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한 음악의 매력
멜로디, 리듬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화성이다. 손드하임은 “작은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것이 예술이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간단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설계해 나간다.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이하 <일요일 공원에서>)에서 그는 조지 쇠라의 점묘화의 원리를 스코어에 적용한다. 이 작품은 점묘화로 유명한 조지 쇠라의 삶과 예술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1막에서는 조지 쇠라가, 2막에서는 그의 손자인 그래픽 아트를 하는 또 다른 조지가 주인공이다. 조지 쇠라는 점을 찍어 그림을 그렸다. 빨강 옆에 노랑을 찍어 오렌지색을 표현했다. 빨강과 노랑이면서 또 오렌지색인, 그러면서 완전한 오렌지색은 아닌 점묘화는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는 환각(Illusion)에 따른 것이다. 손드하임의 <일요일 공원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다.
오프닝 곡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의 아르페지오는 E♭과 A♭ 두 개의 코드를 병치시킨다.
E♭과 A♭을 반복적으로 번갈아 사용하면서 오묘하게 들리게 한다. 게다가 베이스 파트가 없다. 두 개의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위의 악보에서 보다시피 하나의 롱 라인인 셈이다. 베이스 파트는 E♭과 A♭ 코드를 명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손드하임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제거해서 코드가 불분명한 오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치 빨강과 노랑이 어우러진 오렌지색이 보통 오렌지색과 다른 오묘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E♭과 A♭도 아닌 제3의 무엇을 만들어낸다.
2막 피날레 전에 등장하는 ‘Move On’은 비평에 신경 쓰는 현대의 조지 앞에 닷(Dot)이 나타나 조언하는 노래다. 이때 오프닝 곡에서 소개된 ‘따라따라라~’ 아르페지오가 반주 스타일로 이어진다. 오프닝곡과 마지막 부분의 곡이 연관되면서 전체 스코어의 통합성을 띤다.
오프닝 곡에서는 서로 다른 두 메이저 코드(E♭과 A♭)가 번갈아 등장했다면, ‘Move On’에서는 장조와 단조를 교차해 점묘화의 효과를 낸다.
위의 51마디를 보면 B 메이저로 시작한다. 51마디 : B 메이저(한 마디) → 52마디 : B 마이너(한 마디) → 53마디 : B 메이저(반 마디), B 마이너(반 마디) → 54마디 B 메이저(1/4 마디), B 마이너(1/4 마디), B 메이저(1/4 마디), B 마이너(1/4 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즉 B 코드의 메이저와 마이너를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그 변화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코드를 읽고 귀가 인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속되어야 하는데, 두 색깔을 혼합해 색다른 느낌의 곡으로 만들어낸다. 즉, 앞서 말한 빨강과 노랑의 착시로 인한 오렌지색의 효과가 여기서도 발생한다.
손드하임은 화성에서 인버전(Inversion, 자리옮김)을 자주 사용한다. ‘Move On’의 클라이맥스 부분 중 119마디 또한 B♭코드인데 베이스는 첫 번째 자리옮김을 한 D임을 볼 수 있다. D 베이스는 123마디에서 자리옮김을 한 G 베이스로 옮겨간다. 베이스가 G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D 베이스가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자리옮김의 활용은 화성 전개를 더 다채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G 베이스는 127마디에서 자리옮김을 하지 않은 C 코드에 다다르며 관객에게 안도감을 준다. 자리옮김을 활용한 이전 화성 전개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가 127마디에서 루트 베이스(Root, 으뜸음)에 도달하며 주는 쾌감인 것이다. 이러한 코드 전개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사뭇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화성 색깔을 느끼게 한다.
<일요일 공원에서>는 1막과 2막이 이어지는 내러티브가 없다. 자칫하면 두 개를 별개의 작품으로 볼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두 막 사이의 긴밀한 끈을 연결해 놓고 있다. 넘버들을 봐도 상통하는 넘버들로 대칭되게 그려놓았다. 1막의 오프닝 곡인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와 2막의 오프닝 곡인 ‘It’s Hot Up Here’는 둘 다 그림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이다. 음정의 높이와 응용한 리듬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음악적 틀은 같다. 1막의 ‘Color And Light’와 2막의 ‘Chromolume #7’도 대칭을 이룬다. ‘Color And Light’는 점묘화를 그리는 행동을 음악화한 곡인데, 이 멜로디가 ‘Chromolume #7’의 언더 스코어로 사용되면서 반복된다. 1막의 ‘Finishing the Hat’과 2막의 ‘Putting It Together’는 음절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멜로디다. 이렇듯 손드하임은 1막과 2막을 음악적으로 연결해 놓고 조지 쇠라와 손자인 조지의 삶을 통해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2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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