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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2006년의 인물, 장유정 [No.70]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2009-08-05 5,638

 

창작뮤지컬의 대표 브랜드

 

장유정, 현재 한국 창작뮤지컬의 대표적인 작가 겸 연출가인 그가 지금과 같은 위치를 차지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이다. 한국 뮤지컬이 매해 빠른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 사람이 있다면 장유정일 것이다. 2002년 <송산야화>가 나왔을 때만 해도 재기 있는 작가 겸 연출로만 여겨졌을 뿐이었고, <김종욱 찾기>가 나왔을 때는 연출을 맡지 않아서 작가로서의 인정만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이후로는 평가가 달라졌다. 이 작품으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창작뮤지컬 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이 되었다. 2006년의 인물로 그를 선택하는 데 별다른 주저함이 없었다.

 

 

2007년 더뮤지컬이 동아일보와 함께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 부문에서 장유정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유망한 작가에서 최고의 뮤지컬 작가로 인정받는데 불과 2년이 걸렸던 것이다. 지금 그가 누리는 명성에 비해 정작 작품 수가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송산야화>, <김종욱 찾기>, <러브 퀼트>,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가 그가 발표한 뮤지컬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그의 작품들은 상시공연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세 작품이 동시에 장기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 <김종욱 찾기>, 2006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2007년 연극 <멜로드라마> 그리고 2008년 <형제는 용감했다>. 매해 한 편씩만 신작을 발표한 셈이다. “나름대로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었어요. 기회는 많잖아요. 많은 기회들을 잡기보다는 하나하나 알차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앙코르 공연 하는 것도 제가 다 연출을 하다 보니까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늘 바빴던 것 같아요.”


2006년은 그에게 특별히 바빴던 한 해로 기억된다. <오! 당신>와 <김종욱 찾기> 재공연을 했고, <송산야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키스 미 타이거>도 올렸다. 그해에 뮤지컬 <이>의 드라마터그와 가사 작업도 맡았다. 게다가 그 당시 영화감독 입봉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워커 홀릭인 사람들이 가장 못한다는 연애까지 병행해서 그 다음해 결혼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올라가진 못했지만 하나도 놓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들을 다 할 수 있었던 방법이요? 일하는 곳과 숙소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고 잠을 줄이는 거죠.”
다작을 하지 않아 비교적 여유로울 것 같지만 정작 그는 누구보다 바빴다. 그것은 연출을 병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쓴 작품에 연출적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서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그의 작품은 본인이 연출을 맡는다.


흔히 장유정은 대중적인 감각이 뛰어난 작가라고 말한다. 대중적인 감성을 잘 잡아내서 작품 속에 잘 녹여낸다는 의미다. 뮤지컬 작가로서는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특별히 TV 드라마를 많이 본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슨 관심이 있는지 화두를 가지려고 했어요. 신문이나 잡지를 정말 열심히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않아요.” 일반적인 작가들이 준비하는 그 이상의 일들은 아니다. 대중적이라는 평단의 평가에 비해 오히려 제작자들은 장유정 작가를 전혀 대중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가 만들고 싶어 하는 작품들이 <오! 당신>처럼 칙칙한 소재이거나, <형제는 용감했다>처럼 종갓집이라는 기존 뮤지컬과는 차이를 보이는 쌩뚱맞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그 이전과 변했다면 변한 일들이다. “제작자들의 믿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장유정이 하면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오! 당신>이나 <형제는 용감했다>도 처음부터 제작자들이 하고 싶어하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어 주시니까 제 맘대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형제는>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06년 이후 장유정 작가는 공연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알아보는 작가 겸 연출자가 되었다. 처음 관객이 싸인을 요구했을 때는 너무 이상하고 당황해서 이름만 크게 써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해 싸이월드에 장유정의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그때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저는 제 인생이 팬클럽이거든요. 누가 좋으면 먼저 열광하는 편인데, 누군가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기뻤어요.”


가장 좋았던 뮤지컬을 말해 달라고 하니 <빌리 엘리어트>를 꼽는다. 영국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작품인 점이 매력이었다며 자신도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소재를 찾아야겠다고 한다. 한국적인 것이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꼭 두루마리 입고 춤춘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봉준호와 박찬욱을 비교하면 봉준호가 한국적이라고 생각되요. <괴물>에서 딸이 죽었다고 가족들이 영결 사진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잖아요. 그 와중에도 4352 차 빼라고 하고, 그런 게 한국적인 것 같아요.”


매해 한 작품을 만들었던 그가 올해는 인생 최대의 역작 아들을 낳았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삼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그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것을 들고 나타날지 기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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