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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바꾼 작은 소녀 <마틸다>가 보여줄 동화 속 세상 (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 컨셉·공연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2018-06-25 9,263
이따금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다는 말을 한다. 20세기 최고 아동문학가로 꼽히는 로알드 달이 쓴 동명 동화 속 소녀, 마틸다가 그렇다. 학대하고 방임하는 가족과 사는 독서광이자 천재, 마틸다는 교장 트런치불이 고압적으로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숨겨진 능력을 펼치며 주변을 조금씩 바꿔나간다. 

<마틸다>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레 미제라블>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대형 뮤지컬로, 9월 한국에 상륙한다. 비영어권에서 처음 하는 공연으로, 신시컴퍼니 30주년작으로 선보인다. 

오늘(6월 25일) 오전 프라자호텔에서 진행한 제작발표회에서 박명성 프로듀서는 30년 전 막내로 일하던 때를 떠올리며, 2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 흘러온 시간을 되짚었다. <마틸다>를 30주년 기념공연으로 택한 것은 미래를 바라본 선택이었다. “<빌리 엘리어트>에 이어 관객층을 넓혀보고자 했다. 신시의 미래를 보여줄 작품을 해보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었다. 





첫 비영어권 공연 <마틸다>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이 설명한 <마틸다>의 힘은 ‘이야기의 힘’이다. 닉 애쉬튼 해외 협력 연출은 <마틸다>를 “생각을 하게 하는 뮤지컬”이라 말했다. 작디 작은 소녀, 마틸다가 세상을 바꿔가는 과정이 판타지 가득한 무대와 살아있는 캐릭터, 기득권층을 향한 풍자와 신랄한 비판으로 그려진다. 

톰 호그슨 해외 협력 안무감독은 “피터 달링이 만든 훌륭한 안무가 이야기를 끌고가는 뮤지컬이다. 이 작품의 재미는 안무의 디테일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번역이다.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은 번역과 윤색을 할 때는 “원작을 유지하면서 정서상 차이나 번역을 하면서 생기는 거리감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막 네 번째 곡인 ‘스쿨송’은 번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곡이다. “A부터 Z까지 각각의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재치있게 엮어서 만든 노래”였기 때문이다. 

“비영어권 첫 공연이라 선례가 없었다. 알파벳을 가사에 포함하면서 한국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사를 만들어야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선택한 방법은 “알파벳과 소리가 일치하는 우리말 단어를 뜻에 맞게 연결시키는 것”이었다고.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은 “걱정 많던 해외 스태프들도 전 세계 어디서도 <마틸다>를 할 수 있겠다고 했을 정도로, 김수빈 번역가가 곳곳에 기발하게 알파벳 발음이 숨어있는 가사를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팀 민친이 쓴 가사는 중의적이고 난해하고 철학적인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을 잘 담아내려 했다. 번역할 때 크런치불은 언어를 사랑하고 말을 맛깔스럽게 하는 걸 좋아하는 점에 염두를 뒀다. 마틸다는 어른스럽게 얘기하는 점을 살리는 등 원작에 가깝게 하고자 했다고 노력했다”

닉 애쉬튼 해외 협력 연출은 “다른 언어로 이야기 속 진실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라며 기대했다. 스티븐 에이모스 해외 협력 음악슈퍼바이저는 “<마틸다>는 단어가 중요하다. 공연에서 가장 흥미롭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대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잘 해내면 큰 쾌감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6명의 배우들
<마틸다>는 2017년 8월에 한 달 동안 1차 오디션, 지난 1월부터 2차 오디션을 진행했다. 1,800여 명의 지원자가 참여했고, 최종 46명이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6년 간 일곱 개 프로덕션에서 <마틸다>를 공연해온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은, 오디션에서 만난 한국 배우들의 기량을 극찬했다. 스티븐 에이모스 해외 협력 음악슈퍼바이저는 호주 배우들보다 훨씬 잘했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박경림이 호주에 가면 어떡하려고 그러냐고 농담을 건네자 아마 곤란해질 것 같다며 웃었다.  

톰 호그슨 해외 협력 안무감독은 “안무가 성인뿐 아니라 아역에게도 똑같이 어렵다. 연습이 힘든 과정일 거고, 배우들도 많이 연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매일 에너지를 150% 쓸 수 있는 분들을 캐스팅했다”고 오디션에서 고려한 점을 들려주었다. 



타이틀 롤인 마틸다 역은 황예영, 안소영, 이지나, 설가은이 캐스팅되었다. 황예영과 설가은은 데뷔다. 닉 연출은 마틸다 역에 필요한 조건은 다양한 요소를 잘 접목해 나가는 거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8~9천 명의 아역을 오디션에서 봤다는 그는 “오디션을 할 때는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틸다의 머릿 속을 본다면, 수많은 생각과 에너지가 반짝거릴 거라고도 했다. 무표정하지만 강렬한 눈을 보면 수만 가지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A4 한 페이지가 넘는 독백을 소화해야하는 만큼 또렷한 발성과 빼어난 음감과 안무 소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130cm 내외의 신장을 갖춘 작은 소녀들만 출연할 수 있다. 배우로서 필요한 체력과 정신력은 기본이다. 



