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연 후 <아랑가>가 재공연으로 돌아왔다. 창극과 뮤지컬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로 탄생한 <아랑가>는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뮤지컬로 녹여낸 작품이다.
2014년 아시아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ATSF)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CJ 문화재단 지원사업과 예그린앙코르 등을 거치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크게는 연출과 무대부터, 작게는 인물 간 관계성에 주목하며 초연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일 대학로 TOM 1관에서 진행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이대웅 연출은 “뮤지컬, 연극, 창극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회오리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출발했다. 시각적으로도 암전을 줄여 이야기가 끊임없이 물고 물리면서 이야기가 흘러가게끔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라고 이번 공연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을 말했다.
최연우는 물고 물리는 장면에 대해 “연결이 끊어지는 장면이 없는데 그게 매력”이라면서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과정을 많이 연습하고 공유했다.”고 작품 준비 과정에 대해 말했다. 이 부분을 초연과는 가장 크게 다른 점으로 꼽기도 했다.
무대는 반원형 극장에서 액자 구조 형태 극장으로 바뀌면서 변화를 주었다. 무대 벽면에 위치하던 실커튼은 각진 형태로 무대를 에워싼다. 무대 하수 앞쪽에는 나무 뿌리 형태 의자가 배치되었고, 상징적인 오브제도 활용한다.
“블랙박스 형태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액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 안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인물들을 표현할 때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회화적인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이대웅 연출)
기본 주제는 유지하면서 도창의 비중을 강화하는 등 재공연을 위한 각색 과정을 거쳤다. 김가람 작가는 “아름다운 장면은 연출적으로 보여주고 이야기 흐름은 도창의 설명으로 보여주자는 콘셉트로 시작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잡을 수 없는 걸 잡기 위해 갈망하다 그것 때문에 파멸하고 깨닫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가람 작가는 “이걸 보여주기 위해 꿈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인간을 콘셉트로 '현실에서 갈망하는 것이 진정한 현실일 수 있을까'”하는 점에 집중했다고 했다.
도창이 초연 당시 해설자 역할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면서 직접적으로 극 중 인물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김가람 작가는 덧붙였다.
도창으로도 출연하는 박인혜는 작창까지 맡고 있다. “판소리는 말과 대사, 소리를 유려하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아랑가>에서는 기능적으로 정서를 먼저 끌고 가거나 캐릭터가 하는 이야기에 거리를 두면서 설명을 할 수도 있고 상징적인 말도 할 수 있다. 말과 노래를 넘나들면서 개로왕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고 <아랑가>에서 판소리의 역할을 설명했다.
판소리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공간도 확장시킨다. “‘백제의 태양’처럼 판소리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소극장에서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판소리로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이 죽어가고 칼싸움하는 것을 카메라가 줌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려 했습니다.” (박인혜 작창)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은 도창이 <아랑가>의 문을 열고 닫는다. 박인혜는 이를 통해 “이야기에 순간을 부여하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은 순간을 돕기도 하고, 때론 냉소를 던지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달라진 역할에 대해 덧붙였다.
이대웅 연출은 “광범위한 이야기지만 여섯 명이 끌어가기 때문에 한 명이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다.”며 한 캐릭터가 한 가지 색만 품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랑은 사한에게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존재가 되는 동시에 도미와 개로에게는 사랑받는 여인도 된다. 두 레이어를 갖고 있다. 개로도 왕이면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되기도 한다.”며 한 인물에 내재된 다양한 면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도창을 통해 캐릭터들의 운명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매력으로 꼽았다.
시적인 뮤지컬로 뮤지컬계 지평을 넓히는 선두주자가 될 작품이 아닐까 한다며 <아랑가>만의 특색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음악적으로는 ‘어둠속의 빛’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한밀 작곡가 겸 음악감독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개로와 아랑의 듀엣곡이 있어야겠다고 제안하면서 만든 곡”인데 “이 넘버의 위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개로, 아랑, 도미가 함께 부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면서 삼중창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작곡 과정을 들려주었다.
“평행선을 달리는 인물들처럼 비슷한 패턴의 반주가 계속 반복된다. 음악적으로 관계와 운명을 표현했다.”며 그 점에 유념해서 들으면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감상 팁을 주었다.
이한밀 음악감독은 객석에선 보이지 않지만 “피트에서 4인조 라이브밴드가 110분간 쉬지 않고 연주하고 있다며 엄청난 연주자들을 모셨으니 눈은 즐겁게 무대를 보고 귀는 열여서 (음악을 들으면서) 즐겁게 <아랑가>를 관람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을 이끈 강필석과 최연우를 비롯해 이정열, 김태한, 박인혜, 정지혜가 다시 출연 중이다. 강필석(개로 역)은 “즐겁지만 힘들기도 했던 작품”이라면서 다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모든 에너지를 다해서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임했다.”고 다시 출연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최연우(아랑 역)는 “초연 무대는 넓어서 부채를 사용해서 신체적인 연기를 크게 쓰고 각 장면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전보다 무대가 좁아져서 실타래 같은 동선을 많이 쓴다.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연결하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고 이번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특히 도미의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이번에는 각 역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초연 때 도미는 마냥 사랑꾼이었다면, 이번에는 백제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아랑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과정이 더 선명히 드러난다고 했다. 아랑을 개로와 도미가 왜 사랑하게 되는지에 더 집중했다는 설명이었다.
박한근, 박유덕(이상 개로 역), 안재영, 김지철(이상 도미 역), 박란주(아랑 역)는 <아랑가>에 처음 출연한다. 박한근은 “초연 당시 공연을 감명깊게 봐서 다시 하면 꼭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아 열심히 준비했다.”며 역할을 잘 표현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한근은 재공연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했다. 대문에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했는데 그 순간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꼽았다.
같은 역을 맡은 박유덕은 “넘버가 좋아서 흠뻑 빠져서 연습했다. 공연 때도 이야기에 빠져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선배님들과 같이 해서 즐거웠고 끝날 때까지 즐거울 것 같다.”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어 “개로왕은 백성을 보듬어주기 보다 저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악역으로 보시는데 악역이 아닐 수도 있다. 도림의 꾀에 넘어가서 속상하기도 하다.”며 악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J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리딩 공연을 통해 <아랑가>에 참여한 후 재공연을 통해 정식으로 출연하게 된 안재영은 “4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성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색다르게 만난 작품 같다. 연출님, 창작진, 배우들 모두 합심해서 즐겁게 작업했다.”며 많은 사랑을 당부했다.
김지철은 “윤석원 선배님이 파이팅이 넘친다. 파이팅 구호도 직접 만드셨다. 지금까지 지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팀워크가 좋았다. 마지막 공연까지 더 좋은 공연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작품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박란주는 “초연 때 사랑받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잘 만들어놓은 선배님들의 작품을 최대한 잘 이어받아서 공연하려고 하고 있다. 누가 되지 않게 정신 바짝 차리고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한편, 달라진 극장과 배우들의 호흡으로 다시 공연 중인 <아랑가>는 4월 7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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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아랑가>, “끊임없이 맞물리며 전개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2-15 4,346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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