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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새단장한 창작뮤지컬 REVIVAL 4 [NO.102]

글 |이민선 2012-04-02 4,271

최근 몇 년간 매년 오십 편이 넘는 창작뮤지컬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일부 작품은 다시 볼 수 없지만, 다시 공연할 기회를 얻는 작품들은 처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갈고 다듬어진다. 쏟아지는 수많은 창작뮤지컬 중에서 지난해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네 편이 약속이나 한 듯, 3월에 공연 이력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 그들의 변화를 미리 들여다본다.

 

 

 

 한결 명확해진 드라마 <광화문 연가>

 

 

 

 

 

 

 

 

 

 

 

 

 

 

 

 

 

 

 

 

 

 

 

+ What Changed
<광화문 연가>는 작곡가 상훈에게 콘서트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온 지용이 상훈을 그의 과거로 데려가면서 시작된다. 상훈은 젊은 시절의 자신과 현우, 여주 사이의 엇갈린 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과거의 일들은 극중극으로 전개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보다 현재와 과거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현재의 상훈이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며 당시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털어놓아, 관객들은 주인공 상훈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초연에 없던 장면을 추가하여 상훈과 현우, 여주의 사연에도 설득력을 더했다. 내내 잔잔하고 애틋한 드라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진국과 안정숙 콤비의 코믹 연기가 늘었다. 지용의 천진난만함과 애교도 전체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만든다. 뮤지컬 넘버가 일부 바뀌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엔딩곡으로 ‘저 햇살 속의 먼 여행’을 삽입한 것이다. 과거로 들어가는 첫 장면을 공연의 마지막에 반복함으로써 상훈의 추억이 열리고 닫히는 느낌을 주었고, 이영훈 작곡가의 추모 공연 같았던 초연에 비해 밝고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 Recommendation 원종원(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형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초연 때 크게 흥행했다. 그런 이유로, 앙코르 공연은 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수정되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길 바란다. 이지나 연출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 재밌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만든다. 그 점이 무척 흥미롭지만, 관객들이 한 번 보고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고가의 티켓 값을 지불한 관객이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공연이라면 더욱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월 7일 ~ 3월 11일 / LG아트센터 / 1666-8662

 

 

 

 이스마엘의 성장 <모비딕>

 

 

 

 

 

 

 

 

 

 

 

 

 

 

 

 

 

 

 

 

 

 

 

+ What Changed
<모비딕>은 에이허브 선장의 고래잡이배를 탄 선원들이 흰 고래 모비딕을 잡기 위해 벌였던 사투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연의 드라마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됐지만, 재공연에서는 이스마엘이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이스마엘이 함께 항해를 떠났던 선원들 중에 혼자 살아남아서 그의 경험담을 전함으로써 화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과거를 떠올리는 이스마엘의 시선을 따라 관객들은 이스마엘이 보고 느낀 바를 공감하게 된다. 자연에 가까운 인물인 퀴퀘그는 좀 더 감성적인 캐릭터로 보완됐고, 플라스크와 스텁에게는 연주뿐만 아니라 희극적인 콤비 연기가 추가됐다. 초연 때처럼 바다와 자연 속에 있는 고래잡이배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를 볼 수 있으나, 무대가 넓어져서 포경선을 표현하는 장치들도 늘었다. 연기와 연주 실력을 모두 갖춘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초연의 아쉬움을 보완한다.

