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라면 이 둘을 둘러싼 인물들의 존재감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오는 11월 개막하는 <위키드> 국내 초연에는 이지훈과 조상웅(피에로), 남경주, 이상준(오즈의 마법사), 김영주(모리블 학장), 조정근(딜라몬드 교수), 김동현(보크), 이예은(네사로즈)이 각각 캐스팅되었다.
피에로|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는 인기 많은 바람둥이 왕자로 두 여주인공인 엘파바와 글린다와 삼각 관계를 형성한다. 초반 글린다가 먼저 피에로에 끌리지만 피에로는 정의감에 불타는 엘파바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나쁜 마녀로 몰려 위험에 빠진 엘파바를 구하려다 위기에 처한다.
피에로 역할을 캐스팅하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높은 키의 음역대부터 섹시한 외모와 춤, 철없던 모습부터 성숙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로맨틱한 주인공으로 뽑히기도 한 캐릭터니 여심을 자극할 스타성도 갖춰야 했다.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은 이지훈의 귀족적인 품격 이면에 가진 남성적인 매력과 탄탄한 기본기에 만족하며 “영리한 배우”라는 칭찬을 더했다.
“다양한 작품을 해온 경험들이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묻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많이 부족한데 세워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피에로는 제 삶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철 없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저 역시도 비슷하게 살았던 것 같고요. 사랑을 겪으며 변해가는 성숙한 모습들이 지금의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서 동질감을 많이 느낍니다. 살아온 인생을 무대에 반영해 캐릭터로 표현하면 멋진 캐릭터가 나올 것 같습니다.”(이지훈)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은 조상웅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한국에도 이렇게 섹시한 배우가 있었다니.”란 감탄이었다. 조상웅은 일본 극단 사계에서도 <라이온 킹>의 심바 역으로 7년 넘게 연기했고, 10개월에 가까운 <레미제라블> 한국 초연에서 마리우스 역을 맡은 데 이어 역시 장기 공연으로 진행될 <위키드>에서도 캐스팅됨 대작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섹시하지 않은데 섹시하다고 해주셔서 영광스럽습니다. <위키드>를 향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에로를 연기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공연하면서 운동과 병행하기 힘들었는데 <레미제라블>이 끝난 만큼 제 모드 걸 <위키드>에 쏟겠습니다.”(조상웅)
오즈의 마법사|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는 에머랄드 시티에서 모두에게 존경을 받지만 실체는 마술도 쓸 줄 몰라 초라하기 그지 없다. 우연히 얻게 된 명예와 권위에 혹해 거대한 기계 장치 뒤에 숨어 살면서 시민들을 속여온 썩은 인물이다. 마법 능력을 타고 난 엘파바에게 거짓말로 속여 자신의 원숭이에게 날개를 만들도록 해 스파이 활동을 시킨다. 이 역은 에메랄드 시티에서 추앙받는 강한 캐릭터와 나약한 내면도 드러내야 하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캐릭터다. 수많은 연기자들의 도전에도 연출가가 원하는 역할과는 간극이 있었지만 남경주는 순간 순간의 디렉션을 유연하게 따라오며 마법사 역할로 낙점되었다.
