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to Heal My Body And Soul
지친 일상에서 나를 위로해준 그것, 배우들이 살짝 공개해주었습니다.
열아홉 살 때인가 친구에게 일기장을 선물 받으면서 일기 쓰는 습관이 생겼어요. 항상 가방 속에 다이어리를 넣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해 두곤 하죠. 보통은 어딘가를 놀러 가면 그때의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사진을 찍잖아요. 전 사진을 찍는 대신 메모를 해요. 그게 오히려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일기를 쓰면서 안 좋았던 기억을 털어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기분이 상했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충동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말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하지만 일기는 누가 볼 일도 없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그럴 때 많은 도움이 되죠. 자기반성도 할 수 있고요. 내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일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공연에 매진하다보면 힐링의 시간이 꼭 필요하죠. 전 힐링을 위해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꼭 경치가 수려하고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근교로 나가 맑은 공기를 쐬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주로 산이나 계곡을 찾는데 한강에도 자주 가요. 한강에서 돗자리 깔고 누워서 편하게 쉬다보면 특별한 걸 하지 않더라도 기분 전환에 최고죠. 얼마 전에는 시간을 내서 경주에 다녀왔어요. 경주 교동 법주 만드는 시연회를 보고 나서 운치 있는 고택에서 하룻밤 묵고 왔답니다.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동료 배우이자 후배인 윤나무 씨가 제 생일에 선물해준 책이에요.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이 주는 느낌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때가 제가 제 자신에게 한창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시기였거든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서 놓치는 것들이 많았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당연한 일들을 그동안 왜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기독교이지만, 종교를 떠나 혜민 스님의 말씀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욕심을 내려놓고 한 걸음 떨어지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고요. 이 책은 특히 배우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전작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도 그렇고, 지금 공연하는 <맨 오브 라만차>
도 장기 공연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면 가끔 산이나 바다엘 가요. 힘들게 산을 오른다기보다 좋은 공기 마시러 간달까요. 집 근처에 있는 도봉산도 자주 가고요, 가끔 속초로 떠나기도 해요. 속초에선 바다랑 산을 모두 볼 수 있거든요. 짧게나마 산 좋고 물 좋은 데서 맛있는 음식까지 먹고 오면,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기분이에요. 기분 전환이 돼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연에 임할 수 있게 되죠. 이 사진들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공연하던 시기에, 친구 (정)원영이랑 함께 속초에 여행가서 찍은 거예요. 긴 호흡으로 공연을 하는 사이에,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것이 저의 힐링법입니다.
공연을 하다 보면 몸도 지치지만 마음도 많이 지치고 헛헛해지기까지 해요. 그때 생각해낸 것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었어요. 올해 초에 혼자 유럽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국내 여행은 거의 못해봤는데, 얼마 전, 여유는 없었지만 짧게라도 떠나자 해서 간 곳이 담양이었어요. 담양 대나무 숲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무 말 없이 걷다보니, 현재의 제 모습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듯하더라고요.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에 있을 땐 그렇게 머리가 복잡하더니 말예요. 가로수 그늘 밑에 누워서 책도 읽고, 별것 아닌 일들을 했지만 저에겐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자연을 느끼면서 예술이란 것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론 시간만 되면 당일치기라도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하려고 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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