<마틸다>로 데뷔하는 황예영은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다”며 힘든 것으로 연기를 꼽았다. 특히 작품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을 잊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같이 뮤지컬에 데뷔하는 설가은은 상대적으로 친숙한 얼굴이다. 엠넷 ‘위키드’와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MBC 드라마 ‘군주’ 등에 출연한 때문이다. 설가은은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해야 해서 어려웠지만 배우면서 점차 잘하게 된 것 같다”며 열심히 연습해서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소명은 <사운드 오브 뮤직>, <명성황후>, <레 미제라블>, <크리스마스 캐롤> 등으로 뮤지컬 경험을 쌓았다. 안소명은 <마틸다>를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마틀다를 연기하기 위해선, 눈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강력한 눈빛을 택했다. 

<레 미제라블>, <명성황후>, <메리와 생쥐> 등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이지나는 마틸다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도 그럴 수 있도록 연습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미스 트런치불 역에는 김우형과 최재림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김우형은 연습 첫 날 포기를 고민해야 할 만큼 작품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건 내려두기엔 창피했기 때문이라고. 운좋게 오디션 백전무패라지만, 미친 듯이 연습한 끝에 첫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 않고 역할의 주인공이 되었다. 

김우형은 마틸다 역을 맡은 네 아역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행복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며, 마틸다를 계속 괴롭해야 하는데 어떡하냐며 잠시 난감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주 행복하게 괴롭혀주겠다”고 예고했다. 

최재림은 역할에 벌써 몰입된 듯한 목소리 톤으로 “도전했던 역할 중 가장 특이한 인물일 만큼 분장과 의상이 어마어마하다”며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어른상”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괴롭힐 수 있을까’란 생각에 잠을 설칠 정도”라며 새로운 인물에 도전하는 설렘을 드러냈다. 



미스 허니 역은 방진의와 박혜미가 연기한다. 출산 후 <마틸다>로 처음 오디션에 참여했던 방진의는 “오디션 때 아기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힘을 다해 오디션을 봤다. 결과가 좋아서 좋다. 작품도 정말 기대된다”도 소감을 말했다. 

박혜미는 자신도 방진의처럼 아이(17개월된 딸)가 있다며, “미스 허니가 따뜻한 인물이지만, 내면에 상처가 있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용기있는 마틸다를 보면서 같이 강해지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연기할 생각에 설렌다”며 인물이 지닌 따뜻함을 잘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미세스 웜우드 역은 최정원과 강웅곤이 맡는다. 최정원은 “항상 열정이 넘친다”며 <마틸다>는 솟아나는 에너지를 줄일 필요가 없어서 딱 맞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내내 “와우!”라는 말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 최정원은 “<마틸다>를 위해 집에 방음장치까지 했을 정도”라며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었다. 

강웅곤은 “성격이 역할과 비슷한 것 같아서 재밌게 (마틸다를) 잘 괴롭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틸다의 아버지 미스터 웜우드 역으로 현순철, 문성혁이, 펠프스 역으로 김기정이 참여한다. 아역 앙상블로 송두나, 김단비(이상 앨리스 역), 김요나, 김하윤(이상 라벤더 역), 김연화, 오미선(이상 아만다 역), 문서윤, 이태경, 곽이안, 김규동(이상 브루스 역), 유호열, 에릭 테일러(이상 토미 역), 성지환, 강희준(이상 나이젤 역), 이우진, 성주환(이상 에릭 역), 박소현(호르텐시아 역), 김나연, 오유림(이상 키즈스윙)이 캐스팅되었다. 

성인 앙상블로 서만석, 강인영, 최은주, 강동주, 유철호, 연보라, 이승일, 김시영, 주민우, 박찬양, 김아름, 김아람, 김예지, 안준혁 등 춤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톰 호그슨 해외 협력 안무감독은 “최근 4주간 엄청 바빴다”며 “아역들이 네 곡을 익혔다”고 작품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성인 배역들은 7월부터 연습에 합류한다. 스티븐 에이모스 해외 협력 음악슈퍼바이저는 “아역들은 이미 모든 곡을 배웠다. 성인 배우들이 합류하면 따라잡아야 할 게 많을 것”이라며 아역들의 빠른 습득력을 칭찬했다. 

최고참 최정원은 “<마틸다>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해외 스태프들이 한국 배우들과 스태프를 칭찬해서 감격스럽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마틸다 네 배우가 빛날 수 있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며 “공연을 보지 않아도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한편, 제작발표회를 통해 전 출연진 및 작품을 소개한 <마틸다>는 9월 8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2019년 2월 10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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