“이 작품에 사연이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첫 뮤지컬인 <가스펠>의 작곡자가 스티븐 슈왈츠예요. 그 작품을 하고 음악에 빠졌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집트의 왕자>의 왕자 역을 더빙을 했어요. 이 작품도 스티븐 슈왈츠 작품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피핀>도 스티븐 슈왈츠 작품이고요. 2008년에 LA에서 지금은 여섯 살인 딸래미가 태어나기 3일 전에 LA에서 <위키드>를 봤어요. 나와서 아기 옷을 초록색으로 꼭 입히겠다고 사와서 작품 본 지 3일 후에 태어났어요. 퇴원 후에 그 옷을 직접 입혀서 찍은 사진도 있어요. 저한테 이 작품은 잊을 수 없는 오랜 인연이 된 작품입니다.”(남경주)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은 이상준의 연기를 보고 “유니크하다.”라며 희소성을 높이 샀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마법사의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애초에 딜라몬드 교수 역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그가 갖고 이쓴 코믹함과 편안함 속에 순간적으로 내비치는 묘함이 제작진의 눈에 띄어 마법사 역할로 현장에서 재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오디션을 준비해간 역이 당일 날 바뀌어서 즉석에서 다른 악보를 받고 연기했기 때문에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동료, 후배 분들이 많이 오셔서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즐겁게 놀다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봤는데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하다보니 여러 가지 색깔들이 나와서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이상준)
모리블 학장| 김영주
쉬즈 대학교의 학장으로 엘파바를 보호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그가 가진 마법 능력을 활용해 마법사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엘파바가 자신을 따르지 않자 모리블은 계획을 바꿔 엘파바를 유인하려 한다. 이 역할은 공연된 나라의 국민 배우나 연륜 있는 스타 여배우들이 많이 맡아왔다. 학장의 중후함과 미스터리함, 유머러스함까지 모두 갖고 있어 선악이 구별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역할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붕 떠버릴 수 있는 까다로운 역이다. 김영주는 연출 디렉션에 맞처 목소리톤까지 다른 인물로 바꿔놓으며 캐릭터에 100% 부합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이끌어냈다.
“(가장 고가의 의상을 입게 되니) 기분이 진짜 좋더라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의상이 탐나서 하고 싶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피팅할 때 실제 의상을 봤는데 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호주 팀이 왔을 때 <위키드>를 봤는데 모리블 역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기한테 맞는 배역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맡은 역할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김영주)
딜라몬드 교수| 조정근
쉬즈 대학교의 유일한 동물 교수로 말하는 염소다. 말하는 동물들에 대한 차별과 배척을 당하면서 말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딜라몬드의 구속으로 엘파바와 마법사 간 싸움이 촉발된다. 조정근은 오랫동안 갈고 닦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오디션 당시 좌중을 압도하며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엘파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딜라몬드 교수 역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줄 클래식한 배우”란 평을 얻었다.
“오디션을 보는데 놀랐습니다. 저는 연기 파트 오디션이었는데 교수로서 학생들이 조용히 시키는 장면에서 교수처럼 (손에 쥘) 봉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급히 종이를 말아서 준비했는데 연기를 하다 화가 나서 종이봉을 입으로 물어뜯었더니 앞에서 깔깔대면서 박수를 치며 웃으시더라고요. 제가 실수했나 했는데 작품에 원래 종이 먹는 장면이 있더라고요.”(조정근)
보크|김동현
글린다를 좋아하지만 못생긴 먼치킨 남학생이다. 글린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네사로즈를 보살핀다. 순정남 캐릭터로 내한 공연 당시 사랑받았던 보크 캐릭터는 작은 먼치킨족으로 나이와 경력가 무관하게 외모 조건, 가창력, 연기력까지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만 해 적역을 찾기 어려웠다. 5차 오디션까지도 배우를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오디션에 참여한 김동현이 크리에이터들의 합격점을 받아냈다.
“배우에게 자존심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을 볼 때 그 자존심을 갖고 적장의 목을 베러가는 장수의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키작은 남자들의 눈총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 눈총을 만족감과 대한민국의 색깔을 담은 보크로 만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김동현)
네사로즈|이예은
엘파바의 여동생으로 장애로 휠체어에 의지에 살아간다. 보크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지만 글린다를 향한 진심을 알게 된 뒤 분노한다. 처음엔 착한 소녀였지만 엘파바의 일로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먼치킨랜드의 통치자가 된다. 이예은은 이번이 첫 조연작으로 짧은 경력에도 신비스럽고 신선한 얼굴을 눈 여겨 본 연출가에 의해 한국 초연이었던 <레미제라블>에 이어 <위키드> 무대도 밟게 되었다.
“오디션 때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었어요. 절 편한 환경으로 만들어주신 것 같았고 그래서 제가 차분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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