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뮤지컬 BEST 4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의 ‘힐링’은 문화와 경제, 정치 분야까지 통용되며 최근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키워드이다. 관객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뮤지컬 역시 힐링에 한몫할 터, 관객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준 ‘힐링 뮤지컬’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물었다. 많은 뮤지컬이 일상과는 다른 세상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유쾌한 쇼를 보여줌으로써 기분 전환의 기능을 한다. 이런 공연을 보고 일상에 화끈한 쉼표를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 효과가 있다. 하지만 힐링 뮤지컬로 가장 많이 손꼽힌 작품들은 드라마 및 캐릭터가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관객들이 좀 더 개인적으로 공감한 것이었다.
설문 대상 | <더뮤지컬> 독자 166명
설문 방법 | 9월 6일~11일,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themusical4u) 덧글 작성
※ Survey 코너에서는 매달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뮤지컬 관련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고 싶거나 주제를 제안하고 싶은 독자는 avril13@themusical.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10월 호 선물 당첨자 | 닉네임 숭숭, Suna, JAY Yoon (공연 관람권 2매)
1위 마음속 깊이 간직한 꿈을 되살려준 <맨 오브 라만차> --------- 166명 중 27명(16.3%) 투표
힐링 뮤지컬을 꼽아달라는 설문에서 <맨 오브 라만차>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1위로서 동수의 표를 얻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가장 늙고 바보 같은 노인 알론조가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낸다. 보호받거나 동정받아야 할 것 같은 노인이 사실은 가장 현명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자신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런 덕에 이 작품을 꼽은 독자들 중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꿈같은 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차에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힘든 현실을 위로받고 실제로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닉네임 미묘, JMIL, 욟)”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이룰 수 없는 것일지라도 자신을 믿고 원하는 길을 걸었던 돈키호테가 꿈도 희망도 없이 깊은 어둠 속에 살고 있던 알돈자와 지하 감옥의 죄수들뿐만 아니라 종교 재판을 받으러 나가는 세르반테스에게도 용기를 주었듯, 나 역시 또 다른 알돈자로서 돈키호테를 이해하고 희망의 빛을 보게 되었다(닉네임 숭숭, lol)”며, 감동을 넘어 작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한 독자들이 많았다. 고전을 무대에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채찍임과 동시에, 기운을 북돋워주며 응원해주는 지지자 같은(닉네임 혜리밍)” 작품인 덕에 힐링 뮤지컬로 첫손에 꼽혔다.
2위 나와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166명 중 27명(16.3%) 투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쓰는 톰을 통해,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이 한 편의 동화처럼 잔잔하게 펼쳐진다. 많은 자극적인 소재의 공연에 비하면 무척 따뜻한 결말을 맺는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소박한 작품에서 큰 공감과 감동을 얻고 돌아간다. 극 중 톰이 그렇듯이, 관객들 역시 성공을 쫓느라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꿈과 순수함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를 떠올리고,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는 단 두 명이 등장하는데, 관객들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고 또 위로하는 작품으로 손색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쓸쓸해 보이는 앨빈에게, 또 어느 날은 애정과 차가움을 모두 가진 톰에게 나 자신이 대입된다. 나에게 남아 있던 상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서 내게 남아있던 죄책감도 모두 치유되는 기분이다(닉네임 김현섭, Golondrina, 소네트, 바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 일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한 발 물러서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닉네임 쌉싸름, Suna)” 하는 것도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다.
3위 빨래를 하며 힘을 내요 <빨래> -------- 166명 중 15명(9%) 투표
<빨래>는 뮤지컬치고는 머리 위의 환상보다 밑바닥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화려하고 멋진 결말을 맺지는 않지만, 평범한 관객들의 피부에 닿는 드라마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제각각 꿈을 품고 서울살이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홀로 감내하는 솔롱고와 나영 등이 등장하는 “<빨래>는 진학과 취업을 위해 한국의 거대 도시 서울로 몰려든 이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닉네임 밀크, xscape1).” 서민들이 주인공인 이 작품은 꿈은 있지만 냉랭한 현실 앞에서 꿈을 잠시 접어둔 채 힘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사회생활에 지친 수많은 관객들이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힘들 때 위로해주는 친구와 이웃이 있음을 확인하고 작지만 강한 위로를 받게 된다. 주인공 나영은 특히 젊은 여성 관객들의 처지와 닮아 있어, 관객들은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과 울음이 터져버린다고 한다. “나영의 ‘지치지 않을 거야’라는 외침에 나의 목소리도 함께 담아 힘을 낸다(닉네임 sujikies, 으컁컁, storyends)”고.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라는 가사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4위 자신을 사랑하라 <라카지> ---------- 166명 중 13명(7.8%) 투표
<라카지>의 앨빈은 마담 자자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는 드래그 퀸이다. 사회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성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들 텐데도, 그녀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진 않더라도, 누구나 크고 작은 삶의 고비에서 좌절할 때가 많다. <라카지>를 힐링 뮤지컬로 꼽은 응답자들은 “스스로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고 기대만큼 잘해 내지 못해서 답답할 때,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타인에게도 사랑받는 앨빈을 보면서 자신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느꼈다(닉네임 JAY YOON, congs)”고 답했다. 더불어 “모든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자신의 몫, 비극의 여주인공보다는 찬란한 여신이 되겠다는 자자의 노래는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인생을 즐기고 사랑하며 눈부신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줬다(닉네임 르체)”는 점에서 <라카지>가 주눅 들었던 관객들에게 큰 힘을 준 듯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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