안경을 벗어야 하는지 써야 하는지 가장 많이 질문했던 것 같다.
박자의 변화가 많고 음악의 난이도가 높다고 느꼈다.
구소영 음악감독 복잡한 구조의 작품을 많이 해봤지만, 이번 작품만큼 복잡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음악이 소위 '나노단위'로 나누어져 있다. 베스와 리즈의 세계를 오갈 때 테마가 바뀌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물의 등 퇴장, 인물 간 갈등, 심적 변화 등에 따라 음악이 계속 변한다. 음악감독을 하면서 처음으로 모든 대사를 다 외웠다. 배우들 역시 음악적 구조 안에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복잡한 음악의 구조 덕분에 <이프덴>만의 음악과 형식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스루 뮤지컬만큼 오케스트라가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이 자리를 빌려 고생해준 배우, 오케스트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박혜나 음악의 힘이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안에 드라마가 있는 장면에서는 노래를 대사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다. 노래가 중요한 곡에서는 소리적인 측면에서 감동을 줄 수 있게 접근했다.
정선아 20년 동안 뮤지컬배우 생활을 한 내가 박치였나? 음치였나? 생각할 정도로 이렇게 노래가 어려운 작품은 처음이다. 이전에는 대사를 하다 클라이맥스에 아리아를 부르고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는 역을 많이 했는데, 엘리자베스는 전체 공연 시간의 90% 정도를 무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노래도 정말 부르기 어렵다. 노래를 연기처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연기에 녹아들어 대사가 되는 작품이라 연극 같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리즈와 베스의 세계를 오가는 데에는 앙상블의 안무도 큰 역할을 한다. 안무는 어떻게 접근했는가?
이현정 안무감독 앙상블의 안무가 첫 넘버부터 너무 강하지 않게,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시작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소용돌이치는 느낌을 주는 걸 가장 첫 콘셉트로 잡았다. 앙상블의 움직임은 릴리컬 재즈에 나오는 동작으로 많이 구성했다. 또, 리즈의 세계와 베스의 세계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최대한 깔끔한 동선을 짜고자 했다.
리즈와 베스의 삶을 오가는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유리아 우리 정서로 이 작품을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같은 대본이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박혜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작품은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생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회 차 임하고 있다. 리즈와 베스는 다른 인물이 아니라서 선택에 따라 놓이는 상황을 잘 느끼고자 했다. 리즈와 베스가 다른 인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조쉬 역의 세 배우는 만나자마자 '조쉬즈'라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할 정도로 남다른 친분을 자랑한다고 들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조형균 조쉬의 대표, 함안 조 씨 조형균이다. (웃음) 연출님께서 저희 셋이 맨날 같이 다니니까 SG워너비라는 별명도 붙여주셨다. 첫 연습을 하자마자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한다. 조쉬는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인물인데 연습을 하면서 매번 셋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한 번은 운명적인 사랑을 직감하고 엘리자베스에게 말을 거는 맨 첫 장면에서 모자까지 준비해서 연습한 적이 있다. 그날따라 유독 까만 외투와 가방에 까만 모자를 쓰고 말을 걸었는데, 안무감독님께서 살인마 같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웃음) 저희는 연습 내내 즐거웠다. 성민 씨는 어땠나?
신성민 (웃음) 같이 한 인물을 만들면서 아주 즐거웠다. 살인마 이야기를 듣고 다음 날은 군복을 준비해와서 연습해보기도 했다. 소호 씨도 재밌는 일 있지 않았나?
윤소호 엘리자베스와 조쉬가 사랑을 나눈 다음 장면이 있는데, 연습실에서는 그 후의 장면이 없었다. 그런데 형들이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더라. 극장에 와서 상의를 입지 않고 리허설을 하길래, 다 계획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연출님도 아무 말이 없으셨다. 결국 우리 다 벗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웃음)
루카스와 케이트는 리즈와 베스 두 인생에 모두 등장한다. 특히, 루카스는 리즈의 삶에서는 대학 동창으로, 베스의 삶에서는 그를 짝사랑하는 역할로 바뀐다.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가? 리즈와 베스의 삶 중에서 더 응원하는 것이 있다면?
송원근 루카스의 성격은 같지만, 베스를 대할 때와 리즈를 대할 때 감정이 다르다는 점에 신경 썼다. 두 삶 중 굳이 하나를 응원한다면 리즈를 응원하고 싶다. 리즈는 사랑을 이뤘지만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해 혼자 떠안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아름솔 케이트는 사랑이 많다 못해 흘러 넘치는 인물이다. 어떻게 하면 엘리자베스 옆에서 단단하게 뿌리 내린 소나무같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사랑이 많은 케이트는 리즈와 베스 두 가지 삶을 모두 응원하고 품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내든 응원할 거라고 말할 것 같다.
최현선 리즈의 삶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게 응원하고, 베스의 삶에서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더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진정한 베스트 프랜드가 되고 싶었다. 케이트는 진정한 사랑을 믿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리즈의 삶을 응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베스를 응원한다. 나와 또래이고, 베스가 겪는 선택의 순간,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도 한 적이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의 선택 중에 가장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정선아 본인의 진정한 선택에 의해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좋았다. 엘리자베스가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 그릇된 것이든 옳은 일이든 모두 내 책임이고, 원해서 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공감됐다.
박혜나 남편이 "그런 것까지 걱정을 하냐"고 말할 정도로 걱정이 취미생활이다. 엘리자베스가 선택을 이미 하고서도 하지 않은 선택을 후회하는 것이 너무 이해됐다.
유리아 처음 집에서 대본을 보고 공감을 하다못해 울었다. 현선 언니에게도 "이거 내 얘기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
<이프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성종완 연출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인물마다 모자란 구석이 있는데, 그래서 사랑스럽다.
박혜나 마지막 '결국 다시 시작(Always Starting Over)' 장면에서 "내 모든 순간은 이 순간에 1분 1초 모두 이곳에 있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모든 삶은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고, 각자의 삶이 소중하게 느껴져 응원해주고 싶었다.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걱정해도 되는구나. 우리는 우리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테니까. 긍정적인 힘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