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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THEATER] 불과 얼음 뮤지컬 워크숍 극장 [NO.112]

글 |이민선 사진제공 |불과얼음 2013-01-07 4,254


꿈에 가까워지는 곳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던 뮤지컬 창작자 겸 제작자 고성일의 꿈이 실현됐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 합정동에 개관한 ‘불과 얼음 뮤지컬 워크숍 극장’은 꿈이라는 키워드로 완성된 공간이다.

 

 

 

 

 

꿈의 공간이 탄생하기까지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전문적인 창작자의 양성이다. 고성일 대표는 2006년에 뮤지컬 창작자 집단인 불과 얼음을 설립했다. 불과 얼음은 뮤지컬 창작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 창작자를 길러내는 한편, 창작자들이 꾸준히 창작에 매진하고 결과물을 공유함으로써 발전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뮤지컬 한 편이 완성되기 전에 무대에서 검증받는 단계가 필요하기에, 워크숍 공연은 불과 얼음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업 중 하나이다.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배우 모두의 성장 발판이 되는 워크숍 공연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창작자로서, 창작자 파트너십 대표로서 차근차근 꿈을 이뤄 나갔던 고성일은 워크숍 극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연장 설립은 개인이 선뜻 도전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이에게 기회의 문은 더욱 크게 보이는 법. 고 대표는 우연히 성인들의 꿈을 지원하는 펀드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주류 브랜드 조니워커가 주최하는 ‘킵 워킹 펀드’는 꿈을 위해 꾸준히 제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현실적 지원, 즉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이벤트이다. 꿈의 실현에 대한 의지가 강한 5인을 선정해 각각 1억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2010년 연말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 꿈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노력과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출사표를 내던진 이만 1,500여 명에 달했다. 고성일 대표 역시, 워크숍 극장이 왜 필요하며 그곳이 뮤지컬을 꿈꾸는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 될지, 그동안 고심했던 바람들을 펼쳐 보였다. 1차 온라인 투표를 통해 대중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는 꿈을 품은 20인이 선정됐다. 2차 동영상 발표 및 면접을 거쳐 다시 10명이 추려졌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지원자들이 각자의 꿈을 전시의 방식으로 발표했다. 여기서 최종 선정된 5인에 고성일 대표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1억 원의 상금을 받기에 이르렀다.


킵 워킹 펀드의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2011년 봄이었다. 하지만 공연장을 마련하는 데 1억 원의 돈은 결코 충분치 않았고, 돈만으로 공연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 대표는 예산에 맞는 공간을 찾아 온 서울을 돌아다니다 2012년 7월에야 합정동의 한 지하실을 임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평범한 지하 공간을 공연장으로 꾸미는 데 넉 달의 시간이 걸렸다. 흡음 공사를 시작으로 공조 시설과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조명과 음향 설비를 설치했다. 분장 및 대기 공간을 마련하고, 계단식 객석과 무대 바닥을 꾸몄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고 대표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다. 다소 좁은데도 밴드를 위한 공간을 고려하고 음향 시설에 신경씀으로써 라이브 연주를 향한 고집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 11월, 드디어 서른 평 남짓한 무대 공간과 80개의 객석을 갖춘 불과 얼음 뮤지컬 워크숍 극장이 개관했다.

 

 

 

 

모든 예술가들에게 열린 공간
공연장은 문을 연 것으로 임무가 끝나는 곳이 아니다. 무대 위에 작품이 올라가야만 비로소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개관 준비와 동시에 공연 기획에 착수한 고성일 대표는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시행한 후 한동안 열지 못했던 단막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고성일 대표를 비롯해 김경육 작곡가, 성종완 작가 등 불과 얼음 단원들이 만들었던 단막 뮤지컬을 모아,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23일까지 개관 기념 공연으로 제3회 단막 뮤지컬 페스티벌을 열었다. 짧게는 5분부터 길게는 3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여섯 편의 작품들이 90분간 연이어 무대에서 펼쳐졌다. <함께 여행을 떠난 당나귀와 개>와 <할시온>, <샘가의 수사슴과 사자>는 이솝 우화를 모티프로 창작한 것이며, <좋은 개를 고르는 법>과 <꽃 시들 적에>, <편지>는 순수 창작물이다. 고현경과 김현정, 박주형을 포함한 여섯 명의 배우가 일인 다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건반과 기타,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곁들여졌다. 고성일 대표는 뮤지컬 창작 훈련 과정에서 단편 뮤지컬 경험의 중요성을, 또한 학교나 병원, 교회 등 ‘찾아가는 공연’에서 단막 뮤지컬의 매력을 언급하며, 단막 뮤지컬 창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과 얼음 뮤지컬 워크숍 극장은 창작자들이 워크숍 공연을 통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검증을 받고 발전시켜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신인 창작자와 배우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 제작자들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성 공연장에 비하면 조명이나 음향, 편의 시설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것, “작고 초라한 곳이지만 여기에 오면 늘 신선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고성일 대표의 목표이다. “아직은 감히 롤모델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뉴욕 시어터 워크숍 같은 공간으로 성장하는 게” 그의 꿈이기도 하다. 이곳은 불과 얼음 단원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고 대표는 다른 창작자들도 편히 찾아와 그들의 꿈을 이뤄 나가는 공간으로 활용하길 바랐다. 더불어 그는 아직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합정동의 주민들과 인근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사회의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아늑하면서도 신인들을 격려하고 고무하는 분위기가 이곳의 강점. 불과 얼음 뮤지컬 워크숍 극장은 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열려 있다.

대관 문의  02) 596-5518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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