 

+ Recommendation 유희성(연출가)
<모비딕>은 무엇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시도한 점이 돋보였고, 차근차근 워크숍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정식 공연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규모가 커지는 것을 꼭 발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재공연은 더욱 큰 무대에 서게 됐다. 초연 때는 원작이 보여주었던 인간의 자연에 대한 도전, 인간에 대한 철학이 덜 드러났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를 보완해 스타일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감동도 전해지는 공연이길 기대해본다.
3월 20일 ~ 4월 29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1577-3363

 

 


 팝 뮤지컬로서의 자리매김 <서편제>

 

 

 

 

 

 

 

 

 

 

 

 

 

 

 

 

 

 

 

 

 

 

 

+ What Changed
<서편제>는 동호가 훗날 누이인 송화를 찾아가면서 아버지 유봉과 송화, 동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송화는 아버지가 절실히 바랐던 대로 우리의 소리를 지키지만, 동호는 원작 영화와는 달리 강압적인 아버지를 등지고 떠나 록 음악을 하게 된다. 초연 때 동호가 다소 평면적인 인물이었다는 판단으로, 앙코르 공연에서는 동호의 캐릭터를 강화시켰다. 아버지의 뜻에 반항하며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시도하는 인물의 명분을 좀 더 부각하여, 세 사람의 드라마에 설득력을 더한다. 관객의 이해를 돕고 극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바니와 매니저 등 조연의 역할도 커졌다. <서편제>는 판소리를 소재로 하되, 판소리뿐만 아니라 팝과 록 등 다양한 음악들이 뮤지컬 넘버로서 기능했다. 초연 때는 녹음 반주로 공연했으나, 앙코르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 넘버들이 오케스트라 편성에 맞게 편곡됐고, 기존의 음악에 코러스가 합세해 사운드 규모가 커졌다. 동호가 부르는 ‘공연 끝나고’가 빠지고 ‘락의 시대’가 추가되는 등 수록 넘버의 변화도 있다.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에 배치해 초연보다 넓어진 무대를 시각적으로 채운다. 회전무대와 좌우로 움직이는 벽 등으로 표현됐던 일가족의 유랑 여정은 이중 회전무대로 한층 역동적이다.

 

+ Recommendation 조용신(뮤지컬 칼럼니스트)
초연 때의 <서편제>는 공연장 환경과 규모에 알맞게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무대 전환과 연출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판소리 연기가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올해에는 공연장이 커졌기 때문에 판소리 장면보다 팝 뮤지컬로서의 매력이 드러나야 한다. 송화 외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탄탄히 뒷받침하고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강화해서 판소리뿐만이 아닌 팝 음악으로 드라마를 재현하길 기대해본다.
3월 2일 ~ 4월 22일 / 유니버설아트센터 / 1666-8662

 

 

 

 초연의 매력을 살려 <셜록홈즈>

 

 

 

 

 

 

 

 

 

 

 

 

 

 

 

 

 

 

 

+ What Changed
<모비딕>과 <서편제>의 경우, 초연보다 넓은 극장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내·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셜록홈즈>의 초연은 애초에 중극장 규모로 만든 것을 사정상 소극장에서 공연한 탓에, 작은 무대에 작품을 우겨넣은 감이 없지 않았다. 앙코르 공연에서는 제자리를 찾은 셈이라 사이즈 확장에 따른 작품 수정은 거의 없다. 초연에 미처 다 담지 못했던 것을 재공연 무대에서 제대로 펼쳐 보이려 한다. <셜록홈즈>는 원작 추리물에서 캐릭터를 가져오고 새로이 스토리를 썼다. 캐릭터 구축이 잘된 결과 드라마에 몰입해서 보는 재미를 줄 수 있었다는 자평으로, 재공연에서도 캐릭터를 명확히 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참여한 배우들 외에 새로운 출연진이 추가되었다. 배우들에게 똑같은 캐릭터를 강요하기보다, 각 배우들에게 맞도록 캐릭터의 색깔을 달리했다. 캐스트별로 전혀 다른 느낌의 홈즈와 왓슨, 에릭/아담을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의 시공간 표현을 명확히 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 Recommendation 조형준(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
<셜록홈즈>는 추리물을 뮤지컬 장르에 어울리도록 영리하게,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구성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음악을 통해 사건의 전말과 추리의 과정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가사 전달과 의미 연상이 명쾌하여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초연 때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길 바란다.
3월 3일 ~ 5월 13일 /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 / 02-588-7708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2호 2012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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